생각이라는 건 항상 막연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어떤 글자가 정확히 떠오르기보다는, 역시 이미지에 가깝다고 할까. 이런 이미지를 심상이라고 하는데 변기를 예술품으로 만든 뒤샹은 예술에서 심상이 중요할 뿐 그 수단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2016년 09월 20일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평소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에 “저의 작업은 보여주고 싶은 단어를 하나 골라 수백, 수천 가지 이미지 중 하나와 적절히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와 유사합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07월 27일
다른 신호의 간섭으로 인해 나타나는 잡음이나 시각적 효과를 일컬어 노이즈(Noise)라고 한다. 시끄러운 소리가 대표적이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어떤 불가항력적인 상태나 끼어든 여러 현상도 노이즈로 볼 수 있다.
2016년 05월 27일
다케시는 그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그렸어, 라는 느낌이랄까. 그러니깐 우리는 “왜 그림을 그려야 하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리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아니면 말지요.”라고 쿨하게 대답해야 한다.
2016년 04월 28일
일요일 아침, 또는 공휴일이나 시간이 나는 날이 있으면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글자를 디자인한다. 글자를 전문적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흰색 공간에 글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디자인을 하다 보면 제법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때가 많다.
2016년 03월 31일
뭔가 만들겠다고 집중할수록 더 일이 꼬인다. 어쩌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능력은 뛰어난 문제 해결이나 명확한 판단이 아닌, 그냥 밖에 나가서 싸돌아다니는 게 아닐까.
2016년 02월 24일
한번쯤 아침에 일어나 ‘오늘 저녁은 직접 만들어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 대략 어떤 요리라는 결과물을 구상한다. 찜 요리가 될 수도 있고 탕 요리가 될 수도 있고 이것도 아닌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요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2016년 01월 28일
사소한 실수는 쌓이면 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 실패할 확률이 훨씬 커진다. 내게 낙서는 딱 이런 실수가 모여 만들어진 실패의 역사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오면 한 번쯤 달력을 만들어 보거나 연하장을 만드는데, 2013년의 12월은 연하장에 쓰일 2014년이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한 실패의 달이었다.
2016년 01월 07일
낙서의 기쁨은 쓰다가 버리는 데 있다. 수정액으로 지워가며 정해진 틀에 기록하는 문서 기입과 달리, 볼펜으로 쓰다가 실패하면 덮어버리면 된다. 그런 면에서 A4는 가장 이상적인 낙서 용지다. 가볍고 값싸고, 버려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2015년 11월 25일
스퀘어드 타입의 노트는 네모난 격자가 전면에 채워져 있어, 심리적으로 자유롭게 선을 이리저리 긋기 힘들다.(그물에 갇힌 물고기라고 할까.) 꼭 네모 칸과 선에 맞추어 면을 채우거나 선을 긋는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처럼, 한 계단씩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2015년 10월 29일
사전을 찾아보면 낙서는 ‘글자, 그림 따위를 장난으로 아무 데나 함부로 쓴다’는 뜻이다. 여기에 ‘나도 모르게’라는 표현을 집어넣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끄적이다 보면, 그리다가 문득 '이거야!'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2015년 09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