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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 리브랜딩 후기 #2 ‘SINCE 2011’이라는 끝판왕

    2부 ― 온라인 매체 운영자의 각성


    글. 임재훈

    발행일. 2023년 02월 09일

    TS 리브랜딩 후기 #2 ‘SINCE 2011’이라는 끝판왕

    TS 리브랜딩 후기 1부는 프로젝트 초기 주요 과업, 즉 브랜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BI 및 사이트 디자인 1차 시안을 제작한 과정을 소개했다. 2부에서는 1부 서문에서 ‘골리앗의 투구’이자 ‘타노스의 건틀릿’이라며 법석을 떨었던 바로 그것, ‘SINCE 2011’이라는 끝판왕의 실체를 밝힌다.

    콘텐츠 1,500건 재업로드 ‘악몽구디’

    [2022년 10월 ~ 2023년 1월. 콘텐츠 이관 작업]

    악몽구디는 경상도 사투리다. 하기 싫은 일들이 생길 때 자기 기분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내일 기말고사 완전 악몽구디다’ 같은 식으로 쓴다. 이 사투리의 ‘악몽’이 ‘惡夢’의 독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어쩌면 ‘악몽’ 자체도 경상도 지방 고유어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건 악몽이다’보다는 ‘이건 악몽구디다’ 쪽이 왠지 순화된 느낌으로 들린다. 덜 악한 어감이랄까. 그래서 이렇게 쓴다. ‘SINCE 2011’은 악몽구디였다.

    TS 사이트 개선안의 주요 항목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였다. 이 ❶·❷·❸·❹ 항목은 TS 파트너즈 대상 설문 조사와 독자 의견, 그리고 TS 운영진 내부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요구안이었다. ❹의 경우는 1부에서 언급한 ‘T/S 모드 전환’과 연계되므로 굳이 부연하지 않고, 여기서는 ❶·❷·❸ 항목만을 다루기로 한다.

    ❶ 콘텐츠 노출 체계 개편: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에 무슨 콘텐츠가 있는지 안 보인다.
    ❷ 인터뷰이 및 시리즈(연재 칼럼) 필자별 검색 기능 강화: 인물이 특정되는 콘텐츠들이 많은데 인명 색인이 없어 찾아 보기 힘들다.
    ❸ 스토어 페이지 손질: 폰트 마켓 폰코(FONCO)와의 연동이 불안정하다.
    ❹ 매체 아이덴티티 부여: TS만의 얼굴과 표정이 없다.

    TS는 2011년 문을 연 온라인 디자인 매체다. 사이사이 운영진 교체가 있었고, 1년 남짓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폐쇄 조치는 없었다. 어쨌든 1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온 셈이다.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하며 콘텐츠 축적량을 헤아려보니 약 1,500건이었다. 이 더미를 한 건 한 건 다시 업로드를 해야 했다. ❶·❷·❸을 위해서였다.

    ❶ 콘텐츠 노출 체계 개편 ➲ 아카이브 페이지 신설
    ❷ 인터뷰이 및 시리즈 필자별 검색 기능 강화 ➲ 인명·시리즈명 태그 색인 추가
    ❸ 스토어 페이지 손질 ➲ 페이지 구조 판 갈이

    새로 구조화한 검색망에 콘텐츠들이 알맞게 걸려들고, TS 스토어 페이지와 외부 사이트인 폰코 간 연동을 안정화하려면 전체 콘텐츠 재업로드가 필수였다. 사이트 개편과 더불어 서버 교체도 병행한 터였다. 이 서버의 데이터를 저 서버로 단순히 일괄 이관할 경우, 새 사이트의 재편된 구조와 충돌이 일어날 것이었다. 기존 콘텐츠의 텍스트와 이미지 배치가 어그러진다거나, 검색 기능 구현용 개발 코드 삽입이 어려워진다거나 하는 문제점들이 예측되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 TS 운영진이 수작업으로 한 건 한 건 1,500건가량을 새 사이트에 재업로드(재발행)하기. 2022년 10월부터 이 작업에 돌입했고, 사이트 오픈이 목전이던 2023년 1월 초순에야 끝마쳤다. TS 발행사 윤디자인그룹의 인턴 직원들, 그리고 아르바이트 작업자의 공조 덕에 가까스로 기한을 맞출 수 있었다.

    TS 내 모든 콘텐츠의 통합 라이브러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아카이브 페이지
    폰코와 연동된 스토어 페이지
    (각 상품 선택 시 폰코의 구매 페이지로 이동)

    온라인 매체 실무자의 각성(Ft. 편집 매뉴얼)

    여기서부터는 온라인 매체 운영에 대한 이야기다. 매체 리브랜딩 프로젝트 과정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2011년부터 축적된 약 1,500건 콘텐츠를 일일이 재업로드를 하며 각성한 바를 실무자 관점으로 기록한 것이다.

    앞서 밝혔듯 TS는 2011년 오픈 이후 몇 차례 운영진이 바뀌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여느 매체에나 빈번한 일이다. 편집장 휘하 에디터, 디자이너, 교정·교열 전문가 등 편집진이 교체될 때마다 매체도 통째로 달라질까? 물론 아니다. 편집장의 매체 운영 정책에 따른 콘텐츠와 디자인 콘셉트 변화는 있겠지만, 매체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는 유지되기 마련이다.

    매체 고유성의 출처는 대체로 ‘창간 정신’이다. 창간 발기(發起) 선언문 및 기념사, 창간호 권두언은 창간 정신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 정신은 매체 발행사의 경영 실적, 구성원들의 능력치, 편집장의 선구안, 대중의 사랑 등을 영양분 삼아 대대로 전승된다.

    ‘정신’과 함께 매체의 고유함을 이루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품위’다. ‘스타일’이라 표현해도 무방하다. 이러한 품위 또는 스타일을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닌 편집 매뉴얼이다. TS처럼 텍스트 콘텐츠를 다루는 매체라면 편집 매뉴얼 제작 시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해볼 수 있다.

    문장 부호를 어떻게 쓸 것인가, 외부 기고문을 편집할 때 그 정도와 범위는 어떠한가(윤문은 하되 가필은 금한다, 오탈자 수정만 허하며 일체 윤문은 금한다, ⋯), 명사와 명사로 이루어진 고유어 표기 시 띄어 쓸 것인가 붙여 쓸 것인가(‘그래픽디자인’ 혹은 ‘그래픽 디자인’), ⋯⋯.

    작정한다면 한도 끝도 없이 디테일해질 수 있는 영역이 바로 편집 매뉴얼이다. 대화 표시 부호가 문학동네 소설에서는 큰따옴표(“”), 열린책들 소설에서는 홑낫표(「」)인 까닭은 각 출판사의 편집 매뉴얼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어 어문 규범에 맞는지 틀리는지를 따지고 들 문제는 아니다.

    편집 매뉴얼은 한 매체의 모든 콘텐츠를 곧추세워주는 등뼈다. 일하는 사람들이 바뀌어도 편집 매뉴얼만 공고하다면 콘텐츠가 흔들릴 위험은 대폭 줄어든다. 거꾸로 말하면, 편집 매뉴얼이 부재할 경우 상당한 혼돈이 야기된다. 구성원이 교체될 때마다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맥락에서 TS의 ‘SINCE 2011’은 실로 막막한 거악(巨岳)이었다. 편집 매뉴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일례로 전시명 표기의 경우 작은따옴표(‘’), 큰따옴표(“”), 화살괄호(〈〉)가 혼재된 상태였다. 편집진 교체 시기마다 그때그때 글쓴이 각자의 기준대로 문장 부호를 쓴 듯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 역시 과거의 편집진에 속했던 적이 있기에 반성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책임이 오로지 실무자들만의 몫인가, 하는 질문은 해본다. TS는 작은 매체다. 오픈 초창기에는 에디터 2인, 디자이너 2인, 개발자 1인, 이렇게 다섯 명 체제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두세 명 규모로 고정되었다. 한 사람이 1인 매체처럼 운영하던 시절도 짧게나마 있었다.

    편집진의 역량을 언급하기 전에, 매체 운영 구조가 몹시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점을 짚어야 할 것이다. 편집진이 진득히 매체 키우기에만 몰두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이렇다 보니 편집 매뉴얼의 필요성은 알았어도 막상 제작할 여력이 없었다.(2011년 매체 오픈 과정에서 편집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반문이 날아든다면 그저 고개를 숙이고 맞는 수밖에는 없다.)

    현재 운영진이 TS를 맡게 된 시기는 2019년 겨울이다. 편집 매뉴얼이라고 명명해놓지는 않았으나, 실무자들끼리 수시로 소통하며 일련의 규칙들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TS 리브랜딩 프로젝트 과업 중 하나인 콘텐츠 재업로드를 하면서부터는 우리의 규준들을 편집 매뉴얼로 정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이후의 운영진, 또 그 후의 운영진이 오더라도 TS의 고유성과 품위가 지켜지도록. 사람이 바뀌어도 TS는 온전하도록.

    온라인 매체에는 과월호도 절판 개념도 없다

    실무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오프라인 매체와 온라인 매체의 가장 큰 차이는 ‘과거 콘텐츠 접근성’이다. 오프라인 매체, 이른바 종이 매체의 과월호 내지 초판본은 희소성을 갖는다. 구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인쇄된 물량이 소진되면 시장에서는 품절 또는 절판 처리가 된다. 말 그대로 끊길 절(絕)이다. 소비자들의 접근 경로가 끊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매체는 다르다. 아무리 오래된 콘텐츠라도 다 검색된다. 인터넷의 속성인 ‘하이퍼텍스트’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하이퍼텍스트(hypertext): 사용자에게 비순차적인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텍스트. 문서 속의 특정 자료가 다른 자료나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어 있어 서로 넘나들며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간단히 줄여서 하이퍼텍스트란 ‘상호 참조 문서’다.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는 ‘상호 참조 문서의 원활한 오고감을 담보하는 규약’이라는 뜻이다. 요컨대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차별화되는 본질적 특성은 바로 하이퍼텍스트다. TS 애독자들은 인지했으리라 믿는데, TS 콘텐츠에는 하이퍼링크(상호 참조 링크)가 제법 많이 삽입된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읽기 경험을 증폭하려는 의도다. 현재 읽고 있는 정보의 ‘참조’가 될 만한 정보라면, TS 내 콘텐츠든 외부 사이트 게시물이든 적극적으로 하이퍼링크 삽입을 한다.

    온라인 매체에는 ‘과월’이나 ‘절판’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10년 전 발행된 콘텐츠가 검색만 잘 된다면, 그 콘텐츠는 여전히 매체의 현재 시제로서 대중에게 각인된다. 그래서, 매체 리브랜딩을 마친 TS에게는 큰 과업이 남았다. 앞 단락에서 얘기한 편집 매뉴얼을 토대로 2011년부터의 모든 콘텐츠들을 재편집하는 일이다.

    10여 년치 1,500가지 과거의 현재화. 남은 과업을 이렇게 명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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