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파트너즈는 지난해 11월 첫 번째 컨트리뷰터(contributor) 미션에 참여했다. ‘지금 이 순간의 캠퍼스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 이 주제로 취재 기사라 할 만한 글 한 편씩을 썼다. TS 편집팀은 그중 다섯 편을 최우수작 및 우수작으로 선정하여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이라는 시리즈로 연재했다. 지난달 TS 파트너즈의 두 번째 컨트리뷰터 미션이 진행되었다. 이번 주제는 ‘나의 시간표’. 자기 삶의 꽃다운 만개를 꿈꾸며 짰을 봄날의 시간표와 일과표 얘기를 들려달라는 요청이었다. 대학생이라면 2월 수강 신청을 장렬히(!) 마치고 3월 개강을 맞은 설렘을 시간표 안에 머금어줄 거라 기대했다. TS 파트너즈가 보내온 글들을 읽으며 TS 편집팀은 반성했다. 봄이 희망의 계절이라는 인식은 얼마나 고루한 클리셰였던가⋯⋯. 이번 미션에는 유독 대학 4학년생들의 참여가 많았는데, 졸업과 사회 진출을 앞둔 불안과 걱정이 고스란히 그들의 글에 묻어났다. 두 번째 컨트리뷰터 미션 당선작 여덟 편(최우수작 두 편, 우수작 및 가작 각 세 편)을 매주 한 편씩 [TS 파트너즈의 3월]이라는 시리즈로 연재한다. 그들은 어떤 시간표를 살아내는 중인지, 그들이 가 닿으려는 시간표 밖 이정표는 어디쯤일지, 잠깐이나마 그들의 시간선을 따라가 보는 거다. 연재 순서 #1 공동 최우수작 「나는 밀림의 왕이다」, 고나현 #2 공동 최우수작 「너구리와 오베이」, 이정은 #3 우수작 「취준생의 인턴 생활」, 강세라 #4 우수작 「‘이방인’으로 편입하다」, 김민경 #5 우수작 「슬기로운 디자인 생활」, 최다은 #6 가작 「대학생이 왜 3월에 강하게? 개강해서⋯」, 김태양 #7 가작 「‘풀 스택 디자이너’ 워너비의 시간표」, 정설빈 #8 가작 「디자인학과 편입생의 첫 번째 봄」, 조예린
2022년을 끝으로 대학교 4학년을 마치고 이제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취준생’이 되었다. 4년간 시각디자인학과를 다니며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3학년 때쯤에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주변인들의 질문에 브랜딩 일을 하고 싶다는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한 브랜드가 가진 서비스와 제품 등을 분석하고 시장에서 브랜드가 가져야 할 방향성을 잡고 그에 따라 일관된 시각 언어로 브랜드 가치를 표현하는 일이 멋있게 느껴졌다. 수업에서도 브랜딩 프로젝트들을 하고 관련된 대외 활동도 하면서 브랜드 디자인과 가까워지려고 했다.
막연하게 브랜드 디자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브랜드 디자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채용 시즌이 언제인지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몰랐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마지막 학기가 끝나고 정말 백수, 취준생이 되었다. 더군다나 대학까지 보내줬으니 이제 월세랑 생활비는 너가 해결해, 라는 부모님의 방침에 따라 난는 우선 일을 해야 했다.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끝나고 12월 말이 되어서는 채용 공고를 찾아 헤맸다. 실무 경험이랄 것도 없었기에 신입 공고도 봤지만, 일단은 인턴 채용을 우선순위로 놓고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12월과 1월에는 회사들이 채용을 잘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몇 없는 공고들 중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충족하는 세 곳을 정해 지원했다. 그중 한 곳에 감사하게도 최종 합격해 5개월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오전 여덟 시에서 열 시 사이에 사무실 출근 또는 재택근무로 여덟 시간 일을 한다. 저녁에는 부족한 툴을 공부하거나 운동을 한다. 주말에는 쉬면서 전시장이나 기업의 팝업 스토어를 가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많이 보려고 한다. 레퍼런스나 공부가 될 만한 것 같으면 사진을 찍거나 챙겨 온다.
내가 일하는 곳은 채용 전문 에이전시의 디자인팀이다. 인턴 사원인 나는 채용 콘텐츠나 기업 홍보물을 위한 키 비주얼 및 배리에이션 등 여러 온오프라인 제작물을 만들고 있다. 운 좋게도 내게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하는 좋은 팀원 분들을 만났다.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다. 업무 지원뿐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맡기도 한다. 해서 여러 기업과 콘셉트의 키 비주얼을 만들면서 이러저러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쪽 경험을 둘 다 쌓아가고 있다.
물론 힘들 때도 있다. 나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때다. 툴을 다루다가 기능적으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힐 때, 내가 원했던 느낌이 시각물에 나오지 않을 때, ⋯⋯.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퇴근 후 관련 강좌를 듣거나, 유튜브 강의 콘텐츠를 보면서 공부한다.
지금 회사에서는 3D 툴 활용이 필수라서 열심히 튜토리얼 영상을 참고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본다. 기업 홍보 리플릿 제작에 쓰이는 인디자인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인쇄에 관해서도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웹 서핑만으로는 정보 검색에 한계가 있어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고, 회사 직원 분께 여쭤보기도 하면서 하나씩 익혀 가고 있다.
툴 사용의 미숙함은 독학으로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기능적 어려움이 없었음에도 디자인 결과물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훨씬 괴롭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작업은 잘 안 되고⋯ 이러면 정말 마음이 타는 것 같다. 다행히 그때마다 멋진 팀원 분들이 방향성을 알려주시거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셔서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게 되고 ‘왜 이것도 못하지, 왜 이렇게 실수를 많이 하지’ 자책한다. 혼자 해결하지 못할 때 나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했다. 나도 곧 웬만한 일은 도움 없이 혼자 척척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언제쯤 그럴 수 있을지 막막함이 크기도 하다.
그래도 이런 감정은 결국 나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더 나아지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으니까, 몇 개월 뒤의 나는 분명 지금보다는 더 많은 걸 아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다. 순간순간 느끼는 부족함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지금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일도 별것 아니었다고 느껴지는 날이 오겠지.
다섯 달 인턴 생활이 끝나면 다시 취준생이다. 취업 준비를 재개해야 한다. 더 원활한 준비를 위해서는 지금 더 공부해야 할 부분도 많고 작업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퇴근 후 실행으로 옮기는 게 정말이지 쉽지 않다. 몸도 피곤하고 저녁만 먹어도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씩이라도 노력해 가까운 날에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스스로를 꿈꿔본다.
TS 편집팀 심사평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인턴 디자이너로 일하는 취업 준비생의 글이다. 필자는 “다섯 달 인턴 생활이 끝나면 다시 취준생이다.” 이 상황 속에서 느낄 불안,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글 안에 묻어난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적어도 ‘우리 회사’의 인턴 직원들이 달리 보일 것이다. 그들의 하루가 어떠하고, 그 하루 동안 어떤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내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해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