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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애프터뷰 #6 ‘스팍스 에디션’ 장준오·어지혜

    스팍스 에디션 interVIEW in 2014 / afterVIEW in 2020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20년 02월 28일

    인터뷰/애프터뷰 #6 ‘스팍스 에디션’ 장준오·어지혜

    interVIEW / afterVIEW
    
    인터뷰(interview)는 말 그대로 서로(inter) 보는(view) 일이다. 서로 보는 일이나, inter-see가 아니라 inter-view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터뷰는 책, 기사, 영상 등 ‘인터뷰 콘텐츠’를 전제로 한 서로―보기다. 인터뷰 자체를 콘텐츠 제작 과정의 일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콘텐츠에는 기획 의도가 있으므로, 콘텐츠를 위한 만남과 대화는 어느 정도 기획적·의도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인터뷰 또한 그렇다.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기보다, 관점과 관점의 상호작용이다. 즉, view와 interaction의 결합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2011년 창간 이후 국내외 디자인계 인물 약 300명을 인터뷰했다. 타입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설치미술가, 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 어느 날 문득, 그들의 인터뷰 이후가 궁금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view를 재확인해보고 싶었다. 지금쯤 그들은 어떤 위치와 어떤 view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지. 지금의 view에 새로운 interaction이 더해지면 어떤 interview가 가능할 수 있을지. 그들과 다시 서로―보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다. 연재 코너 [인터뷰/애프터뷰]를 마련한 까닭은. 특별한 기획의도는 없다. 다만, 그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는 것 외에는.

    interVIEW in 2016

    조각을 전공한 장준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어지혜는 2007년부터 함께 작업했다. 2011년부터는 ‘스팍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디자이너 듀오로서 활동해 오고 있다. 2014년 인터뷰 때 두 사람은 초창기 활동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그중 하나가 스팍스 에디션의 공식 첫 작업인 뮤지션 10cm의 정규 1집 앨범 디자인이다. 이 앨범의 발매 연도는 장준오·어지혜가 스팍스 에디션을 시작한 해와 같다. 두 사람은 10cm 1집을 작업하며 ‘스팍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그때는 인쇄도 처음 해봤고 모든 게 서툴렀지만 그만큼 즐겁기도 했어요.”라는 풋풋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스튜디오가 없어서 홍대 카페에서 밤을 새우며 작업을 했어요. 매달 카페를 옮겨 가면서요.” 같은 뒷이야기를 전하며 두 사람은 수줍게 웃었다.

    afterVIEW in 2020

    6년이 지났고, 장준오·어지혜는 이제 10년차를 훌쩍 넘은 현업인이 돼 있다. 스팍스 에디션은 내년에 10주년을 맞는다. 두 사람은 지난해 첫 단독전시 〈댄싱 블루〉(2019.6.1-6.30 에비뉴엘아트홀)를 선보이기도 했다. 장준오와 어지혜는 스팍스 에디션의 작업물을 ‘디자인’과 ‘아트워크’로 구분한다. 앞은 일련의 클라이언트잡들을 칭하고, 뒤는 개인 작업을 이르는 말이다. 10주년을 바라보는 스팍스 에디션의 브랜드 파워,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다움’을 동시에 가져가기 위한 행보일 것이다.

    최근 두 사람은 ‘아트워크’ 쪽에 좀 더 시간을 들이는 듯하다. 예술 분야의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며 결과물들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물론, 장준오와 어지혜는 한동안 ‘방탄소년단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 앨범 디자이너’로 회자될 것 같다. 만약 ‘방탄소년단 앨범 디자이너’를 궁금해 하다 이곳 『타이포그래피 서울』까지 당도한 분들이라면, 차근차근 이 인터뷰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방탄소년단이 그러하고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장준오·어지혜라는 두 사람도 각자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중이다. 이 지도가 독자 여러분의 지도 그리기 작업에 퍽 괜찮은 레퍼런스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팍스 에디션 단독전 〈댄싱 블루〉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타이포그래피 서울』과는 2014년 4월 인터뷰 때 뵀었으니, 벌써 6년이 지났네요. 두 분의 근황과 더불어, 지난해 6월 스팍스 에디션의 첫 단독전시(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얘기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벌써 6년이나 지났다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지네요. 오랜만에 6년 전 인터뷰를 읽어보는데 설레고 즐거웠어요. ‘서두르거나 욕심내지 말고 의미 있는 작업을 만들어가자’라는 당시의 바람에 왠지 모르게 기뻤어요. 그간 저희는 예술 분야의 좋은 동료들과 작업을 더 지속하기 위해 서로의 영감을 나누는 ‘스펙트럼 오브젝트’라는 그룹을 만들어 활동해 왔어요.

    그 그룹을 통해, 특히 준오 씨와 다른 각자만의 개성을 아트워크로 표현해 나가며 스팍스 에디션의 외연이 보다 넓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자인 아웃풋에 대한 고민도 여러 영감을 나누는 과정에서 받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인풋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요. 그런 저희의 개성과 감성을 담은 아트워크 작업과 디자인 작업 들을 모아 작년에 뜻깊었던 첫 번째 개인전을 열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감동적이에요. 〈댄싱 블루〉라는 전시명처럼, 따뜻한 에너지를 가득 담은 저희의 작업들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는 여러모로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해였어요. 준오 씨는 전시 오픈 이후 갑작스러운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쳐서 여름부터 겨울까지 내내 회복기를 가져야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많이 되찾았어요. 그 과정이 저희 둘에게는 중요한 것들을 다시 살펴보고 한 차례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 것 같네요. 지금은 다시 힘을 찾았습니다. 6년 전 ‘서두르거나 욕심내지 말고 의미 있는 작업을 만들어가자’라는 마음가짐과 더불어, ‘아트워크 작업을 통해 더 즐겁고 재미있게 놀자’라고 덧붙이고 싶어요.

    아모레퍼시픽 편집숍 ‘아리따움’의 시즈널 그리팅 작업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그룹전 〈칸 퍼레이드〉의 2018년 전시(2018.2.10-3.4 탈영역우정국) 비주얼 아이덴티티
    수신지 작가의 만화책 〈며느라기〉 북디자인

    2월 21일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인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이 발매됐습니다. 앨범 디자인 작업을 스팍스 에디션에서 진행하셨지요.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브랜딩과 콘셉트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MAP OF THE SOUL : 7〉 앨범의 브랜딩, 아트워크, 디자인을 진행했어요. 그림자와 페르소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자아를 찾아가는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의 데뷔 후 7년간의 이야기를 ‘7’이라는 브랜드 마크에 담았습니다. 멤버 일곱 명의 그림자가 7의 형태로 중첩되고, 이 상징적인 형상에 빛을 투영한 이미지로 디자인했습니다.

    멤버들을 상징하는 일곱 가지 7이 레이어 된 브랜드 마크는 총 4종으로 표현했습니다. 4종 각각의 디자인마다 의미도 다 다른데요. 순수함과 완벽함의 열망을 표현한 백조 같은 7,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흑조를 닮은 7, 강렬한 직선미로 멤버들의 사명감을 강조한 7, 방탄소년단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개성적 7, ···. 이렇듯 다채로운 이미지의 변주로 ‘7’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시각적으로 조응시킴으로써, ‘데뷔 7년’과 ‘7인의 멤버’를 부각했습니다.

    지난 7년간 멤버들 마음에 내재하고 있었을 화려함 이면의 불안과 그림자, 그 모든 내적 갈등과 싸워 이겨낸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7인의 멤버 각자의 고뇌와 성숙이 축적되고 중첩되어 ‘7’이라는 하나의 이미지, 즉 방탄소년단라는 완전체를 이룬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시각 표현으로 염두에 두고 작업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이야기들을 담아야 하는 작업이라 쉽지만은 않았지만, 수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만큼 저희도 ‘팬심’으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방탄소년단 앨범 디자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앨범 전체를 이루는 스토리텔링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척 탄탄히 구성된다는 점에 감탄했고요. 방탄소년단에 대해 리서치하고 연구하면서 점점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2017년부터는 ‘콰르텟 프레스(Quartet Press)’라는 출판 스튜디오도 시작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6년 전 인터뷰 때 어지혜 작가님이 “저는 편집 작업을 가장 좋아해요. 결과물의 미묘한 차이점을 볼 때, 잘 된 편집작업을 볼 때 정말 짜릿해요.”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콰르텟 프레스의 영어 소개문 중 “to encourage creators with their own motive and source of creativity”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요. 작가들을 발굴해 대중에게 알리고, 그 작가들의 자기다움과 지속 가능성을 지켜주고 싶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이런 의역 때문인지 ‘콰르텟―협주’의 의미도 더 와 닿았고요. 콰르텟 프레스를 설립한 계기,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콰르텟 프레스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저희의 개인 작업을 더 꾸준히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스팍스 에디션의 작업뿐 아니라, 주변의 좋은 작가들의 작업 콘셉트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그릇을 마련한 셈이죠. 그래서 작가와 디자인, 독자, 그리고 저희의 책에 영감 받아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작업들이 한데 어울려 협주한다는 의미에서 ‘콰르텟 프레스’로 이름을 지었어요.

    책 외에도 굿즈도 제작하고 싶었어요. 일률적인 굿즈가 아니라 각 작품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담은 굿즈, 구입(소장) 가치가 있는 굿즈요. 콰르텟 프레스의 ‘레이어’ 시리즈 작품과 연계된 ‘레이어 페이퍼 피규어’, 일러스트레이터 이규태 작가님의 책 〈JAEIN〉에서 영감을 받은 ‘마운틴 문진’ 조각을 만들기도 했고요. 한 가지 문제는, 저희 굿즈 대부분은 수제라서 제작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에요.(웃음)

    책은 소장할 수도 있거니와, 책장에서 꺼내 펼치는 순간 작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물건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이 마법은 약해지지 않죠. SNS로 손쉽게 소통하는 지금 같은 시대일수록, 책이 주는 ‘만질 수 있는 아름다움’과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행위는 더욱 매력적인 것 같아요. 콰르텟 프레스가 앞으로도 저희의 아트워크와 주변 작가님들의 작품을 묶은 책을 꾸준히, 그리고 가볍게 툭툭 낼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스팍스 에디션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느낀 건데, ‘물성’이 무척 도드라지는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해보자면, ‘물성이 느껴지는 듯한 시각성’이 인상적이에요. 평면의 인쇄물임에도 책이나 벽돌처럼 손에 한 움큼 잡힐 것 같다고 할까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흐르는 골목〉 전시 포스터와 뮤지션 오타키(OTAKHEE)의 앨범 커버 디자인 시리즈입니다. 2차원 안에 3차원을 부려놓는 두 분의 솜씨에 매혹됐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무척 좋았거든요. 어지혜 작가님이 ‘짜릿함’을 느낀다는 편집 작업 속에, 조각을 전공한 장준오 작가님의 결이 묻어나는 것이라고 제 멋대로 해석해봤습니다. 작업 동료이자 협업자로서 두 분은 어떻게 ‘합’을 맞추시는지 궁금합니다.

    와, 멋진 해석과 말씀에 감동받았어요. 디자인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물론 재미있지만, 디자이너 각자가 지닌 재능이나 관심사를 재료로 써서 자신만의 색을 더 담을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재료가 가진 ‘물성’이나, 빛과 그림자를 담은 ‘색’에 매료되는 편인데요. 이렇게 저희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마음껏 재료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둘 다 좋아하는 관심사가 닮았으면서도 굉장히 대비되는 부분이 있어요. 이를테면 각자의 힐링 음악부터 극명히 달라요. 어지혜가 명상 음악을 좋아한다면 장준오는 록, 메탈 음악을 선호하는 식이죠. 저희는 서로의 이 다름을 잘 존중하고 지켜주는 편이에요. 개인 취향에 대한 매력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까요. 때론 싸울 때도 있지만 유머를 잊지 않고, 심각한 순간에도 즐겁게 작업하려 노력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맞춰가는 법을 계속 배우고 있지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될 프로젝트가 있다면 저희 독자 분들께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울러, 올해 스팍스 에디션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리듬 앤 스팍스’라는 앨범 아트워크 및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음악과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현업 디자이너들부터 학생, 타 전공자들까지 미술을 처음 좋아하게 된 어릴 적 마음으로 돌아가 음악을 그대로 느끼고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워크숍이에요. 매주 작업한 결과물을 나누면서 저희도 영감과 에너지를 받고 있답니다.

    깊은 고민이나 뚜렷한 콘셉트 없이, 감각을 자극하는 대로 표현해보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리프레시 되는 부분이 많아요. 올해도 꾸준히 워크숍을 진행하며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아트워크 작업과 디자인 작업의 균형을 맞추며 즐겁고 건강하게 작업하는 스팍스 에디션이기를 희망합니다.

    장준오와 어지혜,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의 플래그십 스토어 ‘정샘물 플롭스(Plops)’에서.
    이 매장의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스팍스 에디션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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