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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읽자이너 #3 『마생』

    ‘혁신’과 ‘실험’으로 기억되는 이름, 그래픽 디자이너 마생(Massin)의 세계를 엿보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1년 04월 12일

    123 읽자이너 #3 『마생』

    한 달 한 권
    1 제목 | 2 차례 |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 123 읽자이너 ”

     #3 『마생』 

    「123 읽자이너」는 한 달에 한 권, 디자이너들을 위한 책 추천 시리즈다. 책 전체 내용을 요약 설명해드리진 않는다. 진지한 서평을 해볼 참도 아니다. 다만 딱 세 가지, 제목·차례·서문만, 딱 여기까지만 소개한다. 『디자인학: 사색의 컨스텔레이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에 이어, 세 번째 책은 『마생』(마생 글, 올리비에 르그랑 사진, 이화열 기고, 박진영·조희빈 옮김, 사월의눈, 2015)이다.

    ⓒ typography seoul

    1  제목

    『마생』은 마생(Massin, 1925~2020)을 가리킨다.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이며, ‘혁신’과 ‘실험’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곤 하는 바로 그 마생 말이다.(1950년대부터 그는 이름 ‘Robert’를 생략하고 성 ‘Massin’으로만 스스로를 칭했고, 이를 따라 그에 대한 호칭-표기는 ‘Massin’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생을 이야기할 때 꼭 언급되는 대표작이 있다. 영어권 국가에선 ‘키네틱북(the kinetic book)’이라 불리기도 하는 책 『대머리 여가수(La Cantatrice Chauve)』다. 

    「대머리 여가수」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 1909~1994)가 1950년 발표한 희곡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작품을 위시하여 「수업」, 「의자」 등 부조리극 세 편을 묶은 이오네스코 희곡집(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3)이 출판되어 있다. 1964년 마생은 「대머리 여가수」를 책으로 만들었는데, 지금까지도 디자인 분야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작품으로 손꼽힌다.

    펼친 면을 가로지르는 타이포그래피, 대사의 감정선에 따라 서체 종류·크기·굵기를 달리한 편집, 배우들의 다양한 포즈를 고스란히 포착해 실은 등장인물 삽화, 등장인물의 입에서 방사되듯 배열된 대사들, …. ‘혁신’과 ‘실험’ 외에 딱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여전한 화제작, 혹은 클래식. 그것이 마생의 『대머리 여가수』다. 이 책은 1965년 미국판 『The Bald Soprano』, 1966년 영국판 『The Bald Prima Donna』라는 제목으로 각각 영역 출판되며 영미권 디자이너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음 글은 디자인 평론가 스티븐 헬러(Steven Heller)가 지난해 2월 마생 사후에 기고한 에세이다. 마생의 대표작 『대머리 여가수』에 관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풍부하다. 마생이 어떤 인물인지, 『대머리 여가수』가 왜 이토록 중요한지 ‘입문’하는 데 이 글이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듯하다. ➲ 「Robert Massin」 by Steven Heller, 『Design Observer』, 2020. 2. 19.


    2  차례

    마생의 하루 ― 이화열, 텍스트
    사물들 ― 올리비에 르그랑, 사진
    목소리에서 타이포그래피까지 ― 마생, 텍스트
    마생 ― 올리비에 르그랑, 사진
    에필로그 ― 전가경, 텍스트
    마생 연보

    『마생』은 위와 같이 구성된 책이다. 출판사는 이 책을 “다층적으로 보고 읽을 수 있는 사진책”이라 소개한다. 그렇다. 『마생』은 기본적으로 사진책이다. 출판사 사월의눈부터가 사진책을 펴내는 곳이기도 하다.(디자인 저술가 전가경, 북디자이너 정재완이 공동 운영한다.)

    처음 열리는 글 「마생의 하루」는 에세이다. “덧창이 반쯤 내려진 창문으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몽파르나스 거리가 내려다보인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텍스트다. ‘마생’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엽편 소설처럼도 읽힌다. 문장을 음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생의 외모와 내면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챕터인 「사물들」과 「마생」은 올리비에 르그랑(Olivier Legrand)이 직접 찍은 사진 76장을 담았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올리비에 르그랑이라는 인물이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생』 제작 당시 프랑스 재경부 소속 애널리스트였고, 사진은 그의 취미 중 하나라고. 그는 세 번에 걸친 마생과의 만남을 사진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마생』에서 「사물들」은 마생의 사물들을, 「마생」은 마생의 포트레이트를 각각 담고 있다.


    3  서문

    에세이 「마생의 하루」를 이 책의 ‘서문’으로 읽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마생』이 출간된 2015년, 마생은 90세였다. 그리고 5년 후 2020년, 마생은 95세를 일기로 잠에 들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아래 인용문을 입안에 넣어본다면 좋겠다. 『마생』은 그런 책이다. 단번에 삼키기보다는, 입안에서 시간을 들여 굴리고 녹이는, 그렇게 보고 읽는 책 말이다.

    [전략] 유행은 덧없는 욕망처럼 시간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다. 마생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어쩌면 장인정신인지 모른다. 장인이란 내면에 간직한 열정이라는 촛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의 말처럼 “장인과 예술가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마생은 늦은 오후, 햇살이 비치는 거실에 앉아 시가를 피운다. [후략]

    『마생』,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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