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이라는 숫자는 그 특유의 상징성 덕분에 전집이나 선집의 제목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 100선>, 혹은 <태교에 좋은 ○○>, <~라면 꼭 알아야 할 ○○> 같은 뻔한 것들이다. 이런 식으로 많이 우려먹어서일까? 왠지 제목에 100이 들어가는 책은 약간 진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래픽 디자인을 다루는 책에서 100이라는 숫자가 들어간다면 무엇이 나올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것은 역시 작품이나 인물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은 제목 그대로 아이디어라는, 조금 다른 소재로 접근하고 있다. 그리드와 여백 같은 기본적인 디자인 구성 요소, 라우드 타이포그래피나 비대칭 타이포그래피 같은 타이포그래피 아이디어, 프로파간다와 매니페스토 같은 개념적 요소 등 다양한 것을 제시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빅뱅에 비유해 ‘빅 아이디어’라고 칭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연대순 구성. 첫 아이디어인 ‘책(THE BOOK)’에서부터 마지막 아이디어인 ‘디자이너의 웹사이트(DESIGNER’S WEBSITE)’까지, 모든 아이디어는 연대순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아이디어 역시 시작점과 활용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한다.
두 번째는 페이지 구성이다. 16페이지부터 215페이지까지, 아이디어를 보여주는데 정확히 200페이지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아이디어는 양 페이지를 할애해 한 눈에 들어오도록 했는데, 덕분에 책의 중간 아무 부분이나 펼쳐도 한 가지 아이디어만을 마주칠 수 있다. 이 구성은 연대순 배열과 합쳐져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마음대로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좋게 만들어 준다.
“빅 아이디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아이디어일까?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가와 평론가의 입장을 동시에 견지했다는 말이다.”
현재가 다양한 과거 위에 쌓여 만들어지듯이 그래픽 디자인 역시 다양한 과거가 쌓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장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픽 디자인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은 그런 점을 주지하고 각각 아이디어에 대해 좋다/나쁘다가 아닌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시선은 책이 선정한 아이디어는 물론이거니와, 그래픽 디자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서 정보
<그래픽 디자인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저자: 스티븐 헬러+베로니크 비엔느
역자: 이희수
감수: 송성재
출판사: ㈜시드포스트
출간일: 2012.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