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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French Haunted House: 프랑스 젊은 작가 전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유령의 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 작품들은 일정한 동선 없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한 열린 시나리오처럼 구성되어 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4월 30일

    The French Haunted House: 프랑스 젊은 작가 전

    유령의 집, 호기심을 동반한 두려움. 그 으스스함에 자꾸 끌리는 건 쉽사리 경험해보기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상이라는 안정적인 공간이 기다리기에 순간의 무서움을 자극하는 판타지는 오히려 달콤하기까지 한 것. 사람들이 공포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러하리라.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은 제목처럼 마치 유령의 집에 방문한 듯, 몽환적이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주는 독특한 전시이다. 또한, 중간중간 트릭처럼 심어 놓은 위트는 전시를 더욱 반짝이게 한다.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2012년부터 매해 한 국가와 연계하여 국내에 소개된 바 없는 각국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에 이어 두 번째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이 지원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생생한 현대미술 현장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프랑스 미술이라 하면 과거 르네상스나 낭만주의 작가와 작품들만 떠오르는 것이 사실. 이를 환기하고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 전경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유령의 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 작품들은 일정한 동선 없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한 열린 시나리오처럼 구성되어 있다.

    전시를 구성하는 이 시나리오의 첫 번째 이야기는 젊은 예술가들이 서양 미술사와 맺고 있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관계에 기반을 둔다. 피카비아(Picabia), 마그리트(Magritte), 뒤샹(Duchamp) 등과 같은 현대미술 대가들의 예술혼이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고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조명한다.

    [상단부터 시계방향]
    다미엥 카디오 Damien Cadio_Untergang (침몰), 2012_Oil on canvas_24 x 30 cm
    다미엥 카디오 Damien Cadio_Pilon_2011_Oil on canvas_24 x 30 cm

    다미엥 카디오 Damien Cadio_French Window_2011_Oil on canvas_24 x 30 cm

    시나리오의 두 번째 이야기는 전시 작품들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관계 속에서 펼쳐지는데, 각 작품은 영화 한 편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다미엥 카디오(Damien Cadio)의 회화 작품, 테오 메르시에(Théo Mercier)의 조소 작품, 엘레오노르 쌩타냥(Eléonore Saintagnan)의 비디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이 영화의 배우들이 된다.

    테오 메르시에 Theo Mercier_La famille invisible (투명 가족), 2012_Resin_190 x 140 x 70 cm

    다미엥 카디오의 인물들은 안과 밖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표정이 정확히 드러나진 않으나 우울하거나 미스테리한 감성을 품고 있는 것. 반면 테오 메르시에의 <투명 가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외국 유령의 섬뜩한 모습에 선글라스를 착용함으로써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낸다. 엄마 유령을 감싸 안은 아빠 유령의 손에 프랑스산 담배가 쥐여 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한국 담배로 바뀌었다는 후문. 블랙 유머 코드를 가진 작가의 위트가 재미있다. 엘레오노르 쌩타냥의 비디오 작품 <서클> 속 인물들은 한창 질풍노도의 불안한 시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들이다. 이 작품을 현지 유령의 집에서 촬영하려 했지만, 허가 문제로 불발되자 이 학생들의 학교 내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유령의 집을 영상 배경으로 하여 학생 한 명씩을 카메라 앞에 세웠는데, 아무 말도 없는 학생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당혹스러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들이다. 아마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곤란한 질문을 받았기 때문인데, 작가는 대답이 나오기 바로 직전의 표정들만 포착해 유령의 집과 매치하여 기이한 장면을 연출했다.

    엘자 사알(Elsa Sahal)의 도자, 네일 벨루파(Neïl Beloufa)의 설치 작품, 플로랑스 뤼카(Florence Lucas)의 프린트 이미지, 기욤 콩스탕탱(Guillaume Constantin)의 디지털 이미지 슬라이드 쇼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형상화되어 있다. 특히 플로랑스 뤼카의 일러스트 작품들이 인상적인데, 그녀는 에로티시즘, 폭력, 성(性), 구속, 꿈, 악몽 등을 주제로 긴장감 넘치는 그림을 주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전시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 속 인물과 똑같은 상황에 놓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등 특별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

    죠나탕 비네 Jonathan Binet_Le plus loin possible (가능한 한 멀리), 2012_Variable dimensions

    그리고 조나탕 비네(Jonathan Binet)의 라카 스프레이 작품, 줄리 베나(Julie Béna)의 사진 작품, 줄리앙 살로(Julien Salaud)의 변종 동물 조각 작품을 통해 영화의 줄거리를 엮어낸다. 특히 조나탕 비네의 작품은 전시관과 전시관을 이어주는 통로에 설치되어 그냥 지나치기 쉬우나 모르고 넘어가면 정말 아쉬운 작품 중 하나이다. 새하얀 벽 윗부분엔 라카 스프레이를 뿌린 자국이, 벽 하단에는 그것을 되도록 높이 뿌리기 위해 발로 디뎠던 자국이 있다. 그는 신체와 캔버스 그리고 이 둘을 내포하는 공간과의 관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성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무수한 가능성에 관해 탐구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 공간에 대한 설명 글과 이미지로만 작품을 구상하였으며, 자신의 요구에 따라 서울 현지에 있는 어시스턴트가 작업을 이행한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엠마누엘 라갸리그(Emmanuel Lagarrigue)와 스테판 비니(Stéphane Vigny)의 설치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음향은 전시 전반을 아우르는 사운드 트랙이 되어 한 편의 영화로서의 전시를 완성하게 된다. 엠마누엘 라갸리그는 자신의 경험을 소리와 빛으로 재해석해내는 작가이다. 그가 만든 공간을 통해 관람객들은 이야기, 텍스트, 서술의 세계를 마치 실재처럼 경험하게 되는 것. 이번 설치 작품은 작가가 내한하여 찾은 서울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답답하면서도 우아한, 어두우면서도 도시 특유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음악 중간중간 들리는 목소리는 프랑스 소설을 읊조리는 작가 본인의 목소리. 프랑스어 특유의 감미로움은 낭만적인 느낌마저 든다.

    프랑스 미술의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맥락을 되짚고 다양한 조형 실험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한 편의 실험 영화와도 같은 구성으로 제시되었다. 그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은 재기 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도전은 한국의 아티스트에게도 깊은 영감과 도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플로랑스 뤼카 Florence Lucas_Untitled (무제), 2012_Layout Schoellershammer 75g_A4 (21 x 29.7 cm) 

    전시 정보

    The French Haunted House: 프랑스 젊은 작가 전

    기간: 2013년 3월 15일(금) ~ 2013년 6월 8일(토)

    장소: 송은 아트스페이스

    관람 요금: 무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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