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디지털 시대, 포스터의 미래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한국, 서울> 전시 리뷰


    글, 사진. 배성진(TS편집팀)
    사진 제공. 정해리(SUPERSALADSTUFF)

    발행일. 2024년 08월 30일

    디지털 시대, 포스터의 미래

    2001년 시작을 알린 〈100 베스테 플라카테 D A CH〉는 매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제작된 포스터 중 창의적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100선을 뽑아 전시하고 아카이브 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종이 매체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아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포스터가 가진 물성의 힘을 신뢰하는 것이다. 한순간 재생되고 사라지며 시간의 유한성을 활용하는 게 디지털 매체의 매력이라면, 시간을 붙들어 새로운 사색으로 이끄는 우직함은 포스터로 대표되는 종이 매체만이 지닌 힘일 것이다. 
    어느덧 한국에서도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가 2024년 8월 23일부터 9월 29일까지, 두성 페이퍼 갤러리에서 포스터에 담긴 동시대적 의미를 묻는다.
    
    이전 아티클 보러가기 ➲전시 프리뷰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한국, 서울〉」,
    『타이포그래피 서울』, 2023. 8. 23.

    순위 없이 동등한 대안적 포스터 대회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한국, 서울

    2024년 08월 23일,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가 유럽에서 건너온 100점의 포스터와 함께 관객을 맞았다. 시간과 효율이 생명인 시대, 무엇보다 일상의 영역에까지 ‘큐레이션 서비스’가 깊이 침투한 요즘. 100점의 포스터를 눈앞에 둔 관객들은 내심 “올해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작품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위를 매기거나 최고작을 선정하지 않는 건 〈100 베스테 플라카테〉가 강조하는 중요한 정신 중 하나다. 100점의 포스터 모두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기꺼이 다른 포스터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조연이 되기도 하는 평등한 공간.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에서는 순위 없는 100점의 포스터 사이에서 마음껏 길을 잃어도 좋았다.

    “대회의 목적은 모든 제출물 중에서 의미 있는 100점 작품을 선택하여 순위나 상금 없이 여러 전시회와 연감을 통해 동등하게 발표하는 것입니다.”

    100 Beste Plakate e. V. (100 베스테 플라카테 협회)

    도심 속 포스터 정글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같은 전시가 열리는 다른 유럽권 도시에서는 따로 콘셉트나, 비주얼 작업을 하지 않고 통일된 키 비주얼을 활용해요. 모두가 공유하는 해당 연도의 맥락 안에서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만의 콘셉트를 가져가는 건 한국만의 재밌는 특징이죠. 올해의 콘셉트는 ‘도심 속 포스터 정글’이에요.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 100점의 포스터가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정글을 이루었다는 설정으로,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 특유의 자유분방한 감각을 담아내고자 했어요.”

    – ‘로호타입(rojotype)’ 김기창 디자이너

    올해에도 어김없이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의 문을 열고 관객을 맞이한 로호타입은 매년 같은 전시를 준비하는데도, 매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에서는 어떤 지점을 주목해 보는 게 좋을까?

    첫째로 포스터 크기가 작년 선정작들에 비해 더욱 커진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본 전시의 많은 포스터들이 우리가 익히 아는 A 판형을 벗어나 있는데, 버스 정류장에 붙는 ‘City Light Poster’(이하 CLP)와 스위스의 대표 포스터 규격인 ‘WELTFORMAT’(이하 뷀트포메트)’가 특히 인상적이다. 가장 작은 판형으로 소개되는 A2 판형과 대조해 보면 다양한 크기의 작업이 주는 즐거움이 더욱 감각적으로 와닿을 것이다.

    ▲다양한 판형들이 전시된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장 전경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확장된 전시 공간이다. 특히 1층에 위치한 ‘두성 페이퍼 갤러리 아카이브’에서는 뷀트포메트로 제작된 스위스 포스터들이 대거 전시되고 있다. 이 공간은 2층과 3층의 기존 전시 공간과 달리, 조도가 낮고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포스터들이 길거리에 붙여진다는 특성을 감안할 때, 공간 특유의 분위기가 실제 포스터가 활용되는 맥락과 잘 어우러져 각각의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두성 페이퍼 갤러리 아카이브에 전시된 뷀트포메트 포스터들

    마지막으로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만의 특별전과 워크숍 역시 눈여겨보아야 할 특징이다. ‘〈특별전 with 정해리 / SUPERSALADSTUFF〉’ 섹션에서는 한국의 디자이너 정해리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겸 출판사인 ‘SUPERSALADSTUFF’의 개성적 표현 방식을 통해 수집, 분류, 재정렬된 결과물을 감상할 수 있다.

    ‘SUPERSALADSTUFF’의 워크숍 〈p, o, s, t, e, r, 포, 스, 터〉는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를 기념하며 정해리(SUPERSALADSTUFF)가 진행한 3일간의 워크숍으로, 포스터 형식의 다양한 구현 방식을 탐구하는 스터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 19명은 포스터 디자인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하거나 지시문 형태로 주어진 제약을 활용하여 실험을 진행한다.

    ▲SUPERSALADSTUFF의 워크숍 〈P, o, s, t, e, r, 포, 스, 터〉 DAY 1, 사진. 정해리(SUPERSALADSTUFF)
    ▲SUPERSALADSTUFF의 워크숍 〈P, o, s, t, e, r, 포, 스, 터〉 DAY 1, 사진. 정해리(SUPERSALADSTUFF)
    ▲SUPERSALADSTUFF의 워크숍 〈P, o, s, t, e, r, 포, 스, 터〉 DAY 1, 사진. 정해리(SUPERSALADSTUFF)

    포스터 제작 과정에서는 ‘p, o, s, t, e, r, 포, 스, 터’ 중 하나를 주제로 선택하고, 정해리의 지시문 카드(텍스트, 레이아웃, 그래픽 개체 등 40가지 중 20가지를 추가) 중 두 개 이상의 지시문을 적용하여 실험적인 포스터를 A4 흑백 프린터로 출력했다.

    ▲SUPERSALADSTUFF의 특별전 전시, 사진. 정해리(SUPERSALADSTUFF)
    ▲SUPERSALADSTUFF의 특별전 그리고 〈P, o, s, t, e, r, 포, 스, 터〉 워크숍 전시

    특별전 외에도 세 가지 워크숍이 진행되며, 이 워크숍들은 포스터를 분석하고 탐구함으로써 매체로서의 포스터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워크숍 정보 확인하러 가기 
    
    슈퍼샐러드스터프 포스터 디자인 워크숍 〈P, o, s, t, e, r, 포, 스, 터〉
    정미정 포스터 디자인 워크숍 〈디지털 꼴라주로 포스터 만들기〉
    임솔 포스터 디자인 워크숍 〈디지털 곤죽 만들기〉

    만지는 포스터, 듣는 포스터 
    다채로운 인쇄 방식과 고유한 이야기로 무장한 개별 작품들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는 눈으로 보기만 하는 전시가 아니다. 유럽에서 넘어온 오리지널 포스터 100점을 손으로 직접 만지며 낯선 인쇄 기법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각각의 포스터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다채로운 현장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순위가 없기에 관객의 주관적인 관점이 곧 정답이 되는 곳. 『타이포그래피 서울』의 오감을 사로잡은 포스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낯설지만 재밌는 인쇄 기법의 포스터,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포스터들을 『TS 편집팀』의 TMI와 함께 소개해 본다.

    인쇄 기법이 재밌어!” 재질감이 느껴지는 포스터

    weltformat graphic design festival 2023

    (2023, 실크스크린, 895*1280mm (f4 weltformat), 취리히, 스위스, 카테고리 )

    뷀트포메트 포스터 위주의 그래픽 디자인 페스티벌을 위해 제작된 포스터. 루체른에서 매년 열리는 〈뷀트포메트 그래픽 디자인 페스티벌(weltformat graphic design festival)〉에서 선정된 8명의 디자이너가 협업해 제작한 작품으로, 각 디자이너의 개성이 반영된 흥미로운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예를 들어, ‘니클라우스 트록슬러(Niklaus Troxler)’의 작업에서는 그의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테이핑 기법이 활용되었으며, 이러한 디테일이 작품에 감춰져 있어 보는 이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각 디자이너의 표현이 하나로 모여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업이 완성되었다.

    연관 아티클 보러가기 
    
    [전시] 포스터를 통해 포스터 보기, 〈뷀트포메트 코리아〉 
    『타이포그래피 서울』, 2016. 8. 25
    ▲실크스크린 인쇄의 원리
    ‘실크스크린 인쇄’는 판화 기법의 하나로, 사용하는 판이 실크로 되어 있어 ‘실크스크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감광액을 도포한 스크린 판에 검은색 필름으로 도안된 부분을 붙이고, 열이나 빛을 사용해 도안된 부분을 녹여 구멍을 만든다. 이 구멍을 통해 잉크가 통과해 도안이 인쇄된다. 따라서 실크스크린 인쇄는 공판화 기법의 하나로 분류된다.

    jugend im bruch

    (2023, 실크스크린, 1185*1750mm (CLP), 베를린, 독일, 카테고리 )

    오데르브루흐 박물관 ‘Altranft’의 연계 주제인 ‘브루흐의 청년’을 위한 포스터는 전시, 토론, 이벤트, 연극 프로젝트 및 인터뷰를 통해 오데르브루흐 지역 젊은이들의 삶을 탐구했다. 매년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에 단골로 선정되는 헤닝 바겐브레스(Henning Wagenbreth)는 이미 그의 작업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는 실크스크린 인쇄를 고집하며, 뛰어난 일러스트 그래픽 밀도와 색상 사용으로 유명하다. 이번 포스터는 CLP 판형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는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에서 가장 큰 판형인데 직접 전시장을 방문해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s am – homo urbanus

    (2023, 실크스크린, 895*1280mm (f4 weltformat), 바젤, 스위스, 카테고리 )

    스위스 건축 박물관(Schweizerisches Architekturmuseum, 이하 SAM)에서 열리는 베카 & 르무안(Béka & Lemoine)의 ‘Homo Urbanus – 도시 지형 오디세이’ 전시회 포스터가 제작되었다. SAM의 포스터는 독특한 조형 감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클라우디아 바젤은 근 10년간 이 행사 포스터를 담당하며, 대형 도형에서 시작해 점차 세밀한 정보 타이포그래피로 완성되는 그래픽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포스터는 일반적으로 타이포그래피, 이미지, 그래픽 등 세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구성하여 디자인된다. 본 작은 실크스크린 인쇄에서 흔히 보이는 오버프린트와 녹아웃을 자주 볼 수 있다. 실크스크린 인쇄의 특성상 완벽한 핀 맞추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이러한 인간적인 특성이 실크스크린 포스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s am – homo urbanus

    amériques noires

    (2023, 디지털 인쇄,  895*1280mm (f4 weltformat), 라쇼드퐁, 스위스, 키테고리 )

    ‘Les Amériques Noires’를 주제로 한 이 포스터는 미국, 브라질, 콜롬비아, 우루과이, 세인트 키츠의 국기와 범아프리카 색상을 반영해 제작되었다. 흔히 스위스에서는 실크스크린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이 포스터는 디지털 인쇄 방식을 사용했다. 인쇄는 우들리 인쇄소에서 진행되었으며, 이 인쇄소는 실크스크린 작업을 주로 하다 최근 디지털 인쇄로 전환했다. 우들리 인쇄소의 디지털 인쇄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라텍스 분사 방식을 사용한다. 라텍스 분사 디지털 출력의 장점은 라텍스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며, 과정이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종이에 붙은 라텍스 잉크를 쉽게 제거한 뒤 종이를 분리하여 배출할 수 있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amériques noires
    ▲디지털 인쇄의 원리
    ‘디지털 인쇄’는 디지털 기반 이미지에서 직접 인쇄하는 방식이다. 옵셋 인쇄와 달리 ‘디지털 인쇄’는 장당 비용이 더 들지만, 잉크 입자 가루를 직접 분사하여 인쇄한다. 이에 따라 인쇄용 판을 제작하는 기술적 단계와 비용이 제거되며, 소량 인쇄 시 경제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디지털 인쇄는 주문형 인쇄, 짧은 총 처리 시간, 그리고 각 인쇄 부수에 수 대한 데이터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곁들여 음미하는 포스터

    woman life freedom 

    (2023, 디지털 인쇄, 700*1000mm (b1), 베를린, 독일, 카테고리 )

    포스터 시리즈 ‘Woman Life Freedom’은 이란에서 평등, 자유, 정의를 위한 여성 투쟁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Iranian Women of Graphic Design’과 ‘Iranian Design Association’을 포함한 다양한 이란의 조직과 개인이 지원한 이 포스터는 반정부 활동가이자 이란 여성운동의 희생자인 하디스 나자피(Hadis Najafi), 니크타 에스판다니(Nikta Esfandani),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의 초상화를 담고 있다.

    ▲woman life freedom

    24 years robert johnson

    (2023 옵셋 인쇄, 841*1189mm (a0), 베를린, 독일, 카테고리 )

    로버트 존슨 테크노 클럽의 24주년을 기념한 포스터. 이번에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의 연사로서 초청한 도미니크 켈러 (Keller Dominik)의 작업인 ‘24 years Robert Johnson’은 평소 음악, 클럽 문화와 친숙한 도미니크 켈러가 로버트 존슨 테크노 클럽을 위해 선사한 옵셋 인쇄 포스터 시리즈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계열 디자이너들과 이미 많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미니크 켈러는 재미있고 눈에 띄는 비비드한 작업으로 유명하다.

    도미니크 켈러의 강연은 9월 8일 두성종이 서초 본사 디*라운지에서 진행된다.

    ▲24 years robert johnson
    ▲옵셋 인쇄의 원리
    ‘옵셋 인쇄’는 인쇄판과 고무 롤러를 사용하여 종이에 인쇄하는 방법이다. 금속으로 제작된 인쇄판에 도포된 잉크가 고무 롤러를 통해 종이에 전달된다. 인쇄판은 빛을 받으면 성질이 변화하는 도료로 칠해지며, 이 도료가 감광된 화면에 인쇄된다. ‘옵셋 인쇄’는 석판 인쇄와 유사하며, 잉크가 묻어야 하는 부분은 물을 밀어내고, 잉크가 묻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물을 머금는 성질을 가진다. ‘offset’이라는 이름은 금속 인쇄판이 직접 종이에 닿지 않고 중간의 고무 롤러를 통해 잉크가 전달되기 때문에 붙여졌다. 이 방식 덕분에 금속 인쇄판이 손상되지 않고 대량 인쇄가 가능하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만 읽길 바랍니다!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의 재밌는 뒷 이야기

    “종이 포스터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를 주최한 ‘로호타입(rojotype)’이 올해 상반기 유럽 출장 중 대회의 우승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인터뷰이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종이 포스터의 힘을 믿으며, 그것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많은 이들이 종이 매체의 종말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확신을 갖는 근거가 더욱 궁금해진 『TS 편집팀』은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로호타입과 추가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TS』
    올해 상반기에 유럽 출장을 다녀오셨잖아요. 한국 전시의 주최자로서 한국과 스위스의 포스터 문화에 대해 다르게 체감한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김기창』
    여전히 인쇄 기법이나 포스터 매체에 대한 존경이 느껴졌어요. 한국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포스터에서 포스터라는 매체에 대한 실험적 정신이 돋보이지만, 스위스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스위스는 종이 매체로서 존재하는 포스터를 선호하고, 디지털 매체에 비해 여전히 종이 포스터가 효과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실제로 스위스에 가면 포스터 게시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TS』
    재미를 느끼셨던 부분이 궁금해지는데요. 상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기창』
    두 개의 게시대가 세워져 있다면, 절반은 유리로 되어 있고 나머지 절반은 더러운 벽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포스터인데 왜 이렇게 구분해 놓았지? 하고 의아했어요. 알고 보니 유리 게시대는 시에서 관리하고 게시할 권리를 판매하는 게시대였고, 나머지는 여러 장이 불규칙하게 붙어 있었죠. 포스터는 유통기한같이 날짜가 중요하잖아요. 날짜가 끝나는 순간, 아무나 그곳에 포스터를 덧대 붙여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점이 자유롭고 재밌었어요.

    『홍슬기』
    둘 다 같은 공공성을 지니지만, 하나는 무료로 모두에게 열린 공공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가 상업적으로 허락한 공공성이었죠. 민간이나 상업 분야에서 포스터라는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의 현수막과 같은 매체가 스위스에서는 포스터로 발현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TS』
    오랜 기간 동안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오신 주최자의 포스터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돋보입니다. 본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홍슬기』
    저희는 유럽의 포스터 접근법이 한국과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느꼈고, 이런 차이를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포스터 포맷을 보수적으로 다루는 것이 특징인데요. 종이 포스터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강하고, 새로운 매체에 대한 반응이 좀 더 신중합니다. 반면, 한국은 더 수용적이고 다양한 매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전시와 관련된 인터뷰 또는 도슨트에서 유럽 문화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기창』
    한국에서는 효율성과 신속함 덕분에 포스터가 디지털 인쇄와 매체로 많이 이동한 것 같습니다. 금속활자 인쇄 시대를 지나 갑자기 디지털로 전환된 느낌이죠. 지면 인쇄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보니, 표현의 자유와 수정의 용이성을 가진 디지털 인쇄와 스크린 매체가 많이 대체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지면 인쇄의 고유한 특성과 깊이가 간과된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면 인쇄의 특성을 체험하고 소통하며, 종이 포스터만이 가진 힘을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한국 전시장 입구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한국, 서울〉
    
    주관 ‘100베스테플라카테 협회’
    @100besteplakate
    @100besteplakate_kr
    
    주최 ‘로호타입’, ‘두성종이’
    @rojotype @doosungpaper
    
    후원 ‘제로랩’
    @zero_lab
    
    2024년 8월 23일~9월 29일
    추석연휴 휴관
    평일 10~17시(16:00 입장 마감)
    주말 10~18시(17:00 입장 마감)
    두성페이퍼갤러리 (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23길 41)

    연관 아티클 보러가기 ➲[전시] 100 베스테 플라카테: 100개의 베스트 포스터 2015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D.A.CH」, 
    『타이포그래피 서울』, 2016. 8. 25.
    
    「[전시] 포스터를 통해 포스터 보기, 〈뷀트포메트 코리아〉」,
    『타이포그래피 서울』, 2017. 5. 25.
    
    「전시 프리뷰 〈100 베스테 플라카테 23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한국, 서울〉」,
    『타이포그래피 서울』, 2023. 8. 16.
    
    「인터뷰 〈때때로 빨강, 가끔씩 로호, 결국엔 'rojotype'〉」,
    『타이포그래피 서울』, 2023. 8. 26.

    Popular Review

    인기 리뷰

    New Review

    최신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