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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디렉터 최용석

    타이거 JK, 윤미래, 비지(Bizzy)와 함께 일하는 최용석


    글. 인현진

    발행일. 2013년 08월 30일

    아트 디렉터 최용석

    누구나 한 번쯤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국회의사당 지붕이 열리면서 태권브이가 출동한대." 그러나 설마 진짜로 보게 될 줄이야. 비록 영상이긴 했지만 태권브이 주제곡이 흐르면서 국회의사당에서 태권브이가 나타나는 장면을 보았을 땐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꺄아! 이거 누가 만들었어? 그리고 조용필의 헬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또 한 번 꺄아! 도대체 이거 누가 만들었어? 내놓는 작업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룸펜스’ 아트 디렉터 최용석을 만났다.

    최근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는지 근황을 좀 말해주세요.

    타이거 JK와 윤미래 그리고 비지라는 새 팀하고 독립해서 레이블을 차렸어요. 9월에 나올 작업을 준비하고 있고 조용필 일본 진출과 관련한 뮤직비디오랑 이효리가 스피카와 함께 온 스타일에서 방송하는 게 있는데 거기에 들어갈 영상작업을 하고 있어요. 최근 아들이 태어나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다방면으로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태권브이 영상인가요?

    그땐 기술적으로 신기해서 그랬는지 많이들 좋아해 주셨는데 사실 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프로젝션 맵핑하는 사람이라고 이미지가 굳어진 탓도 있고요. 안 해본 거를 해보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해서 전시나 공연, 뮤직비디오 작업도 재미있게 도전해본 것 같아요. 설치작업이나 인터렉티브 등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아요. 깊이는 없이 두루두루 넓게 하고 있습니다(웃음).

    보기엔 몇 분짜리 영상이지만 엄청난 수고가 들잖아요. 노력도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그냥 일상의 웨이브가 다 그쪽에 가있으니까요. 공부를 계속 하는 거죠. 제가 잘나서 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기회가 오거나 해야 할 목표가 생기면 대부분 잘 해내실 거예요.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광고감독이 되려면 조감독 생활을 몇 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모르는 것도 엄청 많았어요. 하지만 이걸 해야 하는 기회가 왔을 때 제 나름대로 쌓아온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드니까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한 번 하면 거기에서 노하우가 또 생기고요. 그런 성취와 재미 때문에 계속 하게 됐죠.

    룸펜스라는 이름엔 어떤 유래가 있나요?

    대학 다닐 때 저랑 비슷한 친구들끼리 학교 창고 같은 데서 매일 작업을 했어요. 이 수업은 재미없고, 저 수업은 안 좋고 뒷담화 하면서(웃음). 그럴 때 가끔 교수님들이 문 열고 들어오시면 “이런 룸펜 같은 놈들~” 이러셨는데 그게 또 괜히 멋있어서 이름으로 지은 거죠. 다들 취업하고 유학 가고 저 혼자 남아서 하고 있지만요. s가 붙은 이유는 URL 도메인이 룸펜이 있어서(웃음) 언젠가는 여러 명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고요. 현장에서 룸 감독님이라고 부르거나 펜스야 이러기도 해요.

    ▶MFBTY의 Sweet Dream M/V 
    ▶SPICA의 Tonight Teaser M/V
    그가 작업한 영상물에선 자연스러운 리듬감이 느껴진다. 소리를 끄고 화면만 보아도 저절로 몸을 흔들게 하는 흐름이 있다. 물방울이 모여 강물을 이루고 강줄기가 모여 바다로 흘러가듯 하나하나의 이미지는 연속된 동작으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탄생한 리듬은 그 자체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 중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가 있듯, 그 타고난 감각이야말로 그를, 그의 작업을, only one으로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타이거 JK 형과 미래를 만난 일이에요. 두 사람하고는 코드가 정말 잘 맞아요. 처음엔 뮤지션과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만났지만 편하게 지내다 보니 제 결혼식에서 축가도 불러주시고 제 아들에 대한 노래도 만들어주셨어요. 그리고 이효리 누나. 이 고양이도 효리 누나가 구해준 고양이에요. 제가 격식 차리는 걸 싫어해서 잘 안 맞는 분도 있지만 일단 마음이 통하면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게 돼요.

    영상작업을 언제부터 하게 되신 건가요?

    아주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부유하게 잘살다가 집안이 몰락하면서 고등학교 내내 가수들 뒤에서 춤추는 일을 했는데 춤은 못 춰서 그만뒀어요(웃음). 그땐 생각 못 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때 겪었던 현장 경험이 도움된 것 같아요. 미대 갈 생각은 전혀 안 하다가 스물한두 살 때쯤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미술학원엘 다녔죠. 진짜 열심히 했어요.

    룸펜스의 작업은 영상과 소리의 조합이 탁월하다는 피드백이 많던데 타고난 감각인가요?

    제가 춤을 춰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리듬감이 있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이건 그냥 있어 보이려고 척하는 이야기고요. 저보다 더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제 장점이라면 쫄지 않는 거?(웃음) 요샌 눈들이 다 높잖아요. 의뢰하는 분들의 수준이 더 높으세요. 요구하는 퀄리티도 높고요. 진부한 건 저도 싫어서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같이 작업하는 동생들이 구리다고 하는 게 제일 무서워요(웃음).

    작업하면서 혹시 원칙처럼 지키고 있는 게 있으신가요?

    잘 지키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웃긴 걸 좀 넣으려고 해요. 유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슬픈 내용이라고 해도 재미있든 화려하든 담백하든 저희만 아는 거라고 해도 유모를 넣는 걸 좋아해요. 사회적인 풍자까진 아니어도 뭔가 사회 현상에 대한 장난? 조롱?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유머를 숨겨놓는 걸 되게 좋아해요. 또 한 가지 원칙이라면 추억이 되지 않는 작업은 안 하고 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과정이 재미있고 나중에도 그땐 이랬지 저랬지 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업을 우선으로 고르죠.

    ▶프로젝트 V.A.J.P ‘Grid’
    ▶윤미래의 Get It in M/V
    ▶프로젝트 V.A.J.P ‘Grid’
    ▶윤미래의 Get It in M/V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하는 일인데도 그의 작업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 일 속에서 일을 한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소통'을 하면서 일을 해서일까. 그는 꿈꾸는 눈동자로 먼 곳을 그리워하고 소년의 심장을 지닌 채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옆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그가 만드는 영상은 그 기록이며 글이고 말이다. 영원히 늙지 않을 듯한 지구별 여행자, 세상에 오직 한 사람, 이야기꾼 룸펜스. 그의 다음 작업이 몹시 궁금하다.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 있다면요?

    윤미래 뮤직비디오였는데 그게 제대로 만들어본 첫 작품이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를 좋아해서 킬 빌처럼 만들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대로 흉내 내면 안 되니까 우리식으로 바꿔서 프로젝션 맵핑도 넣고 액션, 와이어, C.G, 살수까지 다 넣었죠. 경험도 없고 부족한 게 많으니 시간 배분도 못 해서 다들 고생했어요. 10시간 걸릴 줄 알았는데 32시간 걸렸거든요. 타이거 JK 형이 아직도 그 얘기해요. 너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비는 엄청 맞고 되게 힘들었다고(웃음). 그래도 굉장히 신 나고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으세요?

    특별히 어떤 작업을 해야겠다는 건 없고요 계속해서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요. 지금은 일단 여행을 좀 길게 갔다 왔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 여행기를 영상으로 담고 싶어요. 어떤 설명 없이 그 영상 한편 보면 정말로 거기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요. 여행지는 대자연이 좋아요. 그런데 생각만 할 뿐이고 당분간은 육아 때문에 꼼짝 못할 것 같아요(웃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건 내가 하길 진짜 잘 했다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요?

    다 잘 한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춤춘 것도 일반적인 시각에선 날라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뭔가가 있었거든요. 그때 알았던 춤추던 형들이 지금은 아이돌 기획사에서 안무를 하고 있기도 하고. 다른 시각에서 보면 문화적으로 깨어 있었다는 의미도 되니까요. 대학을 간 일도 그래요. 수업이나 학교가 좋아서라기보다 좋은 친구들과 동료들을 만났으니까요. 취업 안 한 것도 잘 한 것 같고, 결혼해서 아기를 낳은 것도 잘 한 것 같아요.

    이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우선은 나 이런 일 한다고 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아, 난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고 싶은데 아무도 나한테 일을 안 주겠지, 누구 밑에서든 몇 년은 더 일해야겠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러지 말고 학생이라도 감독인 것처럼 그냥 자기가 하나 만들어보면 되거든요.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올려놓고. 그게 재밌으면 의외로 기회가 쉽게 와요.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빨리 만들어보세요. 저 같아도 좋은 대학 나오고 학점 좋은 애보다 감각적으로 잘 만든 작업 하나 갖고 있는 친구한테 일을 맡기고 싶거든요. 작업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즐겁게 하세요. 아, 그리고 폰트는 꼭 사서 쓰세요(웃음).

    ▶조용필의 Hello M/V 이미지
    ▶조용필의 Hello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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