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업도 거기에서 한 거야? 두 남자가 만들어가는 스튜디오 MYKC는 한 가지 색깔로 성격을 규정하기 어렵다. 원하는 방향만 고집하거나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작업을 한다는 면에서 성실함과 창의성의 균형을 잘 잡아간다. 사디(SADI)에서 만난 이후 지금까지 신뢰를 잃지 않고 꾸준히 협업을 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성격과 기질을 존중하면서도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는 두 남자, 스튜디오 이름도 각자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따서 만들었다. 김기문의 KM, 김용찬의 YC. 그것을 다시 섞어 나온 이름이 MYKC다.
스튜디오를 알뜰하게 운영하시는 것 같아요. 창업할 때도 큰돈이 안 들었다면서요?
김기문
둘이 사디에서 만나서 시작했는데 가진 것도 없었고요. 작업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학교에서 지원해준 덕분도 있고. 지금도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들은 노트북 들고 카페로 가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공간이 있으면 안정적으로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용찬
스튜디오 오픈할 때도 불안한 건 없었어요. 도움 주신 분들도 많아서 정말 감사하고요. 현업 쪽에 많은 분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운도 따라줬고요. 좋은 일도 많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해요. 그 과정을 다 노출하지는 않지만요.(웃음)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떻게 두 분이 함께하게 된 거예요?
김용찬
전 4~5년 정도 현장에서 실무를 하다가 복학을 했는데 형은 당시 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보니까 1등으로…(웃음). 전 그냥 거기에 묻어가자 이런 생각을 했죠(웃음). 1학년 때부터 같이 작업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맞추기는 쉬웠던 것 같아요. 취업하기보다 창업하자는 생각도 마음도 잘 맞았고요. 교수님께서 스튜디오를 내봐라, 지원해주셔서 하게 되었어요.
김기문
비슷한 성향끼리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는 다른 면을 많이 갖고 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너지 효과도 많이 나고. 일하면서 비슷해지기도 하는데 합쳐졌다가 분리되기도 하고 작업마다 성격이 달라지는데 같이 하기엔 좋죠. 오래 일해도 생활을 간섭하거나 이런 일은 없으니까. 저흰 오늘 뭐 먹지 고민할 때가 제일 진지해요.(웃음)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는 일상도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요.
김기문
아주 일상적인 삶이에요. 전혀 기행적이지 않고.(웃음)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하나를 봐도 계속 곱씹는 것은 있지요. 사무실에서 노트에 아이디어를 써보기도 하고 출퇴근할 때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책을 보거나 사람들을 보면서 환기하기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편이에요. 다른 분야의 것을 디자인에 적용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김용찬
전 기본적으로 인내하는 게 중요하고요(웃음). 예전엔 레퍼런스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요즘엔 의도적으로 안 보려고 해요. 시각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에서 다르게 보게 되는 것도 있고 집중도도 높아지고요. 서로 장점이 달라서 한 사람이 크게 보면서 툭툭 던지면 다른 한 사람은 세부적인 완성도를 보니까. 일상에서 중요한 건 밥 먹는 시간 잘 지키는 것?(웃음)
스튜디오가 연차가 쌓이면 어느 정도 스타일이 잡히는데, MYKC는 자유로운 것 같아요.
김기문
그런 얘기 많이 하세요, 어찌 보면 중구난방이죠(웃음). 스타일이라는 게 올곧게 가면서 그것의 최고봉으로 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때마다 응용을 해가면서 다른 모습을 제시하는 것도 괜찮다고 봐요. 저희 스튜디오 이름도 이게 뭘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고요.
김용찬
일을 다양하게 하다 보니 클라이언트 요구에 따라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부분을 포기하고 들어갈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기본선은 충족하려고 하죠. 그런 경우가 아닌 것은 저희 스타일을 더 많이 내려고 하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5년 후를 고민해도 생각은 끝이 없는 것 같고요.(웃음)
달력에서 향초까지 재미있겠다 싶은 작업은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최근엔 직원이 한 명 더 늘었지만, 처음부터 둘이 움직이다 보니 과정에 대한 협의에서 길게 늘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디어를 내고 괜찮겠다 싶으면 한번 해보는 것, 리스크야 언제든 감당해야 하겠지만 감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젊은 스튜디오의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MYKC는 정해진 스타일보다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는 스튜디오인 것 같아요.
김기문
최근엔 향초도 만들었어요(웃음). 최대한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너희는 이런 일까지 하니? 이런 말도 듣는데 작업자라면 계속 작업을 해가는 게 맞는다고 봐요. 눈이 침침해지기 전까지는(웃음). 손은 계속 굴리고 싶어요. 지금은 인쇄물에 국한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다른 분야도 한번 해보고 싶고요. 공간이든 오브젝트든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김용찬
그냥 학생이었다가 창업을 했으면 이렇게 못 했을 것 같아요. 전 실무를 먼저 경험하고 사디에 복학을 했고 김기문 실장님은 회사에 다니다가 사디에 입학한 경우라서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됐죠. 작업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와 조율할 일도 많은데 그 점에선 시행착오를 덜 겪었던 건 있는 것 같아요. 두 분이 서로의 칭찬을 좀 하신다면?
김용찬
전 실무를 하다가 와서 그런지 그곳에서 배운 점이 내성이 되어 드러날 때가 있어요. 벗어나고 싶어도 잘 안 될 때가 있는데 김기문 실장님은 학교 졸업하고 바로 독립을 한 점이 강점이 되어 새롭고 독창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김기문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엄청 새로운 것이 나올 것 같은데 오히려 20년 근무한 부장님이 더 신선할 때가 있잖아요(웃음). 김용찬 실장님은 다양한 일을 해 와서 상황에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하세요. 제가 감을 못 잡고 있을 때도 척척 해결하시고. 작업이 많은 만큼 여러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김기문
생각만큼 항상 잘 되진 않아요.(웃음) 현실적으로 저희가 많이 포기해야 할 땐 스튜디오의 존립 이유도 고민하고요. 우리가 제안할 테니 그대로 하세요!(웃음) 초창기 땐 이런 마음인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에 대해 우리보다 문외한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됐어요. 오히려 더 잘 아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김용찬
맞아요. 창업하기 전엔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창업을 해서 클라이언트들을 직접 대면을 해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관점이 있을 수도 있구나 싶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일을 할 때 더 조심스럽고 어려워지는 면도 있고요.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세요?
김기문
아직은 일을 많이 하니까 쉬는 날을 꼬박꼬박 챙기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주말은 꼭 쉬어요. 집에서 가져가서 잠깐 하는 경우는 있어도 주말엔 일을 안 하려고 해요. 김용찬 초창기에는 주말도 없이 일하던 적이 있었어요. 스튜디오가 자리 잡을 때까진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일해도 그땐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김기문
직장 상사가 이거 이렇게 해봐, 이게 아니니까 계속 생각하고 붙잡게 되죠.
김용찬
일이 끊이지 않고 계속 있는 게 감사하죠.
창업이 꿈이기도 하지만 막연한 환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업만 하면 모든 것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어떤 의뢰가 들어와서 다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많은 스튜디오가 마의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 현실이다. 그 속에서 MYKC가 빛나는 이유는 4년이 넘도록 꿋꿋하게 잘 견디고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원활한 운영을 하고 있기에 소규모 신생 스튜디오의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는 MYKC, 건투를 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김용찬
향초려나(웃음). 저희가 매년 연말·연초에 한풀이 같은 걸 하나씩 해요. 새해를 다시 시작할 때 기운을 받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달력은 해마다 하고 있어서 달력에 플러스 하나를 더 하는 아이템을 생각하거든요. 올해는 일력을 하려고 하다가 지인이 향초 만들었다고 한 걸 본 순간, 둘이 동시에 이거다! 하고 시작을 한 거죠.
김기문
관심은 있었는데 디자인, 향, 패키지, 다 해봤죠. 인쇄물과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고요. 유통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배웠네요. 현실적으로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고요.
정해둔 스타일은 없지만 그래도 MYKC만의 특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뭘까요?
김용찬
사실은 그런 게 없어요(웃음). 특히 전 뭘 정해두지 않고 하는 편이라. 스타일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걸 하는 것보다 작업들이 하나씩 쌓여서 우리 스타일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기문
저희의 접근법이 좋아서 찾아주시는 분도 있고요. 물성, 질감, 색, 그래픽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움은 계속 제시하려고 하죠. 사람들에게 작은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고, 이게 안 되면 저것, 또 아니면 이런 건 어떨까, 고민하고.
김용찬
인디스러운 게 있는 것 같긴 해요. 너무 메이저 쪽으로 가서 색깔을 잃어버리기보다 그 선을 벗어나진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요.
김기문
인디 성향을 지닌 젊은 그룹들이 많이 있는데 저희는 인디라고 불리는 쪽에선 커머셜한 쪽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요. 그래도 저희가 완전히 대중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우문인데, 직업으로 삼을 만큼 왜 그렇게 디자인이 좋으셨어요?
김기문
전 대학에서 전공한 것도 아니고 시작도 많이 늦었는데 관심은 막연하게 있었어요. 예쁘고 멋있는 것을 좋아했고요. 배울 때 정말 즐거웠던 건 항상 남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쓰다가 내 생각을 담아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어요. 그 즐거움이 지금도 가장 크고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5년 후 10년 후 내 모습을 생각하니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망설임보다는 그 욕구가 강해서 시작했어요. 해보고 돌아가더라도 후회를 남기고 싶진 않았거든요. 29살 직장 3년 차였는데 용감했죠(웃음).
김용찬
전 이쪽에 쭉 있긴 했어요. 사실 건축을 하던 친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형이 학교에서 작업하던 중에 하이브리드 그래픽 디자인 하나를 보여줬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그냥 좋았어요. 문이 열린 거죠.(웃음) 그게 어느 순간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그냥 예쁘게 하는 게 좋은 건 줄 알았는데 그런 생각도 바뀌고. 디자인을 잘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도 있고요.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김기문
향초는 다른 버전으로 만들 거고요(웃음). 달력도 계속 만들 거고.
김용찬
저희가 좀 막무가내로 하는 게 있어서(웃음).
김기문
최소수량이라든가(웃음).
김용찬
더불어 성냥도 처음 만들어봤어요. 원하시면 한 박스 드릴게요(웃음).
김기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볼 생각은 하고 있어요.
김용찬
웹은 아직 안 하고 있는데 이젠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쪽이 메인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결정을 내렸었는데 지금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어떻든 우리만의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