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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애프터뷰 #11 서희선

    서희선 interVIEW in 2015 / afterVIEW in 2020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20년 05월 20일

    인터뷰/애프터뷰 #11 서희선

    interVIEW / afterVIEW
    
    인터뷰(interview)는 말 그대로 서로(inter) 보는(view) 일이다. 서로 보는 일이나, inter-see가 아니라 inter-view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터뷰는 책, 기사, 영상 등 ‘인터뷰 콘텐츠’를 전제로 한 서로―보기다. 인터뷰 자체를 콘텐츠 제작 과정의 일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콘텐츠에는 기획 의도가 있으므로, 콘텐츠를 위한 만남과 대화는 어느 정도 기획적·의도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인터뷰 또한 그렇다.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기보다, 관점과 관점의 상호작용이다. 즉, view와 interaction의 결합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2011년 창간 이후 국내외 디자인계 인물 약 300명을 인터뷰했다. 타입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설치미술가, 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 어느 날 문득, 그들의 인터뷰 이후가 궁금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view를 재확인해보고 싶었다. 지금쯤 그들은 어떤 위치와 어떤 view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지. 지금의 view에 새로운 interaction이 더해지면 어떤 interview가 가능할 수 있을지. 그들과 다시 서로―보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다. 연재 코너 [인터뷰/애프터뷰]를 마련한 까닭은. 특별한 기획의도는 없다. 다만, 그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는 것 외에는.

    interVIEW in 2015

    그래픽디자이너 서희선과의 첫 만남은 2015년 10월이었다. 당시 인터뷰는 서희선을 “3년차 젊은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 유학을 마친 뒤 독일 베를린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2년간 일하다 독립했고, 인터뷰를 가진 그해 4월부터 한국에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거주국을 몇 차례 옮겨 온 얘기를 들려주면서, 서희선은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에 개의치 않게 된다고나 할까”라는 말도 했다. 낯선 외국인들의 시선에 적응하다 보니, 오히려 이방인으로서 ‘내국인-타인’의 눈치를 안 보게 됐다는 것이다. 사르트르 식으로 사유한다면 서희선은 확실히 ‘지옥’을 벗어난 상태였다.

    afterVIEW in 2020

    서희선의 현 거주지는 홍콩이다. “여전히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나’로 자립해 있는 듯 보였다. 타인을 내국인으로, 자신은 외국인-이방인으로 규정하는 편이 그 반대보다 익숙한 희귀성 나다움. 오랜만에 접해도 전과 같은 부러움이 일었다. 스튜디오 힉(Studio Hik)에는 변화가 생겼다. 구성원은 이제 서희선 혼자가 아니다. UI·UX 디자이너 정지훈이 합류하면서 2인 스튜디오가 됐다.

    거의 5년 만에 다시 만났네요. 2015년의 서희선과 2020년의 서희선,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으세요?

    아, 벌써 5년 전인가요? 엊그제 같은데···. 차이점이라면, 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겠네요. 지금은 스튜디오 힉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활동도 하지만, 홍콩밥티스트대학교(Hong Kong Baptist University, Academy of Visual Arts)에서 디자인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아트아시아퍼시픽(ArtAsiaPacific) 잡지사에서 아트디렉팅도 하고 있고요.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홍콩으로 거주지를 옮긴 점도 5년 전과의 차이라 할 수 있겠네요. 좀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을 뿐, 제 스스로가 크게 달라졌는지는 판단하기 힘드네요.

    포스터 ‘Summer Speed’, 2019
    포스터 ‘fances’, 2018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에 개의치 않게 된다고나 할까. 한편으로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심리 상태가 될 수가 있는데 외국에 있을 때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조금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남미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한국의 대학에 오고,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예일대학교 그래픽디자인학과)을 떠나고, 독일 베를린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여전히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에 개의치 않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계신가요?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한국을 떠나 홍콩에 거주하게 됐습니다. 여전히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하고 있네요. 언어를 이해 못하니 길을 지나다닐 때 들리는 여러 가지 말이 그냥 소리로만 들리고, 문자를 보아도 그림으로 인식되니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익명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이상하게 그런 편이 저에겐 훨씬 편하네요. 그래서인지 매일 지나가는 익숙한 거리나 풍경도 항상 새롭고, 새로운 장소나 문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 디자인, 2018
    사진가 겸 전시기획자 클로이Chloe J Lee, 이정미 개인전
    〈어디서 오셨나요?〉(2017.10.31-11.12 서교예술실험센터) 포스터 디자인

    2015년 인터뷰 때 몇몇 작업의 ‘협업’ 작가로 소개하셨던 정지훈 디자이너가, 지금은 스튜디오 힉의 멤버가 돼 있더라고요. 두 분이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지, ‘힉 멤버’로서 두 분이 어떤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둘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단계였어요. 정지훈 디자이너는 UI·UX 전공자에다가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는 분이라, 어떻게 하면 서로가 가진 장점을 잘 섞어서 새로운 그래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지금도 모든 프로젝트를 같이하고 있지는 않아요. 조금 구분을 지어서, 프린트 쪽은 제가, 브랜딩과 UI 쪽은 정지훈 디자이너가 하는 편인데, 서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 의견을 많이 주고받습니다.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그래픽은 함께 의논하고 만드는 편이에요.

    〈Paranoia Preview〉(2017.12.1-31 가가77페이지) 포스터 디자인

    “실제로 작업 과정에서는 내가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간다는 즐거움이 있고, 시안을 보낸 후 조마조마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좋은 피드백을 들으면 기쁘고, 최종 결과물이 나와서 보게 되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고요.”
    최근에 작가님을 조마조마하게도 기쁘게도 했던 작업들이 있다면 자랑 좀 해주세요.

    국제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 작가와 다양한 벽화 설치 작업을 함께하고 있어요. 가장 처음 했던 작업이 지난해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에서 선보인 ‘Handles’입니다. 스케일이 굉장히 커서 작업하는 내내 이게 구현이 가능할지 조마조마했었네요.

    그다음 선보인 게 마이애미 바스 미술관(The Bass)에서의 ‘Coordinates of Speculative Solidarity’라는 월프린트 작업입니다. 지금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릴 양혜규 작가의 전시를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벽화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Handles’, 2019 / ⓒ MoMA
    ‘Coordinates of Speculative Solidarity’, 2019 / ⓒ The Bass

    2년 전 〈언리미티드 에디션 10 – 서울아트북페어 2018〉에서 『백 개의 방』이라는 이야기책을 신기하게 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튜디오 힉의 작업이더라고요. 주인공 다섯 명이 각기 다른 방에서 다른 삶을 사는 내용이었죠? 만약 디자이너 서희선이 ‘101번째 방’에서 살게 된다면, 그 방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세요?

    독특한 질문이네요. 디자이너로서 책 내용을 디자인할 줄만 알았지, 그 내용 안으로 들어가볼 상상은 안 해봐서요.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세상에 대해 탐구하고, 고뇌하고, 고민하고, 해결하는 그런 삶을 살면 좋겠어요. 방은 소박해도 되는데, 큰 창이 있어서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포스터 ‘Vacances dans l’univer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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