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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컨설턴시 ‘존스씨협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자는 취지에서 스튜디오가 아니라 ‘협회’를 지향합니다.”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2년 11월 16일

    디자인 컨설턴시 ‘존스씨협회’

    존스씨협회(Mr. Jones Association). 이름부터 특이하다. 공식적으로는 6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김지석, 송태검, 원정욱 세 명이 실질적 운영자다. 김지석은 그래픽디자인, 송태검은 프로덕트디자인과 인테리어, 원정욱은 광고를 맡고 있다. 외모도 전공도 성격도 개성도 다르다.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크다.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확실한 팀워크가 느껴진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누가 이야기를 해도 답변 끝엔 웃음이 터진다. 부드럽고 유쾌하다. 화음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처럼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는 절묘한 균형이 있다.
    ▲ 존스씨협회의 실질적 운영자들 (왼쪽부터) 김지석, 원정욱, 송태검

    ‘존스씨협회’는 디자인 컨설턴시 이름으로는 독특한데 유래가 있나요?

    국밥집에서 정한 이름인데(웃음). 공통적으로 밥 딜런을 좋아해요. ‘발라드 오브 어 씬 맨(Ballad Of A Thin Man)’이라는 노래에 미스터 존스란 인물이 나와요. 책도 많이 읽고 지적이지만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사람이죠. 미스터 존스라는 이름과 뉘앙스가 마음에 들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자는 취지에서 스튜디오보다는 협회라고 했고요. 존스는 흔한 이름이잖아요. 폭넓게 가리지 말고 클라이언트를 만나자는 의미도 있었죠. 그런데 저희는 숨어 있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웃음)

    세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원래 형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사이에요. 그래서 일 시작할 땐 부모님도 말리셨죠(웃음).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남하고 일하다가 싫어지면 관계가 끝장나기도 하잖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여지가 있을 거라고 믿었죠. 유토피아를 꿈꿨던 거죠(웃음). 저희 세 명이 중심에서 일하지만 일종의 무브먼트라고 생각해요. 컨소시엄처럼 파트너사를 두는 것도 딱딱해서 별로더라고요. 사적으로 감정적으로 엮여서 같이 일하는 게 좋아요. 함께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퇴근 후엔 서로 안 볼 것 같죠? 운동도 같이 하고, 주말에도 자주 만나요.

    친한 사이여서 오히려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운영은 어떻게 하세요?

    저희는 공산주의 체제입니다. 분배만큼은 노예계약이죠(웃음). 좋아하는 분야도 달라서 전체 기획하고 아이디어 낼 때는 같이 하지만 실무는 파트 별로 맡아요. 기업체제로 하면 리스크가 클 것 같더라고요. 유연하게 하고 있어요. 현재 작업실로 옮긴지는 이제 1년쯤 됐어요. 급하게 이사한 후 이 상태에서 일단 일하면서 정리하자 해놓고 아직 이 상태 그대로네요(웃음). 책상이랑 가구는 다 송 실장이 직접 만든 겁니다.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다가 공적으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원 실장이 ‘캐비넷’이라는 잡지를 창간하는 일을 의뢰받았어요(‘캐비넷’은 단행본같은 고품질의 잡지, 광고 없는 잡지로도 유명하다). 꿈같은 기회였죠. 기획부터 디렉팅까지 모든 걸 해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영국에 있던 김 실장에게 전화했죠. 들어와라(웃음). 일을 하다보니 이런 식으로 살아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튜디오 개념이 아니라 회사로 키우고 싶더라고요. 성실하게 대기업 잘 다니던 송 실장을 꼬드겼죠. 그만 둬라(웃음). 유일하게 조직 생활을 하신 분이에요(웃음).

    ▲ (좌) 캐비넷 _매거진 런칭, 기획, 편집, 디자인
    – aA 디자인 뮤지엄에서 발행하는 사회공헌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잡지 캐비넷 창간호의 기획과 총편집 · 디자인
    (우) 캐비넷 쥬니어 _네이밍, 브랜드 런칭, BI 디자인
    – 캐비넷 매거진보다 작은 판형을 가진 캐비넷의 자매지: 여행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 창간호 주제는 코펜하겐으로 컨텐츠 기획과 디자인을 하였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몰입이라고 했다. 적절한 도전과 기술 수준이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몰입상태인 플로우(flow)가 된다. 목표와 보상이 행위에서 나오는 것을 경험하며 일과 함께 흐르는 것이다. 요령을 부리지 않고, 요행에 기대지 않고, 과정에 충실한 세 사람으로부터 상쾌한 흐름이 느껴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함선을 조종하는 항해사거나 물속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는 잠수부라기보다는, 경계를 넘나들며 생의 파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서퍼 같다. 

    처음 했던 일은 어떤 것이었나요?

    조니 워커에요. 브랜드의 새로운 에이전시를 뽑는 비딩이 있었어요. 5개 회사 중 막내 격으로 참가했는데 운 좋게도 저희가 된 거에요. 패키지 디자인부터 브로셔, 비티엘, 배송까지 핸들링해야 했죠. 기획력은 자신 있었지만 경험은 없었거든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다른 일은 일체 받지 않고 셋이 똘돌 뭉쳐서 올인했죠.

    운이 좋았다는 건 겸손이시고 분명히 실력으로 맡았을 텐데 가장 큰 이유는 뭐였을까요?

    유머 감각? 튀는 언변? 예측 불가능한 행동? 밥을 잘 먹어서 그런가?(웃음) 다른 곳과 분위기가 달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조니 워커는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스페셜 에디션이었는데 별자리 주제로 풀었어요.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를 맞는 남자들이 기억할 만한 순간에 마신다는 컨셉이었죠. 제작 업체만 4~5군데였는데 하루에 하나씩 사고는 터지고. 휴대폰을 하루에 다섯 번씩 충전할 정도로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그 때 많이 늙었죠(웃음).

    작업 중 가장 기억 남는 일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처음 했던 조니 워커네요. 작년에 100년만의 폭우가 내렸잖아요. 배송 중 고속도로에서 차가 전복되기도 하고. 창고가 무너지기도 하고. 상자가 젖어서 구멍이 났는데 그 안에 쥐가 들어갔다가 죽어서 곰팡이가 번지기도 하고. 천재지변을 몸으로 막았죠(웃음).

    지금이야 추억담이지만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대단한 고비를 넘기셨네요.

    셋이니까요. 전우애가 생겼죠. 혼자 했으면 정말 못 했을 것 같아요. 예전에도 친한 관계였지만 그 땐 마냥 좋았던 거고. 지금은 진짜로 많은 걸 같이 경험했잖아요. 유혹도 겪어보고. 힘든 일을 함께 통과하고 나니 우정이 더 견고해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하고는 확실히 다르죠. 나약해질 땐 두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요. 하지만 저흰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해요(웃음).

    ▲ (좌) 조니 워커 _브랜딩 기획, 패키지 디자인  (우) 돈 훌리오 / 탠커레이 _브랜딩, 브랜드 런칭, 디자인
    ▲ 더 브라운 _네이밍, BI, 브랜드 런칭, 디자인
    그들에겐 노래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을 닮은 감수성이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승부사적인 기질도 있지만 따뜻한 감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세 사람의 기저를 통과하는 결속력은 화석처럼 굳어진 집단이 아니라 체온과 눈빛이 뜨겁게 살아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힘이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인 셈이다. 그렇기에 '내 운명이 내게 손짓했을 때 그 운명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내고 균형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동안 존스씨협회 정체성의 변화도 있나요?

    규모가 커져도 초심을 잃지 않고 싶어요. 그건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팀워크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어려운 일이 있어도 웃음으로 승화시켜요. 버틸 수 있는 비결이죠. 일 끝나면 운동도 같이 해요. 웨이트트레이닝 좋아하거든요.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겠지만(웃음). 외부 회의 가면 많이 들어요. 왜 이렇게 많이 웃냐고(웃음). 빙의처럼 여러 명의 존스가 왔다 가죠. 가끔 미세스 존스도 오시고(웃음). 셋 다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요. 한 명이 하고 싶어 하면 둘이 따라가기도 하고요.

    혼신의 힘으로 열정을 쏟기에 일에서 느끼는 보람도 클 것 같아요.

    정말 기쁜 일이 한 가지 있어요. 조니 워커 프로젝트가 저희 디자인과 아이디어 그대로 올 해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프랑스에서 광고와 프로모션이 나가게 된 일이에요. 로컬에서 글로벌로 나가게 된 건 전무한 기록일 거예요. 변지훈 작가님하고 같이 콜라보레이션을 했죠. 저희 작업을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다는 게 자극적이었고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무모하게 시작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고 감사하죠.

    굵직한 사업을 맡아 성공적으로 치르고 난 다음엔 정신적인 괴리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성취감을 느끼기도 전에 문제가 계속 터져서 그럴 여유도 없었어요. 내년쯤 느낄 예정입니다(웃음). 좋은 의미로 많이 변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해주세요. 일을 하면서부터 시야가 넓어진 것도 있고 못 보던 일도 보게 되고요.

    결속력을 가지면서도 유연성이 있어 보여요. 한 가지 일만 고집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요.

    송 실장이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했는데 네스카페 매장을 맡게 되었어요. 사실 안 해봤는데 잘 할 수 있다고 했죠(웃음). 조니 워커 때랑 비슷했어요. 경험도 없고 게다가 저희 두 명은 그쪽 일은 더 잘 모르니까 응원만 했죠. 송 실장은 두 달 반 동안 거의 현장에서 살았어요. 가끔 가서 커피 사주고 오, 깨끗해졌네!(웃음) 오픈한 후에 보니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처음엔 안 해봤지만 잘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 경우가 많았어요. 이젠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히스토리가 생겼죠.

    ▲ 카페 네스카페 _인테리어 디자인
    일 이야기를 할 때면 프로페셔널하고 어른스러운 풍모를 보이다가도 툭툭, 금방 장난기 어린 농담을 주고받는다. 삼십대 중반에 이른 남자들의 눈동자가 어린 동물의 것인 양 맑다. 이들의 심장 한 켠엔 여전히 순정함을 잃지 않은 소년이 살고 있다. 굵직한 대기업 일을 맡아 하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인디 작가들과 협업도 모색 중이다. 어른이 된 후에도 자신 안의 소년과 소통하는 법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마르지 않는 창조적 영감의 원천일까. 메마른 어른이 된 존스도 한 때는 휘파람 불던 소년이었으리. 누구에게든 묻고 싶어진다. 오늘 당신 안의 존스는 안녕하신가요? 

    내부 규칙이 있나요?

    원정욱(이하 원) 오전 9시 반까지 출근.

    김지석(이하 김) 폭언과 폭행 금지(웃음).

    기획은 같이 해도 실무자를 존중하는 거.

    송태검(이하 송) 공통 카드는 셋이 있을 때만 쓰기(웃음).

    아무리 바빠도 밥은 제대로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먹는 동안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해요.

    보이기 싫은 것도 다 얘기 하고.

    밥 먹을 땐 회사 얘긴 안 해요.

    서로 비방하느라 바빠서(웃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될 것 같은데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전 디자인을 늦게 시작했어요. 그래픽디자인 배우기 전에 다른 전공을 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기회는 꼭 와요. 작업 몇 개 하고 결과가 좋지 않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인생은 기니까. 혼자 다 잘 할 필요도 없어요. 잘 하는 친구들 만나면 되요(웃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쪽 일에 대해선 경제 문제로 불안해하더라고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거든요. 오히려 더 오래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싸이가 보여준 예도 있고.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긍정적인 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본의 아니게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가고 싶은 음대에 수학을 못 해서 탈락했다든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나이가 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 작문집, 광장 편 _북디자인
    – 런던미술대학 소속 학생들의 작문 워크숍의 결과물을 모은 간행물
    ▲ 디스, 디스 앤 디스 _카탈로그 디자인
    – aA 디자인뮤지엄 카페의 카탈로그

    이쪽 일이 사실 중노동이잖아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갈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딱 지금이에요.

    지난주에 부산으로 워크숍 겸 출장을 갔는데 참 좋았어요.

    하루 쉬고 돼지국밥 먹은 게 다지만(웃음).

    정말로 거의 다 쓴 거 같아요.

    안식년도 고민하고 있어요.

    캠핑도 해보려고 했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지더라고요(웃음).

    입 돌아갈까봐 못했어요(웃음).

    제 일을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요.

    즐기면서 일하면 굳이 리프레시가 필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일을 통해 리프레시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글을 몇 년 후에 봤을 때 저희의 변화 과정을 알게 되면 좋겠고 그 때 다시 한 번 더 인터뷰했으면 좋겠네요.

    그땐 저희 사옥으로 오시죠(웃음). 미스터 존스를 찾아주세요. 늘 최고의 결과를 보장해드립니다. 참, 밥 딜런 새 음악 ‘템페스트’ 많이 사랑해주세요.

    프로그램은 돈 주고 삽시다.

    저흰 정품만 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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