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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피플’

    ‘Extra-OrdinaryPeople’ 강진·서정민·안세용·이재하·정인지


    인터뷰. 스토리베리

    발행일. 2017년 02월 24일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피플’

    작업료 대신 클라이언트와의 한 끼 식사를 제안한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2006) 프로젝트. 대학 동기 다섯 사람이 모여 진행했던―또한 이들의 첫 공식 활동이기도 했던―이 프로젝트는 어느덧 십여 년 전의 일이 됐다. 그때의 다섯 사람, 강진·서정민·안세용·이재하·정인지는 여전히 ‘오디너리피플(OrdinaryPeople)’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평범한 사람들’을 자칭하고 있다.
    
    오디너리피플이라 ‘오디너리 리절트(ordinary results)’만 만들어왔다면, 오디너리피플이라는 이름이 국내 디자인계에서 십 년 넘게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의 특색은 ‘나’들의 색채의 합이다. 만약 어느 집단이 획일화 일색이라면, 그것은 ‘나’가 부재한(혹은 인정받지 못하는) 까닭이다. 오디너리피플이라는 특색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강진·서정민·안세용·이재하·정인지 다섯 사람이 모인 그룹이다. 피플 말고, 개개인의 색이 궁금해진다. 다섯 명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특별함을 조율해왔을까.

    다섯 명이 평등하게 스튜디오를 꾸려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어떠세요?

    평소에 우리끼리 대화를 많이 해요. 현재 느낌, 해결해야 할 일, 궁금한 것, 불만, 앞으로의 비전 등 끝없이 대화로 공유하죠. 툭툭 나오는 대로 말할 때도 있고 다른 멤버들에게 납득이 가능하게 준비한다든지 하면서 하는 대화도 있는데, 둘 다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불만 같은 경우는 서로 꾹꾹 쌓아놓다가 갑자기 터뜨리지 않고 그냥 바로바로 얘기하려고 해요. 아무리 친해도 서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고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아서 정말 많이 부딪히죠. 하지만 작업에 관한 한 서로 믿고 존중하고 있거든요. 어떤 작업을 보여줬을 때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 명에게서 강한 거부반응이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뭔가 놓치고 있구나, 하고 다시 생각해보죠.

    작업과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게 오디너리피플의 강점이 아닌가 싶네요

    중요한 게, 기분만 좋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작업과 일상을 공유할 수있는 건 성과가 따라 온 덕분이죠. 함께 노력하고, 같이 힘들고, 더불어 열심히 하면서 나온 결과를 똑같이 공유합니다. 모든 작업은 오디너리피플의 이름으로 나가고 돈도 똑같이 나눠요. 만들어낸 결과에 따른 응원이나 비난도 똑같이 받는 거죠.

    Pepolét — 24 OPEN(2016)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 덕온공주 한글자료(2016)
     ACT페스티벌2016 — 헤테로토피아(2016)
    두산인문극장 2016 — 모험(2016)
    움직임을 만드는 사물: 한국 현대공예의 새로운 접근(2016)
    서울독립영화제2016 — 럭키드로우(2016)

    함께 작업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뭘까요?

    우리끼리의 만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외부로 내보이며 피드백을 받고,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점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당장은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어왔고, 또 성장의 원동력이 됐어요.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기준이 확실한 강진” 일의 순서를 정하고 큰 그림을 그린 후 실행하는 과정이 디테일하고 완성도가 높아요. 전체 구성 안에서 세부적인 요소를 배치하는 것에도 뛰어나고요. 자신의 확실한 기준이 있고 그것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해요.

    “아이디어 뱅크 서정민” 프로젝트 시작하는 미팅에 가면 보통, 미팅 끝나자마자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소리를 지르고요. 작업할 때도 아이디어가 샘솟아서 재밌는 결과물이 나올때도 있지만 사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도 딱 봤을 때 ‘우왕!’ 하는 작업은 정민이가 한 게 많아요.

    “고정된 틀에 매이지 않는 정인지” 막 이 사람 저 사람 찌르고 다니는데 그러다가 평소에 안 하던 얘기도 하게 돼서 좋아요. 정해진 기준과 범위도 잘 깨고. 누군가에겐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점을 적절히 사용해서 저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주면 좋을 것 같아요.

    “다섯 명 중 가장 논리적인 안세용” 대학교 때 우리가 ’횃불’이라고 불렀어요. 우리의 어둠을 밝혀주고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라고.(웃음) 팀에서 가장 논리적이고. 프로젝트가 있으면 완전 달인처럼 분해해서 핵심만 남겨요. 아, 그리고 어법이 고상해요!

    “경청하고 생각하고 발전하는 이재하” 우리든 클라이언트든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귀 기울여 듣고 한 번은 생각을 다시 해요.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을 변화시키며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도 장점이고요.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균형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2015 현장 제작 설치 ‘인터플레이’(2015)
     최정호 포스터(2015)
    밴드 코가손 아이텐티티(2015)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2015(2015)
    피스 마이너스 원(2015)
    눈먼 자들의 국가(2014)

    각자 개성이 다르지만 작업에 대한 열의랄까, 공통점도 느껴지네요 다섯 분 모두 목소리가 좋다는 것도요(웃음)

    워낙 평소에 함께 있는 시간도 많고 그간 겪은 일도 알다 보니 서로 성향을 잘 알고 있죠. 덕분에 관계가 단단해져 득이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것이 관계나 작업을 뻔하게 만들까 두려워요. 계속 변화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으니까요. 우선 마주하는 작업 하나 하나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들이 됐으면 하고, 이런 것들이 이어져서 저희가 원하는 이상에 다다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멤버들끼리 사이가 정말 좋아 보여요. 잘 지내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노하우라고 할 것까진 딱히 없지만 지금과 같은 이런 수다 넘치는 분위기 있잖아요. 인터뷰에서도 자주 밝혔지만 우리끼리 얘기를 정말 많이 해요. 멤버들이 다들 말수가 적지 않아서.(웃음) 불만이 생겨도 좋은 일이 생겨도, 고마운 건 고맙다 싫은 건 싫다, 말로 표현하거든요. 일과 관련된 것일 때도 있고 행동이나 말투일 때도 있어서 굉장히 예민할 수도 있는데요. 이 말을 해서 더 잘 지내자, 이런 느낌으로 지내온 것 같아요. 돌아보니 서로 믿고 있고, 잘 지내려고 노력해왔구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오디너리 리포트 — 02(2014)

    벌써 십이 년이나 됐어요.

    그렇네요. 2005년에 처음 대학 동기로 만났고, 2006년에 <포스터 만들어드립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름을 걸고 활동을 시작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이름을 걸고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그룹에 결속력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멤버들이 각자 군대 갔다 오면서 학업을 하던 중이라 약간 느슨하게 움직이던 시기였어요. 2014년부터는 멤버들이 슬슬 다 졸업해서 온전히 오디너리피플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요. 잡지도 맡아서 지속적으로 디렉팅을 하고 미술관이나 기업과도 일하게 되고. 현재는 우리가 어떤 것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일례로 ‘삐뽀레’라는 셀프 프로젝트를 위한 이름을 만들어서 진행한다든가. 보다 효과적이고 재밌는 업무 형태도 생각 중이고요.

    작업할 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작업이 현실에서 결과가 될 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어떤 진공상태를 만들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과거엔 누군가를 만나든, 어떤 일을 맡든,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어! 모든 걸 다 보여줄 거야! 진흙탕에서도 꽃을 피워보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인생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잖아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시간을 쓰고 싶어요. 이런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진행할 작업에 많이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한숨 돌리며 앞으로의 행보를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지금까지는 굉장히 목표 지향적이었어요. 미술관과 작업해보고 싶다든가 잡지를 아트디렉팅 해보고 싶다든가 하는, 어떻게 보면 이미 존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실행하는 형태였죠.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가치 지향적으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무작정 스튜디오의 규모를 키우기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식인데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더 찾아보고 있는 것 같아요.

    매일매일 그래픽 일력 2017

    팀원 각자의 역량이 오롯이 발휘될 때 그 팀의 팀워크는 성립될 수 있다. 이 말은 즉, 팀원들이 서로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밴드로 비유해본다면, 베이시스트는 베이스뿐 아니라 드럼 비트를, 기타리스트는 기타뿐 아니라 보컬의 음색을 흡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 좋은 합주가 가능해진다. 솔로이스트가 아닌 이상, 매번 주역을 고집할 수는 없다. 팀원을 보조해주는 엑스트라로서의 역할 분담이 없다면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의 팀워크는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오디너리피플은 퍽 괜찮은 ‘밴드’라 할 수 있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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