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벨 디자인(Bel Design)’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세계를 휩쓴 ‘굿 디자인(Good Design)’과 대치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면을 중시하는 굿 디자인에 아름다움까지 더해 구현한 디자인이 바로 ‘벨 디자인’인 것. 독일의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한 그래서 차분한 디자인, 이탈리아의 자유롭고 다양하고 그래서 사람을 흥분시키는 디자인의 선명한 대비. 독일 중심의 굿 디자인과 이탈리아 중심의 벨 디자인은 40년 넘게 경쟁 중이고, 1980년 이후 세계적인 대세는 벨 디자인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기능주의의 굿 디자인을 극복하고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움까지 구현한 이탈리아 벨 디자인의 맨 앞에 선 이가 바로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그를 만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3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멘디니는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대학 건축학부를 졸업했다. 1970년부터 건축•디자인 잡지 <카사벨라Casabella>, <모도Modo>, <도무스Domus>의 편집장을 역임하며 이 잡지들을 세계적인 권위의 자리에 올렸으며, 1989년 밀라노에서 동생 프란체스코 멘디니(Francesco Mendini)와 함께 ‘아틀리에 멘디니’를 열었다. 이후 여러 프로젝트를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까르띠에•에르메스•스와로브스키•알레시•비사자•스와치 등 세계적 기업과 함께 일하고 있다. 또한, 1979년과 1982년에 이탈리아 최고의 디자인 상인 황금콤파스상(Compasso d`oro)을 수상했으며, 나폴리 지하철역 디자인과 베로나의 비블로스 아트 호텔 디자인으로 유럽 최고의 건축과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아물레또를 비롯한 조명 브랜드 라문의 램프 시리즈, 와인 오프너 안나 G, 프루스트 의자, 그로닝거 미술관, 히로시마 파라다이스 탑, 알레시 본사, 스와치 매장들, 독일 하노버의 버스정류장, 비사자 쇼룸, 스위스 아로사 카지노, 후쿠이 공룡박물관의 조형물 등이 있다.
오늘 소개할 책 <알레산드로 멘디니: 일 벨 디자인>에서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감당할 수 없는 광활한 범주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오고 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모든 생각과 작업, 그리고 저자인 최경원 교수와의 대담과 질문을 아울러 다루고 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부터 다재다능한 손에 이르기까지, 건축에서 그래픽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인간형을 보여준다. 그의 디자인 안에는 실험성과 상업성, 디자인과 예술성이 복잡하게 어울려 있고, 그 자신 안에는 비평가와 디자이너, 편집자와 전시기획자, 디자인 컨설턴트와 예술가가 마구 섞여 있다. 말 그대로 슈퍼 디자이너다. 그래서 다들 그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과 가치를 지닌 알레산드로 멘디니 삶의 여정, 철학, 작품, 작품에 녹아든 가치, 세계 디자인계의 변화와 이탈리아 디자인의 흐름 등을 씨줄과 날줄 삼아 이 모든 것을 다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이 책은 그려내고 있다. 이를 위해 기획부터 서면 인터뷰, 자료조사, 이탈리아 현지 취재, 자료 분석과 조합의 과정, 저자의 글쓰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인정하는 유일본, ‘디자인 서적’임에도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한 흥미진진한 긴장과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 <알레산드로 멘디니: 일 벨 디자인>이다.
(생략)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우리가 디자인과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가는 동안 이 책은 구체화되어 갔다. 나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여러 국면과 책의 내용, 그리고 사진 선택에까지 쭉 관계했다. 나는 최 교수의 역사적인 지식과 비평적인 지성, 그리고 이 작업에 대한 엄청난 헌신에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발생시킬 정도로 이 책은 독보적이며 특별하다. 그리고 내 작품에 대해 설명한 다른 글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책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추천사 중-
이 책을 읽으며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디자인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알게 되면서 아주 흥미로웠다. 특히 난생처음 보는 아름다운 디자인 작품을 생생한 사진으로 접할 수 있어 그 자체로도 신기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이라고 평가받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개인의 삶의 궤적에 감동했다.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 평생 해오던 일을 접고 58세에 아틀리에를 열어 디자이너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고, 또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8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라문의 아물레또와 같은 새롭고 신선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 (중략) 이 책을 읽고 꿈과 열정이 한 개인의 인생은 물론, 그가 속한 사회와 국가를 어떻게 바꿔버리는지 경험해보기 바란다.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라 치열한 삶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 추천사 중-
책 정보
알레산드로 멘디니: 일 벨 디자인(IL Bel Design)
저자: 최경원 감수: 알레산드로 멘디니
출판사: 미디엄
출간일: 2013.10.31
가격: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