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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인의 디자이너, 솔직하고 자유롭게〈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

    '파르헤지아(Parrhesia)'는 '두려움 없이 진실 말하기',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즉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처벌이나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고대 아테네에서는 민주시민의 특권이자 의무였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5년 02월 25일

    13인의 디자이너, 솔직하고 자유롭게〈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

    ‘파르헤지아(Parrhesia)’는 ‘두려움 없이 진실 말하기’,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즉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처벌이나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고대 아테네에서는 민주시민의 특권이자 의무였다. 제대로 된 디자인 철학을 세우는 것이 절실한 요즘, 디자인을 오래 공부하고 생각하고 실천해온 사람들이 솔직하고 자유롭게 디자인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오늘 소개할 책 〈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 바로 그것. 이것은 관록 있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리코드(Research Institute of Corea Design, 한국디자인연구소)’의 세 번째 비평서이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디자인 전반에 대한 비평과 자성을 거듭하며 현실을 개선할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는 온갖 개념과 결합해 무의미한 조어 생산에 일조하며 죽어가고 있는 ‘디자인’을 살리려면 제대로 된 디자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1부에서는 ‘좋은 디자이너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장문정(조지아주립대학교 미술대학 그래픽디자인학과 교수)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좋은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여러 자질에 대해 논하며, 특히 인간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다. 이어서 크리스 로(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교수)는 아인 랜드의 소설 〈파운틴헤드〉에 등장하는 대조적인 디자이너 로크와 키팅의 신념을 비교하며, 과연 어떤 디자이너가 우리 시대에 더 필요한지 묻는다. 김현석(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교수)은 우리나라 디자인 연구에 있어서 이제는 언어에 의존하지 않는 ‘실행을 위한 연구(Research FOR Practice)’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디자인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박완선(리코드 대표, 그래픽 디자이너)은 어려서부터 인성 교육을 받듯이 디자인 철학도 디자인 교육의 첫 단계에서 배워야 하며, 올바른 사고를 하는 디자이너라면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몇 가지 일화를 들며 강조한다.

    2부에서는 좋은 디자인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먼저 방경란(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교수)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에서 느끼는 편리와 불편, 유쾌함과 불쾌함을 예로 들며 디자인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류명식(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 교수)은 ‘누구를 위해 디자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젊은 패션 디자이너 파니 카스트의 성공 사례를 예시로 든다. 상대적으로 외면받아온 노인 패션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카스트를 보면, 디자인이 진정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쓰일 때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리나 리(그래픽 디자이너, NY/AIGA 에디터)는 학생 시절 비영리 스튜디오 ‘엠팍스(Empax)’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경험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를 통해 얻은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한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그 지침을 상세하게 담았다. 김현선(김현선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서울의 우범지역에 디자인을 도입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소외된 곳의 삶을 디자인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좀 더 낮은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된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찬(한성대학교 애니메이션·제품디자인전공 교수)은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수진(남서울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은 국내 제과업체의 과대포장 문제를 논하며 진정한 의미의 패키지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본다. 유부미(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전통을 담아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주제 아래 문화란 생활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되며 만들어지는 것이며,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우리만의 매력을 나타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권명광(상명대학교 석좌교수)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에 나타난 해학과 풍자 등의 요소를 통해 한국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원형을 찾아본다. 원명진(을지대학교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은 ‘김연아는 누구의 몸인가?’라는 주제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 방영된 ‘LPG E1’ TV 광고를 분석하며, 좋은 광고는 시대정신과 인간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셸 푸코가 이야기한 ‘파르헤지아’, 즉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한다’는 개념을 되새기며, 13인의 디자이너가 거침없이 발언한 책 〈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중 어떤 디자인이 좋은 것이며 또는 나쁜 것이며 혹은 뭐라고 규정지을 수 없이 이상한 것인지, 솔직하게 토로한다. 이를 통해 바른 디자인 철학을 담은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좀 더 많은 디자이너와 디자인 소비자들이 깨닫게 되길 바란다. 

    책 정보

    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
    엮은이: 리코드
    출판사: 두성북스
    가격: 15,000원
    출간일: 201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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