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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읽자이너 #17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

    타이포그래피 소모임 한글꼴연구회가 ‘종이 밖으로’ 향하려는 까닭


    글. 임재훈

    발행일. 2022년 07월 19일

    123 읽자이너 #17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

    한 달 한 권
    1 제목 | 2 차례 |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 123 읽자이너 ”

     열일곱 번째 책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
    · · · 한글꼴연구회, 2022 · · ·

    1  제목(보다 부제에 주목할 것)

    한글꼴연구회는 1992년 결성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타이포그래피 소모임이다. 『가나다라』는 특정 주제에 관한 한글꼴연구회의 리포트이자 비정기 출간물이다. 2006년 첫 호가 발간되었고, 2008년 2.1~2.4호, 2009년 3호, 2012년 4호, 2015년 5호, 2019년 6호, 그리고 연구회 결성 30주년을 맞은 올해 7호가 나왔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가 보기에 『가나다라』는 네 단계 페이즈(phase)를 거쳤다. 먼저 페이즈 1은 제1호다. 주제 하나를 톺아 나간 학보의 성격보다는, 다채로운 ‘한글’ 관련 이슈들을 두루 다루는 교양지에 가까웠던 것 같다. 종합일간지의 주말 문화 섹션 콘텐츠를 책으로 엮은 느낌이랄까.

    16년 전 첫 번째 『가나다라』의 차례를 추억(!)해본다. 「사라진 옛말을 찾아서」, 「사투리에 대한 연구」, 「신문, 한글(신문의 역사, 글꼴, 레이아웃의 변화)」, 「문화와 한글(우리 문화로 인해 발달한 한글)」, 「인터뷰: 노은유」, 「인터뷰: 석금호」, 「인터뷰: 김영명(한글 운동가)」, 「기획기사: 간송미술관」, 「한글꼴연구회 봄 전시회」, 「시각디자인과 소모임전」 등 열 가지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명에 “기획기사”라는 표현이 들어간 걸로 보아, 초창기 『가나다라』 콘셉트는 본격 연구서보다 교양지 혹은 소식지 쪽에 더 닿아 있었던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페이즈 2는 2.1~2.4호다. 5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의 얇은 소책자 네 권이 각각 소수점 1부터 4까지를 달고 나왔다. 첫 호와 콘셉트를 완전히 달리했다. 한글 창제기부터 옛활자, 새활자, 원도 활자, 디지털 활자 시대까지 변천사 및 라틴 알파벳과 한자의 역사, 한글 부호·기호 정리, 남한과 북한의 각종 문장 부호 비교 등 흥미롭고 요긴한 정보들을 축약·정리해놓았다. 특히 2.2호는 ‘한글의 기계화, 세벌식 탈네모틀 글꼴의 시작’이라는 큰 연구 주제를 기둥 삼아 세 가지 챕터(1. 네모꼴과 탈네모꼴, 2. 벌식의 이해, 3. 완성형과 조합형)를 배치해놓았다. 한마디로 미니 리포트(전체 분량은 47쪽이다)다. 『가나다라』 1호가 교양지·소식지였다면, 2.N호는 보다 전문성을 띤 정보지였다.

    페이즈 3에 해당하는 『가나다라』 3~5호는 1호와 2.N호를 계승·확장한 버전이다. 소식지·교양지 겸 전문지·정보지로서의 지적 유희와 소장 가치를 담보하는 모양새를 차츰 갖춰 나간 것이다. 이러한 대중성은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던 2015년 5호 때부터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굿즈 제작, 다채널 홍보 등을 통해 『가나다라』가 ‘홍대 시디과’라는 울타리를 넘어 좀더 다수의 독자들에게로 가 닿은 것이다.

    지금의 『가나다라』는 페이즈 4다. 2019년 6호 때부터 시작되었고, 2022년 7호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2.2호가 실험했었던 ‘단일 주제 연구’ 형식이 6호와 7호에 도입되었다. 페이즈 3에 이르는 동안 서서히 구축한 대중성에, 본격 연구서의 외연까지 보탠 셈이다.

    6호는 ‘타이포그래피(타이포그라피)’라는 단일 주제를 다뤘다. 다만, 주제어 자체가 워낙 범용적이다 보니 콘텐츠들이 ‘한 줄기’로 흐르고 있다는 감응은 약했던 듯하다. 「타이포그라피를 쓰다」, 「타이포그라피를 건축하다」, 「타이포그라피를 관람하다」, 「타이포그라피를 반영하다」, 「타이포그라피를 작성하다」 등 각각의 꼭지들은 흥미로웠으나, 이 모두를 관통하는 ‘타이포그라피’라는 콘텍스트의 힘이 아쉬웠던 것이다. 주인공인 ‘타이포그라피’보다 조연들(건축, 영화 등)의 활약이 도드라져 보였다. 영화로 치면 시놉시스·시나리오(책의 기획 의도)와 연기(콘텐츠 구성, 글과 도판, 디자인)는 양호한데 연출력(편집의 힘)이 다소 아쉬웠다는 독후감이다.

    이러한 아쉬움이 7호에서는 소거되었다. 제목이 『가나다라 7』이 아니라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주제가 부제로 앞세워진 만큼, 편집진이 이번 호의 방향성(‘종이 밖’)을 꽤 일의적·일원적으로 다루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이런 기대감은 책 도입부에서 증폭되는데, 이 얘기는 다음 단락에서 마저 해보려 한다.

    © typography seoul

    2  차례 | 3 서문

    연구 1. 적응하는 폰트
    ― 글자가 적응한 흔적
    ― 글자가 적응할 모습

    연구 2. 한글 폰트의 공유와 소유
    ― 한글 폰트 저작권 현황
    ― 한글 폰트 서비스 현황
    ― 전문가 인터뷰
    ― 한글꼴연구회 창작 윤리 워크숍
    ― 한글 폰트 서비스의 미래

    연구 3. 매체 번역
    ― 대담 1: 글자를 옮기는 사람
    ― 대담 2: 오버랩 나이프나이프

    워크숍 1. 글자도구

    워크숍 2. 공간 속 글자

    한글꼴연구회 30주년 
    ― 아카이브
    ― 축전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는 위 차례의 세 가지 연구에 대한 보고서다. [워크숍]과 [한글꼴연구회 30주년] 챕터는 앞의 세 개 [연구] 챕터와 비교할 때 좀 외따롭다. 분량 차이도 현격하고, 내용과 구성의 결 또한 다르다. 그렇다고 이 두 챕터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한글꼴연구회의 회보라 할 수 있는 『가나다라』에 워크숍 결과 보고와 결성 30주년 소식이 빠질 수는 없다. 그런데 책 전체 분량의 70퍼센트 이상이 할애된 [연구] 챕터(전체 370쪽 중 18~289쪽(272쪽 분량)] 뒤에 배치되다 보니 존재감이 퇴색되는 모양새다. [워크숍]과 [한글꼴연구회 30주년]만 따로 빼 별책으로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위 [1 제목] 단락 말미에 『가나다라 7』이 아니라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여서 발동하는 기대감이, 책 도입부를 펼치면 더욱 증폭된다고 언급했다. 열세 쪽 분량의 도입부가 뒤잇는 350여 쪽 본문으로 향하는 길안내를 아주 잘 해내기 때문이다. 서문은 짧지만 명료하고, 이번 호에 “다양한 매체를 오갈 한글꼴연구회의 출발점을 담”았다는 편집진의 매니페스토(manifesto)까지 과하지 않게 덧붙여져 있다. 도입부가 선언하는 바대로 이 책은 해찰 없이 성실히 ‘종이 밖으로’ 향한다.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 서문
    © typography seoul
    도입부의 선언들: ‘종이 밖으로’라는 부제(주제)의 방향성을 여섯 문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 typography seoul

    본래는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의 주제와 내용만을 일관되게 다룰 계획이었지만, 계획에 없던 정서 감응 때문으로 『가나다라』의 지난 17년(2006~2022년)을 주마간산하는 투의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2022년의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를 보는 내내 2008년의 『가나다라』 2.2호가 떠올랐다. 주제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본격 리포트 콘셉트 때문이다. 한글꼴연구회 선배들이 『가나다라』 2.2호에서 시도했던 실험이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를 통해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2006년부터의 『가나다라』를 다시 들춰보았고, 그렇게 들여다보다가 매 호 이어지는 동안의 변화 양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을 ‘네 단계 페이즈’로 구획해본 건데 『가나다라』의 여러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그리고 좀 뜬금없는 사족을 보태고 싶다. 17년치 『가나다라』의 편집진은 각기 다르다. 조장 한 명이 두 호 내지 세 호를 연이어 총괄한 경우도 있지만 조원들의 구성은 매 호 달라졌다. 그럼에도 한 편집진이 붙잡고 만들어 온 듯한 일관성이 있다. 1~7호 각각 별개의 서사를 가진 게 아니라, 일곱 호가 모여서 큰 서사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17년이면 신입생이 열일곱 번 들어오는 시간이고, 소모임 집행부가 적어도 열 번 이상은 바뀌었을 시간이다. 『가나다라』는 그런 시간을 견디어 꾸준히 발간되는, 그리고 ‘책’다운 완성도를 유지하고 대중성까지 지닌 몇 안 되는 캠퍼스 콘텐츠다. 더 많은 학교, 소모임, 학회 등에서 『가나다라』 같은 콘텐츠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특히, 취업률 저조를 이유로 통폐합 위기에 처한 인문 예술 계열 학과들(『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의 모교와 학과도 포함된다)에서 그러한 사례가 끊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typography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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