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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읽자이너 #14 『GO: 칩 키드의 그래픽 디자인 가이드』

    크다/작다, 대칭/비대칭, 양의 공간과 음의 공간, … 칩 키드가 던지는 디자인 화두들


    글. 임재훈

    발행일. 2022년 04월 12일

    123 읽자이너 #14 『GO: 칩 키드의 그래픽 디자인 가이드』

    한 달 한 권
    1 제목 | 2 차례 |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 123 읽자이너 ”

     열네 번째 책
     『GO: 칩 키드의 그래픽 디자인 가이드』
    · · · 칩 키드 지음, 도서출판 이종, 2014 · · ·

    1  제목

    『고(GO): 칩 키드의 그래픽 디자인 가이드』(이하 『GO』)는 제목 그대로의 책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칩 키드(Chip Kidd)가 정리한 그래픽 디자인 가이드북이다. 한국어판 제목은 원제 『GO: A Kidd’s Guide to Graphic Design』을 직역한 것이다. 칩 키드는 그래픽 디자이너보다는 북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로 자주 소개되는 인물이다. 그의 많은 그래픽 디자인 작업들이 책의 몸으로 쓰인 까닭이다.

    『GO』에 실린 칩 키드의 포트폴리오 또한 대부분 북 디자인 산출물들이다. 출판사 사월의눈의 전가경(디자인 저술가)·정재완(북 디자이너)도 공저 『세계의 북 디자이너 10』(안그라픽스, 2016)에서 칩 키드를 마생(Massin), 요스트 호훌리(Jost Hochuli), 리처드 홀리스(Richard Hollis), 정병규, 뤼징런(吕敬人), 스즈키 히토시(鈴木一誌), 로허르 빌렘스(Roger Willems), 마르쿠스 드레센(Markus Dreßen), 데이비드 피어슨(David Pearson)과 더불어 ‘세계의 북 디자이너 열 명’으로 소개한 바 있다.

    칩 키드는 북 디자인을 통해 어떤 그래픽 디자인을 보여주는가, 칩 키드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하는가가 예비 독자들이 『GO』 읽기(정말로 이 책을 그래픽 디자인 가이드 삼기)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세계의 북 디자이너 10』을 잠깐 펼쳐본다.

    이런 북 디자인 작업 속에서 칩 키드식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있다. 바로 사진을 활용한 그의 표지 디자인이다. (…) 표지 사진 한 장을 전면에 깔거나, 또는 여러 장의 사진을 몽타주 하거나 병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강렬한 이미지의 사진들 중에는 초현실적이거나 몽환적인 것으로 시각적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
    스테파니 라우서Stephanie Rausser의 사진을 사용한 기쉬 젠Gish Jen의 『아일랜드인은 누구인가Who’s Irish』(1999) 표지에는 여자아이로 보이는 인물이 허리를 뒤로 꺾은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비스듬하게 배치된 사진에 운동화를 신은 여아의 벌어진 다리, 그 다리 사이로 보이는 속옷은 소재 그 자체만으로도 일면 선정적이다. 이런 소재의 기이함과 초현실적인 측면은 사진의 과감한 절단과 반전을 통해서도 만들어진다. 『신약성서The New Testament』(1996)에서는 고통받는 예수상을 형상화한 듯 피가 흥건히 묻은 인물의 눈 부위만을 잘라 편집했다. 당연히 상단에 있는 제목보다 하단에 있는 ‘눈’ 사진에 시선이 머무르게 된다.
    (…)
    이처럼 기이한 사진을 다양한 수법으로 활용하는 것 이외에도 칩 키드는 제목에 대한 은유로서 사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 칩 키드의 사진을 통한 문학적 재해석의 기지가 돋보인다. 앞서 언급한 로버트 휴즈의 『아주 비판적인Nothing If Not Critical』(1992)이 대표적이다. 캔버스의 뒷면을 촬영한 사진을 사용해 기존 미술 서적에서 봐왔던 시각적 클리셰로부터 벗어났다.

    ― 『세계의 북 디자이너 10』 118·119쪽에서 발췌, 강조 표시는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

    『고』에서 만날 수 있는 칩 키드의 적잖은 작업들이 위 인용문처럼 “사진을 활용한” 디자인이다. 이러한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칩 키드는 유명하다. 그렇다고 『고』가 디자인에서의 사진 활용술을 다룬 책은 아니다. 『고』는 위 인용문의 강조 표시 키워드들―몽타주, 병렬, 초현실적, 몽환적, 과감한 절단과 반전, 은유, 재해석에 관하여 정리해놓은 책이다. 이러한 그래픽 디자인 스킬을 언제 어떻게 왜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를 독자들은 『고』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typography seoul

    2  차례

    들어가며: 그러면 그래픽 디자인은 뭘까요?

    챕터 1. 형태
    크다와 작다
    비율
    거꾸로 / 반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앞에 / 뒤에
    초점 / 빗나간 초점 / 병치
    수직
    수평
    밝음 / 어두움
    화질
    이미지 잘라내기
    반복과 패턴
    대칭 / 비대칭
    단순성 / 복잡성
    색채학
    삼원색 / 이차색
    추상적 / 직접적
    양의 공간 / 음의 공간
    시각적 변화

    챕터 2. 타이포그래피
    문자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
    서체
    서체 스타일
    포인트와 파이카
    자간
    행간
    타이포그래피 색상, 비율, 그리고 질감

    챕터 3. 내용
    근본적인 문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공식

    챕터 4. 콘셉트
    직접적 / 암시적
    환상
    비유
    시각적 분위기: 사진 / 일러스트 / 만화 / 픽토그램
    사실적 / 반전

    챕터 5. 10가지 디자인 프로젝트
    ❶ 그래픽 디자인 수집을 시작하기
    ❷ 색칠하기
    ❸ 양의 공간 이용하기[음의 공간도 이용]
    ❹ 작은 포스터 만들기
    ❺ 좋아하는 것 다시 디자인
    ❻ 자신만의 서체 견본 표 만들기
    ❼ 자신만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만들기
    ❽ 내 거라고 표시하기
    ❾ 자기 신념을 담아 로고 디자인하기
    ❿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기 ― 그리고 결과를 업로드하기

    가장 분량이 많은 챕터는 첫 번째 [내용]이다. 첫 챕터를 꼭꼭 씹어 읽지 않으면 나머지 챕터들을 소화하기가 퍽 어려울 것도 같다. 첫 번째 [내용] 챕터가 제시한 일련의 키워들은 마치 『무문관(無門關, The Gateless Gate)』에 나오는 마흔여덟 가지 선(禪, Zen)의 질문들처럼 다가온다. 가볍게 읽으면 가볍게 넘어갈 테지만, 작정하고 키워드 하나에 매달리면 다음 관문으로 가기까지 꽤 생각이 많아질 듯하다. 첫 챕터의 키워드들은 한마디로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화두(!)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이 도처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어린 아기였을 때에는 사물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물을 단지 형태로만 봅니다. 사물의 모양, 색상, 강도, 크기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의미는 알 수 없는 것이죠. 훌륭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시각 정보를 평가하고 효과적으로 디자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아기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30쪽


    3  서문

    사실 『고』는 서점 매대에서 휙휙 넘겨 보다가 혹하여 구입하게 될 만한 책이다.(2022년 4월 현재 이 책은 절판되어 있는 상태고, 도서관이나 헌책방, 온라인 중고 서적 스토어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가볍게 읽는다면 한없이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책 자체의 만듦새도 경쾌하고 눈에 잘 띈다. 글이 적고 ‘그림’이 많아서 만만해 보이기도 한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도 그렇게 이 책을 샀다. 하지만 경쾌함 내지는 가벼움이야말로, 칩 키드가 이 책에 매복시켜둔 ‘최종 보스’라는 점을 숙지하도록 하자.

    좋아서 시작한 일이 말 그대로 ‘일’이 되어버리면, 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의 에너지 총량 중 상당 부분이 ‘사무적’으로 변모하게 마련이다. 좀 과하게 말하면 자기 삶의 장르가 어느 틈엔가 바뀌어버리는 셈이다. 이 일을 할 때만큼은 어드벤처 액션물이었던 내 삶이, 직업의 세계를 통과하는 동안 서서히 다큐멘터리 장르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렇듯 삶의 장르 전환을 겪은/겪을 그래픽 디자이너 독자들에게, 『고』는 다시 경쾌해지기/가벼워지기 트레이닝을 제안하는 것 같다. 본문 첫머리의 페이지 하나를 자기 유년 시절 사진으로 꽉 채운 1964년생 칩 키드의 의도는, 그리고 서문[들어가며]의 쉽고 예의 바른(?) 문장들은 그래서 웅장하게 읽힌다. 어른이 된 피터 팬이 동심을 복원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던 영화 〈후크〉가 떠오르기도 한다.

    “건축은 사람이 그곳을 걸어 다니길 원합니다. 산업 디자인은 손으로(혹은 다른 신체 부위로) 직접 경험하길 바랍니다. 패션은 입어보게 만들죠. 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은 눈에서 마음으로 이동하는, 순수하게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여행입니다.”― 11쪽

    © typography seoul

     칩 키드 더 알아보기: 『타이포그래피 서울』 패밀리 사이트 『윤디자인 M』 포스트 
    ― 소설가, 보컬, 배트맨 ‘덕후’ 디자이너 칩 키드(2015)
    ― 유튜브로 만나는 레전설 그래픽 디자이너 5인방의 근황(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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