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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읽자이너 #13 『새로움에 대하여: 문화경제학 시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있다/없다 따지는 당신, 대관절 ‘새로움’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글. 임재훈

    발행일. 2022년 03월 08일

    123 읽자이너 #13 『새로움에 대하여: 문화경제학 시론』

    한 달 한 권
    1 제목 | 2 차례 |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 123 읽자이너 ”

     열세 번째 책
     『새로움에 대하여: 문화경제학 시론』
    · · · 보리스 그로이스 지음, 김남시 옮김, 현실문화, 2017 · · ·

    1  제목

    클라이언트 업무든 개인 작업이든, 어쨌든 관건은 ‘새로움’이다. 새롭지 않은 것, 즉 ‘이미 있는 것’이나 ‘어디선가 봄직한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디자이너를 비롯한 모든 크리에이터가 새로움에 대하여 고민한다. 이는 ‘어떻게 새롭게 할(만들) 것인가’라는 방법론에 관한 싸움일 때가 많다.

    『새로움에 대하여: 문화경제학 시론』(이하 『새로움에 대하여』)은 새롭게 하기(새로운 것을 만들기)라는 방법론 문제에 앞서는 보다 본질적인 사안, 그러니까 새로움 그 자체에 대하여 기술한 책이다. 현시대 문화가 받아들이는 새로움이란 무엇인지, 새로움이 성립되는 문화적 배경과 근거는 또 무엇인지를 정리해놓은 ‘새로움의 설명서’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하 TS) 에디터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구약 성경의 유명한 격언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 is nothing new under the sun)’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인문 교양서.

    ‘문화경제학’이라는 부제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움에 대하여』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미디어 이론가이자 미학자, 예술 비평가, 전시 기획자, 철학자인 저자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의 핵심 이론이다. “새로움은 (…)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가치 위계가 전도되는 데서 생겨난다”라는 것이 이 이론의 입장이다. 문화적 가치의 위계가 전도되는 현상을 저자는 ‘문화경제’라 규정하고 있다.

    ‘가치 위계 전도’라는 다소 어려운 말을 이해해보고자, TS 에디터는 레트로 트렌드를 떠올려보았다. 요즘의 레트로는 가히 전방위적인 문화 현상인지라 여기서는 음향 기기 얘기만 해보려고 한다.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청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시점에서,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기술적으로 옛것이다. 다시 말해,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의 가치는 평가 절하되고 있다. 그런데 레트로 트렌드와 함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같은 아날로그 음향 기기가 ‘새로운 것’으로 부상한다. 스마트 기기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물리적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걸어놓고 되감기/빨리감기/재생 버튼을 누르며 음악을 들을 때 ‘뭔가 듣는 맛이 난다’는 소비자들의 특별한 취향이 형성된다. 음향 업체들이 고가의 한정판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출시하고 얼마 안 걸려 동이 난다.

    2000년대 음악 청취의 보편적 방식인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의 가치가 얼마간 내려가고, 기술적으로 옛것이었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 결과,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새로움’(이른바 뉴트로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사례를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가치 위계가 전도되는 데서” 새로움이 성립된다는 말의 일례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물론 TS 에디터의 몰이해일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 typography seoul

    2  차례

    서언

    도입

    아카이브에서의 새로움
    새로움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다
    새로움은 타자가 아니다
    새로움은 그 근원이 시장이나 진정성에 있지 않다
    새로움은 유토피아적이지 않다
    새로움은 가치 있는 타자다
    새로움과 유행
    새로움은 근원적 차이의 효과가 아니다
    새로움은 인간 자유의 산물이 아니다

    혁신 전략들
    문화적 아카이브와 세속적 공간 사이의 가치 경계
    가치전도로서의 혁신
    혁신과 창의성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부정적 순응
    그에 반하는 생태학적 논증
    가치절상과 가치절하

    혁신적 교환
    교환의 문화경제학
    혁신적 교환과 기독교
    혁신적 교환의 해석
    문화적 가치 경계와 사회적 불평등
    혁신적 교환으로서의 사유
    저자

    옮긴이의 말: 역시 이후의 시대,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새로움에 대하여』를 읽기 전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이 있다. 저자 보리스 그로이스가 말하는 ‘새로움: 문화경제학’의 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알아두는 것이다. 그래서 옮긴이의 말을 독서의 첫 순서로 삼으면 좋겠다. TS 에디터는 김남시의 글 몇 편을 읽어본 바 있는데, 매번 일관된 감흥이 일었다. 아카데믹한 주제와 메시지를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라는 것이었다. 천박한 비유를 써보자면, 난이도 ‘Difficult’인 게임을 ‘Normal’ 정도로 순화해줌으로써 초보 게이머들도 해당 게임의 감동을 충분히 맛보도록 하려는, 그런 배려가 문장과 문단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의 글쓰기 특징이랄지 혹은 학자로서의 성정이랄지. 『새로움의 대하여』에 수록된 김남시의 글 또한 그렇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면 보리스 그로이스의 ‘새로움: 문화경제학’ 이론이 어느 정도 ‘Normal’ 난이도로 다가올 것이다. 달리 말해 『새로움에 대하여』가 훨씬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옮긴이 김남시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문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문화 예술 이론가이자 현재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예술학전공 교수진 중 한 명이다. TS 에디터는 2017년 매거진 《the T》 제10호 제작을 계기로 김남시라는 학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그는 ‘문자의 이미지성 ― 한글·서[書]·기술’이라는 주제의 좌담에 참석했고, TS 에디터는 좌담 내용 기록과 기사화 작업을 담당했다. 문화학과 미학 이론을 도구 삼아 디자인 영역의 담론을 섬세하게 해체/분석/결합하던 김남시의 모습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3  서문

    저자 보리스 그로이스는 서문인 [도입]에서 ‘새로움’이 과거에 어떻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는지를 짚고, 그러한 ‘새로움의 역사’가 더이상 현시대와 동기화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근세를 지배하던 새로움에 대한 이해는 이제 마침내 궁극적 새로움이 등장할 것이고, 이 이후에는 이보다 더 새로운 건 존재할 수 없으며, 이 궁극적 새로움이 무한하게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기대와 결부되어 있었다.― 11쪽

    근대에 새로움을 소환하는 일은 이데올로기 적으로 다음과 같은 희망과 결합되어 있었다. 무의미하고 모든 걸 파괴하는 듯 보이는 시간의 변화를 중지시키거나, 적어도 그 변화에 특정한 방향을 부여함으로써 그를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말이다.― 12쪽

    곰곰 생각해보면 근세의 ‘궁극적 새로움’이나 근대의 ‘시간을 멈추는 듯한 새로움’은 이미 다량 발명된 것 같다. 종이, 인쇄술, 화약, 나침반, 축음기, 전화기,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성서 속 경구는 현대의 시공간 안에서 이론의 여지 없이 참이다. 그러나, 보리스 그로이스의 지적처럼 “새로움의 생산은 문화 속에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누구나 인정을 얻기 위해 따라야 하는 요구다”. 어쩌란 말인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새로움을 뭐라고 정의해야 하나.(어떻게 인정받아야 하나!) 시간을 들여 『새로움에 대하여』를 정독하면서 자기만의 새로움을 재정의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가치의 전도는 혁신의 일반적 형식이다.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참됨 혹은 우아함이 가치절하 되고, 이전에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던 세속적인 것, 낯선 것, 원시적인 것 혹은 속된 것이 가치절상 된다. 가치의 전도로서 혁신은 경제적 작동이다. 그렇기에 새로움에 대한 요구는 사회적 삶을 전체적으로 규정하는 경제적 강제의 영역에 속한다.―20쪽

    © typography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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