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한 권
1 제목 | 2 차례 |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 123 읽자이너 ”
열두 번째 책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
· · · 장기성 지음, 길벗, 2022 · · ·
1 제목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는 트라이앵글-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장기성의 책이다. 장기성의 실제 디자인 작업물과 그 제작 과정을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브랜드 아이덴티티, 인쇄와 후가공 등 4개 영역으로 나누어 기록했다. ‘작업 노트’란 달리 말해 ‘작업 후기’다. 즉 이 책은 디자이너 장기성의 작업 후기를 엮은 것이다. 책 뒤표지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선배의 작업 노하우’라는 소개문이 적혀 있는데, 이 문장 그대로의 책이다. 요컨대 선배 디자이너가 후배들을 위해 정성껏 쓴 노트인 셈.
저자가 자신의 실무 경험을 밝힌 책인 만큼, 본문 곳곳에서 디자이너 장기성의 ‘디자인관’을 엿볼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직무를 바라보는 장기성(그리고 트라이앵글-스튜디오)의 태도는 퍽 명확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교차’. 이 태도는 크리에이터 개인의 세계관이나 신념과 닿아 있다기보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체험과 시행 착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는 상당히 실무적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떠올리게도 한다. 표면상 꽤 ‘예술적’으로 보이는 작업들의 다분히 사무적이고 직업적인 이면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영역의 직무를 동반해야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집무편람으로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를 읽어도 큰 무리가 없겠다. 듣기 좋고 읽기 편한 꿈과 희망의 막연한 멘토링 대신, ‘선배 장기성’은 꼼꼼한 실무 노트를 제공함으로써 그래픽 디자인 직종 후배들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2 차례
일러스트레이션
― 스케치
― 직관성
― 텍스처
― 수작업
― 캐릭터
도구의 확장
― 마블링
― 실크스크린
― 리소 인쇄
― 워크숍워크숍(WKSPWKSP)
― 아날로그 작법
타이포그래피
―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 오프라인
아이덴티티
― 개방성과 확장성
― 이야기
― 로고와 응
인쇄와 후가공
― 인쇄 감리
― 별색
― 후가공
위 차례를 다섯 개 챕터로 볼 수도 있겠지만,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는 4+1 구성으로 받아들였다.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아이덴티티, 인쇄와 후가공 등 4개 작업 영역에 대한 저자의 실제 작업 후기와 더불어, 이 네 가지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도구의 확장]이라는 스페셜 챕터가 존재하는 꾸밈새.
[도구의 확장] 챕터는 다른 4개 챕터들과 다소 그 결이 다르다. 4개 챕터들이 철저히 실무적, 정량적, 객관적, 경험적 정보에 입각했다면, [도구의 확장]은 저자 장기성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이를테면 챕터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단락에 이런 문장들이 등장한다.
“ (…) 아날로그 작업이 갖는 손맛이나 러프한 질갑, 생동감 등은 디지털 작업으로 100% 구현해내기 어려운 탓에 화구나 회화적인 작법을 빌려 컴퓨터 밖에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시간적 제약, 편의성, 혹은 늘 해 오던 디지털 방식에 익숙해져 실무에서는 쉽게 시도되지 못한 채 배제되기 일쑤다. (…)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조건반사처럼 새 창을 만드는 일을 미뤄 본다면 다양한 방법론과 참신함, 변화의 동력이 생긴다. ”
―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 56쪽
[도구의 확장]은 위와 같은 장기성의 지론 하에 기획된 챕터다. 저자이자 선배 디자이너,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장기성이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챕터다. 요컨대 장기성은 “시간적 제약, 편의성, 혹은 늘 해 오던 디지털 방식”, 그러니까 ‘남들 다 하는 방식’ 이상의 무언가로서 아날로그 도구의 확장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 챕터에 나타난 저자의 ‘아날로그 지론’은 나머지 4개 챕터의 글줄 사이사이 스며들어 있다. 바꿔 말하면 이 챕터는 나머지 4개 챕터를 아우를 만한 대표성을 띤다. [도구의 확장]을 먼저 읽고 다른 챕터들을 읽어나가는 독서를 추천한다.
3 서문
지금까지 몇 차례 언급했듯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가 바라보는 주요 독자층은 ‘후배 디자이너들’이다. 저자 장기성은 자신의 경험과 시행 착오를 공유하고, 남들 다 하는 방식 너머의 임계(어떠한 물리 현상이 갈라져서 다르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경계)로서 아날로그 도구의 확장을 제안한다. 이러한 공유와 제안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건, ‘직업으로서의 그래픽 디자이너’다.(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는 읽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서문(머리말)은 이와 같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저자 장기성처럼 이 책이 벗하는 독자들 역시 아래 글이 말하는 “현장”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나에게 디자인 현장은 예측과 가정이 불가한 전쟁터와 유사하다.
늘 새로운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면서 철야를 반복하고,
채무자가 된 것마냥 시간과 업무에 쫓기는 일이 다반사다.
(…)
디자이너로서 십수 년을 비슷하게 지내왔으니
이제 좀 달라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이게 도통 쉽지가 않다.
(…)
그럼에도 만들고 이야기 하는 사람―디자인과 디자이너가 가진
‘결과물’이라는 매력은 나를 또다시 현장으로 데려다 놓는다.
(…)
이 책 또한 거창한 목적보다는 그 만족감을 위한 집요함이 누군가에게 전달되기를,
더불어 각자의 설렘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았다.
―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 머리말 중 ―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만난 장기성
― 트라이앵글-스튜디오 장기성 인터뷰 2020.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