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의 세월만큼 변화해온 서체 그리고 서체 디자이너의 이야기. 지난 10월 7일(화)부터 10월 30일(화)까지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에서 <제3회 한글잔치: 윤고딕·윤명조 해부학>이 열린다. 지난 2012년을 시작으로 올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윤디자인연구소 타이포디자인센터의 서체 디자이너들이 '윤'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윤본문용 서체를 자세히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총 4팀으로 나누어 작업한 전시 이야기, 오늘은 먼저 '윤 본문서체 히스토리' 팀과 '윤 700, 들여다보다' 팀을 만나본다.
제3회 한글잔치<윤고딕·윤명조 해부학>전시 소개 보러 가기
참여 섹션 소개
저희 전시 섹션 이름이 ‘윤 본문서체 히스토리’예요. 첫 번째 작품 이름은 <글자 구조 타이포그래피>인데요, ‘윤고딕·윤명조 100~500’까지의 한글 자소 형태와 명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작품이지요. 사전적인 의미와 실제 사용하고 있는 적용사례 이미지를 오버랩한 공간 구성으로 주목성 있게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윤 본문서체 인포그래피>예요. 25년 윤디자인연구소의 역사와 함께한 윤본문 시리즈를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1994년에 윤고딕, 윤명조 100번대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고 2014년 윤명조 700번대가 나오기까지 그간의 윤본문 시리즈의 흐름과 특징을 지하철 노선도를 모티브로 하여 친숙하고 알기 쉽게 표현했어요.
팀원 소개
박수진 언제부터 디자이너가 됐을까? 그래도 즐거운 한글 디자이너 박수진입니다.
이혜임 안녕하세요. 4년 차 폰트 디자이너 이혜임입니다. 인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나 5년이 다 되어가고 있네요.(웃음)
김재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믿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폰트 디자이너 김재의입니다.
차윤미 안녕하세요. 팀의 막내! 한글 디자이너 차윤미입니다.
작품 준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박수진 넘치는 아이디어로 즐겁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던 작업들, 열심히 해줘서 함께 해준 팀원들 정말 수고했고 감사합니다! 끝까지 아자 아자!! 이젠 신 나게 즐길 일만 남았네요.(웃음)
이혜임 우리 팀의 유행어 “아니면” 팀 내에서 샘솟는 아이디어가 많았어요. 회의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다들 환호성을 지르곤 했었죠.(묻힌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 아쉬울 정도예요.) 팀원이 아이디어를 말하면 나머지 팀원이 늘 하는 첫마디가 “그게 아니면”이었어요. “아니면 이건?”, “그게 아니면 이건 어때?” 다들 누군가가 가져온 아이디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려는 의욕이 강해서 끝을 모르는 회의의 연속이었죠. 덕분에 의도했던 대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정말 뿌듯합니다.(웃음)
김재의 작품 제작에 앞서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았어요. 다들 디자이너로서의 충만한 의욕 때문에 그랬겠죠. 그래도 해결점을 찾아 각자 맡은 바를 무리 없이 진행했어요. 전시 준비 도중 뒤집는 일도 많았지만, 막바지 작업에 돌입하면서 좀 더 단합이 잘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업무 외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멋진 작업할 수 있게 도와준 팀원 모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차윤미 아무래도 처음 시장조사 갔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광화문, 인사동, 을지로, 명동까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어서 신 났었어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참 예쁜 한글 간판이 많더라고요.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지요. 해물떡찜을 먹기 위해서 종로에서 명동까지 걸어갔지만, 그 가게가 사라져서 못 먹은 건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쉬워요!
하고 싶은 이야기
박수진 전시를 보면서 흥미롭고 행복한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혜임 전문가 집단 속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5년이 다 되어 가요. 그렇지만 우리 타이포디자인센터 안에서는 아직도 제일 어린 연차입니다.(웃음) 자부심과 뿌듯함, 그리고 책임감이 더해지며 조금씩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타이포디자인센터 식구들의 전시, 마음껏 즐겨주세요.(웃음)
김재의 작년에 이어 한글잔치에 두 번째로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작년의 전시가 놀이 위주의 전시였다면, 올해는 그동안 쌓아온 윤디자인연구소의 전문성과 역사적 발자취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전시로 만들었어요. 윤디자인연구소가 25주년을 맞아 폰트 디자이너들의 작업물을 공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였는데요! 많은 사람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한글날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조형적인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차윤미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미흡한 점이 있겠지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한글이란
박수진 궁금하고 신기하고 끌리는 즐거움(웃음)
이혜임 어렵네요…. ‘정답 없는 숙제’ 정도?(웃음) 한글을 디자인하고 있을 때면 그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어 끊임없이 파고들고 풀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저에게 한글은 정말 매력 있고,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김재의 알면 알수록 심오한 문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글 디자이너로서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차윤미 그림 같아요, 문자의 개념이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진 그림 같아요!
참여 섹션 소개
저희 팀은 총 3개의 파트로 나누어 작품을 만들었어요. 첫 번째 작품은 <윤 700의 하루 일과>인데요, 미디어 환경에 최적화한 스마트 폰트 윤고딕·윤명조 700 시리즈의 새로운 탄생의 알림을, 우리가 깨어나는 시간 AM 7:00과 연관 지어 표현하였습니다. 포스터와 액자식 구성, 태블릿을 통한 활용 예시로 우리 생활과 윤700 시리즈의 관계를 스토리텔링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 <윤 700 특징 들여다보기>는 윤고딕 700·윤명조 700 각각의 특징 페이지를 세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서체가 지닌 특징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작품 <윤 700 포스터_ 공간, 여백>은 현재 가장 흔히 쓰는 LCD 스크린의 원리 중에서 빛의 굴절을 수많은 선으로 표현하여 그 선들이 모여 글자가 되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또한, 윤 700시리즈는 무게 변화에 따라 글자의 굵기가 달라지는데, 이는 획의 굵기에 따른 적절한 속공간의 분배를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특징에서 ‘공백’이라는 단어를 선택, 그 안에 감춰진 ‘공간’과 ‘여백’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두 단어의 공존 관계가 잘 표현될 수 있도록 포스터 형식으로 작업하였습니다.
팀원 소개
이현호 안녕하세요. 아직 한글을 못 뗀, 앞으로도 떼기 어려울 것 같은 폰트 디자이너 이현호입니다.
한선주 꿈을 그릴 줄 알고,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폰트 디자이너 한선주’입니다.
왕은정 커피를 좋아하고 사진과 여행을 사랑하는 만능.형(?) 디자이너 왕은정입니다!
이수연 현재에 선택 집중하는 서체 디자이너 이수연입니다. 자기소개라니 쑥스럽네요….(웃음)
작품 준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이현호 매번 전시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전시를 준비하고 구상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구체적인 작업 실행 단계보다는 준비 단계가 가장 흥미롭고,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함으로써 오는 즐거움이 가장 큽니다. 이번에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팀원들과 함께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고 한글과 관련한 좋은 작품을 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마지막으로 경치 좋은 부암동에서의 치맥과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웃음)
한선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게 윤고딕·윤명조 700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폰트 디자인이 아닌 편집 그리고 포스터 디자인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 모든 디자인엔 각각의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란 생각을 하며 위안으로 삼아 내 직업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됐던 점!?
왕은정 전시를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함께했던 회식! 고깃집에 가서 다들 몸보신 하려는지 고기를 굽기만 하면 사라지더라고요. 아…. 젓가락질이 다들 현란해서 다음엔 고기 말고 다른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농담)….(웃음) 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작업했던 것을 출력해서 찾아오던 날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과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할 수 있을까….’라고 시작했던 일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잘하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던 날.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수연 자료 조사하러 미술관을 들렀는데 그곳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죠. 자료 조사를 몸으로 부딪쳐 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순조로웠던 것 같아요. 준비 기간에 팀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디자인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찾을 수 있었고 선배들 조언이 저에게도 도움이 되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
이현호 전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시행 착오와 여러 의견을 듣고 재생산하는 반복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더 넓은 사고와 이해도를 배울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 이였고, 전시를 보시는 분들은 평소 윤디자인 폰트 디자이너들이 창작물을 내는 방식에서, 어떠한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지 엿 볼 수 있는 좋은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
한선주 폰트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아직도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혀 있지 않습니다. 폰트 디자이너들이 꾸민 이번 전시회는 폰트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땀과 결실을 나누고자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가볍게 전시회를 즐기시되 한번쯤은, 발걸음을 멈춰 깊게 바라봐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왕은정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많은 분이 오셔서 한글과 소통하는 의미 있는 시간 되시길! 더불어 서체 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분들! 어서 도전하세요.(웃음) 삶은 무궁무진하니깐요. 특히 한글을,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이 전시를 보고 한글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함께해준 우리 팀원들 너무 고생 많았어요! 우리 또 몸 보신하러 갑시다!!
이수연 다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보시는 분들이 윤고딕·윤명조 700에 대해 더욱 잘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한글이란
이현호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적인 녀석.
한선주 끝없는 연구대상 그리고 나의 활력소. 보는 각도에 따라, 파고들면 들수록 어려운, 언제나 새로운 나의 연구대상! 이러한 과제가 있기에 일상이 지루하지 않은 나의 활력소.
왕은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삶의 이정표. 알면 알수록 새롭고 더욱 알고 싶은 끌림.
이수연 한글 디자인 어려워요. 그런데 정말 큰 매력이 있어요. 한글은 뜯어볼수록 아름다운 글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