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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디자인계의 선두 스탠리 웡

    ‘Another Mountain Man’으로 불리는 거물급 디자이너 스탠리 웡(Stanley Wong)


    인터뷰. 황소영

    발행일. 2013년 09월 16일

    홍콩 디자인계의 선두 스탠리 웡

    홍콩에서 ‘red white blue의 아버지’라 불리는 천재 디자이너 스탠리 웡(Stanley Wong). 영화 포스터, TV 광고, 인테리어 등 홍콩 전역에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은 없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는 이러한 일을 하는 스탠리 웡이라는 이름 말고도 ‘어나더 마운틴 맨(Another Mountain Man)’이라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사회적 이슈 혹은 인간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아티스트로서의 것. 상업적인 작업과 개인적인 활동을 오가며 홍콩 디자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탠리 웡. <TOKYO TDC SEOUL 2013>이 열리고 있는 삼원페이퍼갤러리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TOKYO TDC Award 2013, TDC상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이번 TOKYO TDC SEOUL 2013 전시 오프닝에서 발표할 세미나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오늘 발표할 내용은 상에 관한 내용도, 32년간 했던 상업적인 작품 활동에 대해서도 아닙니다. 제가 10여년 전부터 another mountain man이라는 이름으로 해 왔던 개인적인 예술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티스트로서 제 활동은 두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요, 한 가지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작품이고 또 한 가지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제 종교인 불교적 가치가 나타날 수도 있지요. 이번에 받은 상도 인간의 가치에 대한 프로젝트로 받은 것입니다.

    수상작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같은 아이디어에서 나온 두 개의 작품으로 수상하였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6분짜리 영상물인데요, ‘심경(心經, heart sutra)’이라는 불교 경전을 길거리 바닥에 쓰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번 챕터에서는 8개의 단어로 된 ‘심경’의 한 구절 쓰고 있는데요, 그 뜻은 ‘실제 보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실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글자는 잉크로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로 쓰는 것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쓰인 순서대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잉크로 썼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글자들이 왜 사라질까 의문이 생길 수 있겠지요. 불교에서는 ‘실제로 보는 것이 실제가 아닐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봤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지’, ‘나쁜 사람을 보고 나쁘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 실체가 정말로 나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라고 합니다. 이 영상은 이런 불교적인 생각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2번 챕터에서는 ‘공(空)’이라는 단어 한 자만 쓰는 과정이 나오고요, 3번 챕터에서는 ‘심경’ 전체 200자를 쓰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것을 쓰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물로 글씨를 쓰자는 생각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이것은 중국에서 굉장히 흔한 일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공원에서 많이 하시는데요, 쓰다 보면 운동이 되기 때문에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다음 수상작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두 번째 작품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포스터입니다. 만약 굉장히 유명한 대만의 여성 타이포그래퍼의 전시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전시는 아마 그녀의 작품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그 전시에 대한 아무런 해석도 하지 않은 채 ‘형태’라는 글자만 쓰여있는 빈 포스터를 걸었습니다. 총 세 개의 포스터엔 ‘형태_나는 쓴다’, ‘형태_나는 본다’, ‘형태_나는 생각한다’라고 쓰여 있지요. 전시 관람객들에게 직접 그 안을 채우라고 했는데요, 그들이 쓴 글자들은 잉크가 아닌 물로 쓴 것이라 조금 후 사라질 것입니다. 이 작품의 의미도 첫 번째 영상물과 같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心經(heart sutra) 비디오 영상물
    ‘형태_나는 쓴다’, ‘형태_나는 본다’, ‘형태_나는 생각한다’
    관람객들이 직접 내용을 채우는 전시 포스터. 물로 쓰기 때문에 곧 글씨는 사라진다.

    another mountain man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고 다음으로 광고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일했던 회사는 홍콩의 가장 큰 광고 회사였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세계적인 기업의 일을 하며 높은 연봉을 받았습니다. 당시 32살이었던 제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리바이스 청바지를 많이 입게 할지, 나이키 신발을 많이 신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가 들었을 때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요, 그러한 생각은 1년 정도 이어졌고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내 믿음에 따라서 행동을 하자.’라는 것을 바탕으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제 강점인 ‘소통’과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 간의 관계 회복, 화합을 도모하자라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때가 2001년이었는데요, 그때부터 상업적인 작업을 하는 스탠리 웡과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언아더 마운틴 맨으로 나뉜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예술가라고 하지만, 저는 저를 예술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사회적인 일을 할 때는 사회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철학이나 불교 관련 일을 할 때는 제 스스로 스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가 제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만의 작업 프로세스,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요?

    이것 또한 상업적인 작업을 할 때와 개인적인 작업을 할 때가 다릅니다. 제가 상업적인 브랜딩, 그래픽 디자인, 광고 등을 할 때는 제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맞게 광고나 디자인을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서양 문화를 가져오는 것을 반대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는 제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한국 사람인데 암스테르담이나 뉴욕에 이주해서 살고 있다면, 그쪽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에 살고 있다면 절대적으로 암스테르담이나 뉴욕 거주민에 비해 더 잘 알 수 없지요. 그래서 제가 만일 서양 문화에 대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면 그쪽 현지 디자이너에게 작업 의뢰를 할 것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계속해서 아시아인들이 서양 문화를 추구한다면 서양 사람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광고를 보는 시청자와 소통의 문제인데요. 영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대중이 흔히 알고 있는 자국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더욱 쉽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제가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저의 독창성을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어떤 주제로 어떤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한다면 그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red white blue>라는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이는 1960년~1970년대 홍콩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를 벗어나 다시 중국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홍콩 사람들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이 작품에 쓰인 재료는 홍콩 전역에서 아주 흔히 사용하는 재료인데요, 공사판 가림막이나 시장 천막, 가방 등에 사용하였습니다. 거칠어 보이는 재료의 질감을 통해 홍콩 사람들의 힘이나 적극적인 참여를 나타내며 긍정적인 홍콩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redwhiteblue’ here there everywhere

    이렇게 전했던 메시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한 15년 전쯤 저와 제 친구는 장례식에 관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 친구는 어떤 식의 장례식을 할 것인지, 거기에 어떤 음악을 사용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흥분하며 이야기했지요. 그런 대화를 통해 저는 제가 관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은 죽은 사람과 가장 가까이 있지만, 사실은 그 사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저는 그런 관을 받아들이기 싫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매일매일 제가 사용하는데, 나중에 관 같은 박스가 될 수 있는 게 어떤 것일까 하는 것. 그 결과를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를 했습니다.

    처음 보면 일반적인 소파와 커피 테이블로 보이지만, 그것들을 조립하면 관이 만들어 지게 했습니다. 관람객들은 그것이 소파였을 땐 앉아서 책도 보고 쉬기도 하지만, 전시 마지막 날에는 조립된 관에 직접 들어가 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거기에 누워서 삶에 대해 어떤 것을 느끼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요. 죽음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삶을 이야기 하고자 했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자신의 관 위에서 생활한다고 말이죠. 매일 매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은 저의 다른 작품보다 심오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았습니다.

    이와 관련한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작품을 할 때 학교에서 내준 숙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나의 마지막 숙제>라는 작품을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지요. 2년 전 50세가 되었을 때부터 자화상을 그렸는데요, 앞으로 생일 때마다 계속 그릴 예정입니다. 몇 개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중국 사람들은 보통 장례식에 영정 사진이 따로 쓰지 않고 어릴 때 사진을 사용하곤 해요. 하지만 저는 제 자화상을 장례식에 사용할 수 있겠지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impermanence

    TOKYO TDC SEOUL 2013

    기간: 2012년 9월 9일(월)~2013년 10월 18일(금)
    장소: 삼원페이퍼갤러리&샵
    전시 내용: TOKYO TDC AWARDS 수상작/우수작 200여점
    관람료: 무료홈페이지: http://www.papergall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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