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은 요즘 최전선이다. 마포구에서 서교동, 동교동, 합정과 상수라인을 아우르는 이 좁은 땅덩어리는 요즘 문화예술과 상업화가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그야말로 문제지역이다. (중략) 홍대에서 벌어지는 이런 자본의 흐름이 문제가 되는 건, 이 지역의 색깔을 만들고 성장시킨 예술가들과 홍대앞을 사랑하고 아끼는 소규모 창업자들을 변방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H』 23호, 「홍대앞 사건 사고」 중
홍대앞이 변했다고들 한다. 문화와 예술, 청춘의 에너지가 흐르던 거리는 이제 술집과 클럽, 프랜차이즈 상점이 넘치는 소비와 향락의 거리가 되었다고. 누군가는 ‘이미 홍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게다가 몇몇 뉴스와 신문에서는 이런 홍대앞을 상업화에 변질된 여느 대학가의 모습으로만 묘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홍대앞 이야기, 과연 이게 전부일까?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다행히 홍대앞에는 동네 잡지 『스트리트 H』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특정지역, 즉 홍대앞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매거진이다. 이 공간에는 비주류 아티스트, 홍대앞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장 등 홍대앞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공연과 전시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렇게 『스트리트 H』는 홍대앞만의 고유한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이야기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져간 공간들(유정다방, 카페 일렉트로닉스, 곰팡이, 시월, 리치몬드 제과점 등)의 역사를 기록해왔다.
「카페홀릭, 너 어디까지 와봤니?」라는 특집 기사와 함께 2009년 6월 창간한 『스트리트 H』가 얼마 전 3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홍대앞이 변해온 것처럼 서른 일곱 번 잡지가 발행되는 동안 『스트리트 H』 역시 적잖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홍대앞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이야기를 충실히 전하는 그 역할만큼은 변함없다. 최신호인 23호 중 「홍대앞 사건 사고」라는 기사에 이런 글이 있다.
누구는 대학로나 신촌이 보여준 위험한 상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며 “이미 홍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트리트 H』는 그 단언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고 질문한다. 홍대앞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홍대앞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더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그 홍대앞을 만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스트리트 H』 23호, 「홍대앞 사건 사고」 중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홍대앞이라는 공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가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 아닌 인위적인 상업화의 산물이라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마저 변질시킬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 동네 혹은 좋아하는 동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하여 조금 더 사랑하게 되는 것.
『스트리트 H』 3주년 기념호에 담긴 이야기들
홍대앞 동네 문화 잡지 『스트리트 H』 창간 3주년 기념호(23호, 2012. 6.)는 다채로운 특집 기사들로 가득하다. 또한, 『스트리트 H』의 발행사인 디자인 스튜디오 203의 전매특허라 할 만한 인포그래픽도 볼거리다. 이번 3주년 기념호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콘텐츠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홍대앞에서 10년 이상 버티어 온 쥔장들과의 좌담회」
치솟는 임대료,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 프랜차이즈 상점 등 거대 상업 자본에 떠밀려 1년도 버텨내기 어려운 홍대앞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10년 가까이 장수해 온 동네 카페, 밥집, 술집 사장들이 홍대앞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자리. 홍대앞을 홍대앞답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며 고군분투하는 ‘진짜 홍대 사람들’, 김진한(나물먹는 곰), 임태병(카페 비하인드), 정재훈(닭날다), 장성환(『스트리트 H』)의 이야기.
「홍대앞에서 꼭 해봐야할 36가지」
다들 홍대앞, 홍대앞··· 하는데 정작 홍대앞에 오면 어디서 뭘 해야 할지 모른다. 여기에 ‘홍대앞 = 클럽, 술집’이라는 공식이 떠올랐다면 큰 오산. 재미공작소, 카페 비하인드 등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가기, 동네 책방 유어마인드에서 고양이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독립 출판물 뒤적이기 등 홍대앞에서만 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놀이가 많기 때문이다. 인포그래픽으로 알기 쉽게 정리된 「홍대앞에서 꼭 해봐야 할 36가지」를 참고하면 무작정 홍대앞을 헤매는 일은 없을 듯하다.
「2012년도 재미로 보는 유희능력시험 홍대탐구영역」
우리는 홍대앞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홍대앞 카페, 맛집, 술집을 많이 안다고 해도 그것이 홍대앞의 전부는 아니다. 재미로 보는 홍대앞 지식 테스트.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실망하지 말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테스트에 참여할 만큼 홍대앞에 대한 관심과 아끼는 마음이므로. 테스트를 끝낼 즈음엔 아마 진짜 홍대를 제대로 즐길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홍대앞에서 사라져서 그리운 곳들」
지난 1월, 30여 년간 홍대앞을 지켜온 리치몬드 제과점이 문을 닫았다. 한 달 동안에도 수많은 상점이 문을 열고, 또 그만큼의 상점이 문을 닫는 홍대앞.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를 모았다. 트위터를 통해 받은 수많은 메시지 중 97개를 골라 사람들의 생생한 추억을 담았다. 기사를 읽는 순간 아스라한 기억 속, 그곳에서의 추억이 떠오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