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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이야기꾼 <사이먼 후지와라> 전

    성적 취향, 가족 관계, 유머 감각부터 세계관까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탁월한 이야기꾼. <사이먼 후지와라> 전을 다녀왔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3월 04일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이야기꾼 <사이먼 후지와라> 전

    이처럼 확실한 자기소개가 있을까. 덕분에 아티스트가 아닌 사이먼 후지와라(Simon Fujiwara)라는 사람에 대해 명확해졌다. 단 세 개의 작품으로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듯한 느낌이다. 성적 취향, 가족 관계, 유머 감각부터 세계관까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탁월한 이야기꾼. <사이먼 후지와라> 전을 다녀왔다.

    사이먼 후지와라는 영민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작품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국내에서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1982년 건축가인 일본인 아버지와 무용수인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혈통이나 역사, 인류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러한 관심은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다시 소설, 연극, 퍼포먼스, 설치, 강연 등 다양한 매체로 재현된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이야기 속의 다양한 인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극작가, 소설가, 인류학자, 에로 배우 등으로 분하는 것이 흥미롭다.

    첫 번째 작품은 <근친상간 박물관(The Museum of Incest)>. 근친상간이라는 이미지는 도덕적으로 치명적이라 할 정도로 부정적이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번창하기까지 근친상간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은 사이먼 후지와라가 인류의 근친상간에 대한 역사와 기원을 조사하면서 수집한 자료와 자신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엮어 만든 이야기로 이루어진 설치와 영상 작품이다. 이곳에는 인류 최초의 무덤에 대한 사진 스크랩, 지도, 인류가 최초로 사용했을 법한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자료를 전시한 한 테이블 위에는 먹다 남긴 밀크티가 담긴 유리잔이 놓여 있는데, 이는 영국 출신인 사이먼 후지와라의 혈통을 상징한다. 밀크티는 영국인이 즐겨 마시는 음료이기 때문. 영상에서는 박물관을 만들게 된 계기와 박물관 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그림에는 가족이 식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 속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먼 후지와라와 그의 아버지이다. 가족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는 식사하는 자리를 통해서 조상과 후손을 잇는 연결을 상징하면서 이 벽화를 박물관의 상징처럼 두고 있다.

     근친상간 박물관(The Museum of Incest), 2009

    두 번째 작품 <거울 단계(The Mirror Stage)>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글에서 따온 제목이다. 어린아이가 거울을 보고 자아와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뜻하는데, 사이먼 후지와라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거울 단계를 보여준다. 전시관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같은 패턴의 오브제. 이는 영국의 추상화가 패트릭 헤론의 작품과 그의 작품에서 차용한 패턴들이다. 11살의 사이먼 후지와라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충격을 받게 된다. 한 가지는 예술적인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 또 한 가지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느꼈던 것. 그의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을 주었던 작품이기에 그는 이것 또한 설치와 영상으로 재현했다. 영상에서는 현재의 본인과 11살의 본인을 연기하는 소년이 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가 소년에게 자기의 정체성을 찾게 된 순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거울 단계(The Mirror Stage), 2009

    세 번째 작품은 <재회를 위한 리허설(Rehearsal for a Reunion)>이다. 이 또한 설치와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 커튼과 조명으로 무대적인 연출을 한 이 작품은 버나드 리치라는 영국인 도예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버나드 리치는 서양인이지만, 홍콩에서 출생했고 일본에서 도예를 배워 동서양의 융합을 강조하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이먼 후지와라 역시 다문화적인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유대감을 가지려고 어릴 적부터 그의 박물관에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도예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또 한 번의 감명을 받은 사이먼 후지와라는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버지를 만나러 일본으로 가게 된다. 영상에서는 사이먼 후지와라와 그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독일 배우가 출연하는데, 20년 만에 만나는 아버지와의 재회를 위한 리허설을 연극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영상 속에서 그와 아버지는 버나드 리치의 도자기 복제품을 함께 만들게 되는데, 끝에 가서는 도자기 진품을 깨는 장면이 나온다. 왜냐하면, 진품이 있는 한 자신과 아버지가 만든 도자기는 복제품에 불과하기 때문. 자신과 아버지의 연결 고리가 되는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진품을 깨게 된 것이라고 한다.

    재회를 위한 리허설(Rehearsal for a Reunion), 2011.12

    전시를 보기 전까지는 단 3개의 작품으로 사이먼 후지와라에 대해 알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했지만, 곧 기우였음을 알았다. 설치 공간 한 곳 한 곳 그 자신에 대한, 그 주변에 대한, 그 내면 깊은 곳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아티스트와 아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것 같은 친근함. 좋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전시이다.

    전시 정보

    사이먼 후지와라 전

    기간: 2013년 2월 2일(토)~2013년 3월 24일(일)

    장소: 아트선재센터 2층

    주최: 아트선재센터

    협력: 영국문화원

    홈페이지

    관람 요금: 성인 5,000원 / 학생 3,000원

    *3층 전시 <제시 존스: 또 다른 북(北)>과 통합 요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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