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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서점 ‘땡스북스’ 운영하는 이기섭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서점은 지역 문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3년 10월 01일

    동네서점 ‘땡스북스’ 운영하는 이기섭

    합정에서 홍대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서점이 하나 있다. 그냥 동네 서점이라고 하기엔 너무 근사한 곳. 서점이자 카페, 쇼룸, 이벤트 공간 등 홍대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특별한 스토어. 안내문 하나를 붙여도 아무렇게나 붙이지 않고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아닌 매니저도 자기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을 해서 포스터를 디자인한다. 이제 '홍대 앞'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명소가 된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를 만났다.

    책방 주인으로 사는 건 어떠세요?

    어때요, 좋아 보이죠?(웃음) 혼자 하는 게 아니라서 감사할 일이 진짜 많아요. 위탁 판매 시스템으로 직거래하다 보니 출판사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요. 애초에 창업 준비금도 별로 없었는데, 출판사와 직접 거래하는 건 줄로만 알았지 총판에 예치금을 넣어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정말 잘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웃음).

    서점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동시에 운영하느라 바쁘시겠어요.

    처음엔 스튜디오를 같이 할 생각은 없었어요. 예전에 이미 스튜디오를 운영해본 경험도 있었고 땡스북스로 수입원을 늘리는 일부터 생각해야 해서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거든요. 막상 서점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자리를 잡는 것도 오래 걸릴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디자인 서점을 표방하다 보니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스튜디오도 같이 했는데 오히려 땡스북스가 힘든 시기에 스튜디오 운영이 큰 도움이 됐어요(웃음). 이것저것 벌이기보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땡스북스가 자리를 잘 잡아가는 것 같아 뿌듯하실 것 같아요.

    서점은 정말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너무 갈증이 커서 시작한 것도 있지만,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요. 또 이런 공간이 있으니까 가볍게 오가다가 문화적인 자극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세요. 오후에 산책 나왔다가 잠깐 들러서 리프레쉬하고 가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동네에 사랑방 역할을 하는 서점 하나가 있다는 게 지역 문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선학(禪學)을 전공하셨는데 평소에도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을 가는 경우가 많으신가요?

    보편성보다는 다양성을 좋아해요. 남다른 사회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 성향에 그런 게 있어요. 남들이 하는 일을 꼭 따라서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어차피 제 인생인데. 관심이 가는 걸 하다가 안 되면 말고(웃음). 선(禪, Zen)과 디자인은 잘 맞는 부분이 있어요. 본질은 같거든요. 필요 없는 것을 제외하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긴다든가, 그런데 대부분 디자인은 과잉된 것이 많잖아요. 디자인은 데코레이션이 아닌데도.

    땡스북스 사인
    땡스북스 전경
    땡스북스 금주의 책 테이블
    행복한 책방 주인이자 천생 디자이너인 그는 다양성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다. 다양성은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갖고 있는 관념이 아니라 획일화되고 규격화된 길을 가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온 그가 시간 속에서 경험한 살아 있는 철학이다. 그렇기에 땡스북스는 보통의 평범한 서점과 달리 매력적인 독서 환경을 이룬 곳이 되었다. 좋은 콘텐츠를 잘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말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세련되고 품격 있는 안목을 가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땡스북스를 운영하면서 느낀 홍대 앞의 변화가 있나요?

    그렇게 많은 변화를 느끼진 않아요. 지역적으로 보면 홍대 앞이 확장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그 색깔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만일 여전히 메인 블록만 지키고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상업화를 피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만 있는 게 문제니까요. 작은 가게들과 프랜차이즈가 공존하는 게 좋겠죠. 지금은 거의 자본에 침식되었지만 그나마 다양성이 인정되는 동네는 홍대와 이태원 정도인 것 같아요.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양성을 찾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죠. 누군가 차이를 만들어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다양성의 중요성은 점점 드러날 것이라고 봐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입는 바지 하나만 봐도 색깔별로 입고 굉장히 컬러풀하잖아요. 예전엔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죠. 즐거운 일이잖아요. 이렇게 즐기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양성을 찾을 것이고 자기표현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면서 콘텐츠도 풍부해질 거고요.

    디자이너로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요?

    디자이너끼리만 소통하려고 하지 말고 일반인과 좀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도 디자인 콘텐츠는 디자이너가 소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디자이너 그룹 안에서 시장을 찾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소통 포인트를 찾아야 할 필요성도 있는 거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변화를 모색해보고, 보통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노력도 있어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땡스북스가 소통의 장이 될 것도 같은데 현실에서 부딪치면서 생각이 변한 부분이 있나요? 

    제 마음은 초기 때랑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아요. 서점을 운영하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지속가능성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고요. 생각의 변화를 느낀 것보다 아, 내 생각이 맞았구나! 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예전에 많은 분이 독서를 취미라고 할 정도로 책을 가깝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환경이 달라졌잖아요. 무조건 독서를 강조할 게 아니라 책 읽는 환경 자체를 세련되고 매력적으로 만들면 독서라는 좋은 콘텐츠가 살아나죠. 정보는 많아졌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별개거든요. 소비되는 정보가 아니라 쌓이는 지식을 가지려면 책만큼 좋은 것도 없죠.

    [좌]디자인하우스 전시포스터 [우]스노우캣 전시포스터 (디자인 최혜영)

    [좌]아트북스 전시포스터 [우]휴머니스트 전시포스터 (디자인 박지연)
    [좌]비틀즈 전시포스터 [우]마음산책 전시포스터 (디자인 김정연)
    그는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자신이 행복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길을 찾고 돌파구가 보이면 뚫고 들어간다. 목소리는 경쾌하고 표정은 밝다. 그에게 어찌 그림자가 없었으랴마는 굳이 그 어둠을 풀어놓지 않는다. 길이 막히면 돌아 나오면 그뿐, 그 앞에서 열리지 않는 벽을 원망하며 미련하게 서성이지도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긍정적으로 즐기면서 신 나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기에. 

    개인적인 독서법이 있으신가요?

    딱 정해둔 건 없는 데 여기 있으면 독서 환경이 좋으니까 아무래도 많이 읽게 되죠.(웃음) 그렇다고 있는 책 전부를 읽지는 못하고요, 디자인 관련 책들은 스캐닝하듯 거의 다 보는 편이에요. 소설은 고전을 주로 읽고, 독서를 하다가 진도가 안 나가면 억지로 읽지는 않아요. 표시를 해두고 가까운 곳에 두고 다른 책 읽다가 생각나면 또 읽어요. 한 권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마음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독서를 해요. 책 읽다가 단골이 오시면 눈인사도 하고.

    땡스북스만의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홍대 앞’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으니 그 특징을 살리는 게 가장 크네요. 오시는 분들도 ‘홍대 앞 사람들’이니까요. 저희는 직거래라서 책보다 출판사를 먼저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디자인 회사와 출판사들이 많으니까 디자인, 여행, 인문, 문학 등 문화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죠. 내년이 3년째 되는 해인데 땡스북스의 아이덴티티라는 내용으로 자체적으로 책을 내거나 기록을 정리해보고 싶어요. 내부 일에 밀려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요즘은 어떤 것에 관심이 가세요?

    사실 가장 좋아하는 건 여행이에요. 많이 다녔는데도 기회만 있으면 다니고 싶어요. 살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어떤 방식이 잘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문제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저 자신에 대한 투자에요. 다녀오면 환기가 되고 아이디어도 새롭게 떠오르거든요. 집을 떠나는 것 자체가 편안한 환경에서 떠나는 거니까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죠. 굳이 편한 것을 추구하기보다 불확실성에 많이 기대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공간이 있으면 그곳에서 오래 머물러요. 낮에 좋았으면 밤에 다시 가고, 새벽에도 가보고, 다른 계절에도 가보고요.

    여행지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어디인가요?

    여행은 제 인생의 활력소다 보니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그래도 꼽는다면 일단 예루살렘이에요. 역사의 격변지이기도 하지만 건축학적으로 정말 배울 게 많아요, 무엇보다 그들은 콘텐츠의 힘을 알아요. 서류 몇 장을 가지고도 기념관 하나를 지을 정도니까요(웃음). 박물관에 가면 전시된 유물도 보지만 아무래도 디자이너다 보니 건축의 사인 시스템도 중요하게 보게 돼요. 그리고 시리아의 오래된 도시, 다마스쿠스도 인상 깊은 도시였어요. 가을엔 일본의 교토를 추천하고 싶네요. 철학자의 길을 한 번 꼭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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