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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디렉터 차인철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기획, 그리고 카페 운영까지― 27세 청년 디자이너의 전방위적 행보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3년 07월 26일

    아트 디렉터 차인철

    어릴 때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꼬마는자라서 내성적이고 예민한 소년이 되었고, 자기 길을 찾고 싶어 하던 소심한 소년은 하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유쾌한 청년이 되었다. 스물여덟, 아직은 자신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기 힘든 때. 모색하고 탐험하고 시도하면서 성공이나 실패라는 명목으로는 다 규정할 수 없는 경험을 하는 때. 이렇게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그는 카페 알레아플레이그라운드(페이스북)를 공동 운영하고, 일러스트를 그리고, 파티와 전시를 기획하고, 홀로 설 줄 알되 함께 하는 기쁨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프로젝트 에디와 같이 한 SK 플래닛 작업이 끝났고요. 여기 알레아에서 라운지 파티 겸 전시를 준비 중이에요(인터뷰 이후 파티는 7월 20일에 성황리에 끝났다). 그리고 디자인 일러스트 외에도 알레아 운영이라든지 이것저것 할 게 많네요. 작업 의뢰가 들어오는 일은 주로 일러스트가 많은데 공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을 기획하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 에디와 작업한 기억이 많이 남아요. 정말 재미있게 했거든요.

    SK 플래닛은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이었나요?

    스텝이 크게 세 개인데 모바일 서비스 관련해서 티맵(T-Map), 티스토어(T-Store), 호핀(Hoppin) 같은 대표 서비스들이 있어요. 첫째는 포스터 작업인데 전체를 아우르되 각각의 개성도 보여주는 의미에서 SK 플래닛을 총괄하는 포스터 하나와 각 브랜드별 포스터, 이렇게 총 아홉 장을 제작했어요. 둘째는 상품 선물 세트인데 제 디자인 소스로 에디가 제작해서 에코백 안에 티셔츠, 달력, 카드, 필기 문구류 등을 넣었고요. 판매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니고 라운지 파티에서 추첨을 통해서 드리려고요. 파티도 SNS 통해서 초대권을 받으신 분들이 오시는 거예요.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 상품들, 알레아에서 열리는 파티까지 일련의 스텝을 밟아가는 거죠.

    그래픽 작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일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맞아요(웃음). 텍스타일이랑 섬유 공예를 전공해서 직접 직물을 만지거나 염색 공예를 할 줄 알았는데, 정작 활동은 일러스트를 많이 하고 있네요(웃음). 그렇다고 디자인만 하는 건 아니에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주최하고 기획하는 일도 많이 하는데 저는 주로 비주얼 담당을 맡고 있어요. 앞으로 공동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창조적인 작업을 하시는 분들과 모여서 주기적으로 클래스를 열거나 이벤트 같은 것을 하고 싶어요.

    다방면에 재능이 많으신데 자신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은 제가 어디 가서 나 디자이너이다! 라고 하진 않아요(웃음). 아직 저를 누구라고 얘기하는 게 낯 뜨겁다고 해야 하나. 그래픽 말고 기획에도 관심이 많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중이라서 저도 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웃음).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라는 명칭도 전문성을 갖고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일단 명함에는 아트 디렉터라고 했는데 이게 더 건방져 보이려나요?(웃음)

    ▶SK planet의 서비스 포스터 작업
    ▶SK planet x 차인철 디자인 캠페인 라운지 파티
    그를 보면 내면에 성장점을 탑재한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딪치고 고민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낸다. 햇빛을 향해 자연스럽게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바람의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들풀처럼. 식물성 온화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의 눈 안엔 격렬한 열정이 담겨 있다. 고요하고 깊으면서도 한순간도 멈춤이 없는 생명력이 소용돌이치며 살아 움직인다. 그 생명력이야말로 그가 가진 많은 자원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알레아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세 명이 하고 있어요. 경영을 주로 하는 친구가 있고 저는 기획과 비주얼 분야, 그리고 브랜딩을 담당하고 또 한 친구는 도자기를 전문으로 해서 그릇을 만들고 요리를 주로 해요. 서빙이나 주방은 번갈아가며 맡아서 하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 잘 맞아요. 서로 잘 알고 있으니까 한쪽에서 약간 고집 있게 나가도 잘 따라가고. 크게 싸운 일도 없어요. 앞으로도 별일 없는 한 이렇게 쭉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처음엔 친구끼리 동업하면 위험하다, 안 좋다, 주변에서 걱정도 하셨는데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진 않아요. 친구라서 오히려 좋아요(웃음).

    일러스트 작업을 보면 감성적이랄까, 가족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제 생활 자체가 미치는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술, 담배를 하지 않고요, 차와 디저트를 좋아해요(웃음). 어렸을 땐 너무 심하게 산만하고 까불어서 부모님께서 진정 좀 하라고 서예를 보내기도 하셨어요. 학생기록부 보면 산만하다는 얘기밖에 없어요(웃음). 수업 중에도 벌떡 일어나서 그냥 막 돌아다녔대요. 그런데 변하게 된 계기라면,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예요. 선생님과 친해지면서 사진, 영화, 연극, 문학 등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들의 문화를 많이 접했어요. 그때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생활과 작업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데 저는 한 가지 성향만 갖고 있진 않아요. 일러스트나 디자인은 차분하고 정적인 걸 선호하는데 음악이나 영화는 격한 걸 좋아하거든요(웃음). 그래서인지 제 안엔 이 두 가지가 늘 공존하는 것 같아요.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하고요. 우아하게 녹차 마시면서 때려 부수는 영화를 보듯(웃음). 거친 힙합을 들으면서 옷은 또 착하게 입고(웃음). 제 생각에는 시대가 변한 덕도 보는 것 같아요. 이 스타일은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요즘엔 많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뭐 어때, 이래도 괜찮지(웃음).

    다른 성향이 공존하는 게 참 좋네요. 다양한 작업이 가능할 것 같고요.

    뿌리는 저만의 것을 보여주면서도 여러 스타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림도 그리고 종이로도 만들지만 아, 이건 그 사람이 했구나, 라는 느낌을 주고 싶거든요.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모색하는 중이라 예술가의 고집 같은 건 전혀 없어요(웃음).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아했지만, 전공을 한 건 아니니까 그래픽 툴 같은 것도 잘 못 다뤘거든요. 저는 그냥 색연필이나 연필로 종이에 그리는데 인터넷을 보면 놀랄 정도로 색감이 예쁜 작품들이 많은 거예요.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웃음) 제 안에서 필요성이 생기니까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ALEA에서 열린 각종 파티 및 공연 포스터들
    ▶일러스트 작업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지금 가장 핫한 카페의 공동운영자라면 외제 차를 몰고 다니는 부잣집 아들을 연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자정까지 일하고 하루에 왕복 세 시간씩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유명 도넛 가게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졌지만 그림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성실하지만 고루하지 않고 이상을 추구하지만,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붙이고 있다. 귀를 열고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 그에게서 청춘의 빛나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전공한 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일러스트를 하게 되셨나요?

    이걸로 밥 벌어 먹고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웃음). 생각을 깨기까지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렸어요. 보기보다 꽉 막혀 있던 사람이었거든요(웃음). 주변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전공대로 회사를 들어가야지, 그림 좋아하는 건 그냥 좋아하는 거고, 이런 식으로 자신을 막고 있다가 군대에 가서 틀이 많이 깨졌어요.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그냥 해!(웃음). 그래서 그냥 했어요(웃음). 일러스트도 처음 할 땐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막 해보다가 급하면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지금도 배울 게 많아요.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죠.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어떻게 보면 큰 위기라고 부를만한 건 겪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안에 불안은 많았어요. 어려운 일을 굳이 겪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순탄하게 온 건가 싶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서 그때마다 신중하게 선택했던 건 있어요. 준비도 많이 했고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향이 180도 변했거든요. 신경성 질환을 앓을 정도로 예민하고 소심하고 우울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넉살이 좋아져서…(웃음).

    창의적인 일을 하시게 된 게 큰 영향을 미친 건가요?

    대학 때까지 성적 잘 받고 그러다 보면 교수님이 그냥 알아서 회사를 소개해주겠지, 그러면 그냥 다녀야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전혀 창의적이지 못했죠(웃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와서 그때 생각을 하면 되게 섬뜩해요. 왜 그렇게 틀에 박힌 생활을 했을까?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누군가 어떻게 해주겠지(웃음). 엄청 수동적이었는데 지금은 제 방 하나를 꾸미더라도 스스로 만들어서 하려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러고 보니 하고 싶은 건 하나씩 하게 됐네요. 무서운 게, 어릴 때 진짜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지겹게 하고 있으니까(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은 어떤 건가요?

    앨범 아트웍을 해보고 싶어요. 우선 알레아 이름으로 나오는 컨필레이션 앨범 제작과 앨범 패키지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북을 하는 일도요. 두 번째는 공동 작업 공간을 만들어서 강좌 클래스와 세미나를 열고 싶어요. 저도 거기에 상주하면서 같이 작업도 하고.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잘 안 해요. 일단 그냥 하는 거죠(웃음). 해보면 사실 정말 별일 안 일어나거든요(웃음). 하면 오히려 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게다가 저 혼자가 아니라 곁에 믿음직스러운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GRAY 싱글 ‘깜빡 remix’ artwork / JAZZY FACT 앨범 artwork / 빈지노 앨범 artwork
    ▶카파티셔츠 with 2am & 니콜 / 던킨 도너츠 패키지
    ▶2013 레인보우 아일랜드 포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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