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6회 에미상(Emmy Awards)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드라마 <트루 디텍디브(True Detective)>의 선전이었다.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도 불리는 에미상의 시상은 두 개 분야로 나뉜다. 연기, 연출, 각본, 작품성 등을 평가하는 ‘텔레캐스트(Telecast)’, 그리고 촬영, 미술, 캐스팅 등 기술 부문을 심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Creative Arts)’다. <트루 디텍디브>는 텔레캐스트 부문에서 최우수 드라마 감독상(Outstanding Directing For a Drama Series) 1개, 크리에이티브 아츠 부문에서 메인 타이틀 디자인(Outstanding Main Title Design)을 비롯한 4개 영역을 각각 수상했다. 이중 ‘메인 타이틀 디자인’을 보여 주고자 한다.
* 이 기사는 윤디자인연구소 통합 스토어 ‘font.co.kr(폰코)’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문 바로 가기)
후보작은 총 다섯 작품. 수상작인 <트루 디텍디브>를 포함하여 <블랙 세일(Black Sails)>,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딧세이(Cosmos: a Spacetime Odyssey)>, <마스터즈 오브 섹스(Masters of Sex)>,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 등이다. <실리콘 밸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작품들 모두 대단히 함축적이고 절제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타이포그래피 역시 현란한 키네틱 효과를 지양하고, 간결한 산세리프체(sans serif type)를 활용하여 세련미를 더한다. 특히 <마스터 오브 섹스>는 분출, 발사, 확대, 질주, 미끌거림, 사로잡힘 등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상징적 미장센을 보여주면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 차분한 서체로 오프닝 크레딧(opening credit)을 표현하여 짖궂은 인상을 준다.
수상작 <트루 디텍티브>는 드라마 속 살인사건 수사의 배경인 공장 지대 소도시의 음울한 풍경과 주요 등장인물들의 불안한 표정, 폭력과 섹스로 점철된 자극적 스틸컷을 연속적 오버랩으로 표현하고 있다. 콘셉트 컬러인 잿빛은 오리무중 미결 사건에 대한 서스펜스를 부각함과 동시에 주인공 형사들의 심리 상태까지 반영해주어 기대감을 키운다. 사건일지나 수사 보고서 등에 어울릴 법한 산세리프 계열의 담담한 크레딧 서체도 드라마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자, 설명은 이쯤에서 그만. 한 편씩 직접 감상하며 저마다의 영감을 얻어보기 바란다.
2014 Creative Arts Awards Emmy – Outstanding Main Title 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