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그림 서체를 등장 인물로,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독특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9월 5일(토)부터 오는 10월 4일(일)까지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진행하는 디자이너 조규형의 전시 〈조규형: 그림 서체 – 키보드 장단에 변신하는 한글〉이 바로 그것. 조규형은 스웨덴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에서 다수의 전시회에 참여한 바 있는 디자이너이자 스토리텔러이다. 기존의 발상을 전환한 신선한 방식으로 북유럽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을 보여주며 2013년, 2015년 영 스웨디시 디자인 어워드(Young Swedish Design Award)에 2회 연속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최근 코스(COS), 이딸라(Ittala) 등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이다.
이번 전시 〈조규형: 그림 서체 – 키보드 장단에 변신하는 한글〉에서는 ‘한글’을 주제로 한국의 현재를 담는 이야기가 결합된 그림 서체 100종을 새롭게 공개한다. 그동안 이야기가 있는 그림체 글꼴인 ‘그림 서체(Pictograph Font)’를 통해 그림과 기호의 접목을 실험해 온 조규형은 ‘말랑말랑한 기역(ㄱ), 담배 피우는 리을(ㄹ), 수영하는 미음(ㅁ), 춤추는 비읍(ㅂ), 달콤한 지읒(ㅈ), 출렁이는 피읖(ㅍ), 펑 터지는 히읗(ㅎ)’ 등 다양한 성격과 이야기를 담은 ‘한글 그림 서체’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한글’이 지닌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실험한다. 키보드를 누르는 장단에 따라 형태와 조합이 ‘변신’하는 그림 서체는 ‘기록하는’ 문자에서 ‘경험하는’ 문자로의 진화를 시도하며, 기호가 아닌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의 상호 소통을 나눈다.
‘그림 서체’는 일반적인 ‘기호’ 형태의 서체와 차별화된 ‘그림’ 형태의 특수 서체로, 글자의 입력과 동시에 수직, 수평, 자간, 행간의 규칙이 적용되는 기존 타이포그래피의 배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조를 스스로 구성하고 패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패턴으로 만들어진 텍스트를 옷, 커튼, 벽지와 같은 다양한 일상소품에 적용함으로써, 이야기를 담는 도구로 서체를 인식하여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번 전시는 ‘한글’ 그림 서체를 등장인물로 하는 한 편의 연극 무대로 구성된다. 작가는 그림 서체가 타이핑 장단에 따라 빨강, 초록, 파랑의 RGB 컬러와 조합되어 다양한 장면으로 등장하는 실시간 영상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각기 다른 성격과 이야기를 담은 글꼴들을 리소그래피(석판화) 방식으로 인쇄하여 소개한다. 또한, 100종의 서체는 100가지의 스토리를 담은 100권의 서체표본집으로 만들어지고, 지점토, 패브릭, 종이, 와이어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된 오브제들을 통해 서체를 시각화한다. 그리고 작가는 2011년 발표한 로만알파벳 그림 서체와 사진 작업 그리고 2012년 이후 4년간 작업해 온 가구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소개함으로써,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로 전달되는 그만의 스토리텔링을 담아낸다.
문자를 시각화하는 작가의 독특한 접근방식을 통해 한글을 새롭게 조명한 전시 〈조규형: 그림 서체 – 키보드 장단에 변신하는 한글〉. 열린 발전 가능성을 가진 그림 문자로서 그리고 현시대의 문화를 담아내는 시각 언어로서 한글을 재인식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 정보
조규형: 그림 서체 – 키보드 장단에 변신하는 한글
기간: 2015년 9월 5일(일)~10월 4일(일)
장소: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서울특별시 용산구 독서당로 73-4)
관람 시간: 화~일 11:00~19:00 / 목요일 11:00~20:30(BREAK TIME 13:00~14:00)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는 휴관
홈페이지: www.daelimmuseum.org(페이스북 @dprojectspace)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