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국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고 헷갈리는 부분이 의외로 많이 있다. 그중엔 발음은 비슷한데 표기가 다른 경우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문자와 인터넷, 스마트폰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글을 쓸 때 정확한 문법보다는 의미 전달의 목적이 더 커진 듯하다. 따라서 소리 나는 대로 쓰는 이들이 많다 보니 나이 어린 학생들은 ‘그것이 맞는 것’인 양 쓰고 있기도 하다.
*이 기사는 그룹와이가 운영하는 ‘한글을 만나다’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문 보러 가기)
아픈 지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줄 때 가장 빈도 높게 쓰는 단어 중에 ‘낫다’가 있다. 이를 ‘낳다’로 오인해서 쓰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 필자도 작년에 건강이 안 좋아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잘 아는 지인들에게 “빨리 나으세요, 쾌유를 빕니다.” 등의 인사말을 듣곤 했었는데, 간혹 문자 혹은 SNS 상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경우 ‘얼른 낳으세요.’ 라고 쓴 이들 때문에 ‘병을 몸 밖으로 내어 놓는다’는 의미로 ‘낳으라’는 말을 쓴 것인지, 라며 나름대로 해석(!)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시집 안간 처자에게 ‘낳으라’는 것은 좀…! 하면서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물론 인사를 건넨 이의 의도가 후자의 의미로 쓴 것이 아니란 걸 알지만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사소한 받침 글자 하나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무튼, ‘낫다’와 ‘낳다’ 는 엄밀히 그 뜻이 다른 단어이다. 오늘은 이들에 대한 확실한 구분법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우선적으로 말하자면, 병이 난 사람에게 쾌유를 비는 말로는 ‘낫다’가 맞다.
낫다1[발음: 낟ː따], 동사
활용: 나아, 나으니, 낫는[난ː는]
어원: 낫다<언해납약증치방(1600)>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 몸의 이상이 없어지다.
–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 감기가 낫는 것 같더니 다시 심해졌다.
– 간염은 잘 낫지 않는 병이다.
– 그는 병이 다 나았다고 했지만 조금 핼쑥해 보였다.
– 안개를 많이 들이마시면 해수병이 낫는다면서 해가 떠올라 안개가 보이지 않는 물방울이 될 때까지 강변에 서서 숨을 크게 내쉬곤 하였다.(출처: 문순태, 타오르는 강)
이에 반해 ‘낳다’는 “(사람이나 동물이) 아이 또는 새끼나 알을 몸 밖으로 내놓다.”라는 의미로 쓰임이 맞는 표현이다.
낳다1[발음: 나ː타], 동사
활용: 낳아[나아], 낳으니[나으니], 낳는[난ː는]
어원: 낳다<석보상절(1447)>
1. 배 속의 아이, 새끼, 알을 몸 밖으로 내놓다
– 아이(새끼)를 낳다 – 자식을 낳아 기르다
– 우리 집 소가 오늘 아침 송아지를 낳았다.
– 산모와 산모 가족이 애를 꼭 한 시에서 세 시 사이에 낳게 해 달라는 거예요.(출처: 박완서, 오만과 몽상)
– 세월만 가면 아들 낳고 딸 낳고, 대추나무 대추 열리듯이 자손 많이 낳을 겁니다.(출처: 최명희, 혼불)
– 비둘기는 반드시 두 개의 알만 낳는다. 첫 알을 낳고 이틀 후에야 두 개째의 알을 낳는데 그렇게 알을 낳은 다음에는 곧 품기 시작한다.(출처: 홍성암, 큰물로 가는 큰 고기)
2. 어떤 결과를 이루거나 가져오다
– 많은 이익을 낳는 유망 사업
– 조국 분단의 비극을 낳다
– 좋은 결과를 낳다
– 소문이 소문을 낳다
– 계속되는 거짓과 위선이 서로 간에 불신을 낳아 협력 관계가 무너지고 말았다.
– 입고 있는 것은 거친 광목 치마저고리임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배어 있는 어떤 위엄이 그런 추측을 낳게 한 것이다(출처: 이문열, 영웅시대).
– 재회한 이산가족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헤어져 지낸 30년의 회고담을 엮으면 전쟁이 낳은 생생한 인간 드라마가 나올 겁니다(출처: 안정효, 하얀 전쟁)
– 생각해보면 자신은 분단이 낳은 숙명적인 피해자였다(출처: 이원규, 훈장과 굴레)
3. 어떤 환경이나 상황의 영향으로 어떤 인물이 나타나도록 하다. [비슷한 말] 배출하다03.
– 그는 우리나라가 낳은 천재적인 과학자이다.
– 이 고장은 훌륭한 학자를 많은 낳은 곳으로 유명하다.
아플 때는 사람의 마음이 약해지고 신경도 날카로워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사려 깊은 인사말이 필요하다.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국립국어원 표준언어예절>에 실린 ‘문병’ 편의 예문을 활용해 보심이 어떨까? 병문안을 갈 때 아픈 사람의 병이 가벼운지, 중한지 또는 회복할 수 있는 병인가 아닌가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문병 인사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나쁜 상황에서도 희망적인 말을 전해주어야 한다.
문병을 할 때는 환자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하는 인사말과 문병을 마치고 나오면서 하는 인사말이 다르고, 환자에게 하는 말과 보호자에게 하는 인사말 또한 다르다.
처음 환자를 대할 때는 ‘좀 어떠십니까?’, ‘좀 어떻습니까?’, ‘얼마나 고생이 되십니까?’ 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는 ‘불행 중 다행입니다.’하고 인사를 하도록 한다. 나올 때는 ‘조리 잘 하십시오.’, ‘조섭 잘 하십시오.’, ‘속히 나으시기 바랍니다.’, ‘쾌차(완쾌)하시기 바랍니다.’하고 인사를 한다.
보호자를 처음 대면해서 하는 인사말로는 ‘좀 어떠십니까?’, ‘좀 어떻습니까?’,’얼마나 걱정이 되십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등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쓰고, 나올 때는 ‘속히 나으시기 바랍니다.’,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인사를 전하도록 한다.
*참고문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표준언어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