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②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③ 아버지 가 방 에 들어 가신다.
이 예문 많이 기억할 것이다. 교과서 등에서 띄어쓰기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흔하게 사용하는 예시니까. 특히 ①번과 ②번의 경우, 띄어쓰기 하나 차이 날 뿐인데, 그 뜻이 확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섬뜩하기까지 한 문장이 된다.
* 이 기사는 그룹와이가 운영하는 ‘한글을 만나다’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띄어쓰기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복병이다. 똑같은 의미의 문장인데도 편집물에 따라 띄어쓰기는 제각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말 띄어쓰기는 ‘모든 낱말은 띄어 쓴다.’는 지극히 단순한 대원칙을 지니고 있어서 지키기에 아주 쉬워 보인다. 이 원칙대로라면 ③번 예문처럼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다음의 예외 규정 때문에 우리가 띄어쓰기로 고생하지 않나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붙여 쓸 수도 있다.’ 따라서 띄어쓰기는 적당히 눈치껏 적용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것. 기자인 필자도 띄어쓰기는 어렵다. 바쁠 때는 문서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기능에 의존할 때가 많다. 띄어쓰기를 틀리게 사용할 때 문장 밑에 빨간 줄이 쳐지는 그 기능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필자 역시 눈치껏 사용한 띄어쓰기의 ‘무개념’에 대해 반성하면서, 이 시간을 빌려 함께 공부해보고자 한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여 문장을 형성하는 영어와 달리, 한글은 엄연히 띄어쓰기에 대한 10가지 법칙이 존재하고 있다. 조금 머리 아프고 딱딱하더라도 ‘한글 맞춤법 제5장 – 띄어쓰기’에 근거한 띄어쓰기의 사용법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제4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쓰도록 한다.
예) 꽃이 / 꽃마저 / 꽃밖에 / 꽃에서부터 / 꽃으로만 / 꽃이나마 / 꽃이다 / 꽃입니다 / 꽃처럼 / 어디까지나
<제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의존 명사는 의미적 독립성은 없으나 다른 단어 뒤에 의존하여 명사적 기능을 담당하므로, 하나의 단어로 다루어진다. 독립성이 없으므로, 앞 단어에 붙여 쓰느냐 띄어 쓰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되었지만,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다.
예) 아는 것이 힘이다. / 나도 할 수 있다. / 먹을 만큼 먹어라. / 아는 이를 만났다. / 네가 뜻한 바를 알겠다. / 그가 떠난 지가 오래다.
<제43항>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수량 단위 불완전 명사)는 그 앞의 수 관형사와 띄어 쓰도록 한다.
예) 한 개 / 차 한 대 / 금 서 돈 / 소 한 마리 / 옷 한 벌 / 열 살 조기 / 한 손 연필 / 한 자루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려 쓰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예) 두시 삼십분 오초 / 제일과 / 삼학년 / 육층 / 1446년 10월 9일 / 2대대
<제44항>
수를 적을 적에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예)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 12억 3456만 7898
<제45항>
두 말을 이어 주거나 열거할 적에 쓰이는 말들은 띄어 쓴다.
예) 국장 겸 과장 / 열 내지 스물 / 청군 대 백군 / 책상, 걸상 등이 있다 / 이사장 및 이사들
<제46항>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예) 그때 그곳 / 좀더 큰것 / 이말 저말 / 한잎 두잎
<제47항>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예) ㄱ. 불이 꺼져 간다. / ㄴ. 불이 꺼져간다.
ㄱ. 내 힘으로 막아 낸다. / ㄴ. 내 힘으로 막아낸다.
ㄱ. 어머니를 도와 드린다. / ㄴ. 어머니를 도와드린다.
ㄱ. 그릇을 깨뜨려 버렸다. / ㄴ. 그릇을 깨뜨려버렸다.
ㄱ. 비가 올 듯하다. / ㄴ. 비가 올듯하다.
ㄱ. 그 일은 할 만하다. / ㄴ. 그 일은 할만하다.
ㄱ. 일이 될 법하다. / ㄴ. 일이 될법하다.
ㄱ. 비가 올 성싶다. / ㄴ. 비가 올성싶다.
ㄱ. 잘 아는 척한다. / ㄴ. 잘 아는척한다.
다만,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 동사인 경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그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은 띄어 쓸 수 있다.
예) 잘도 놀아만 나는구나! / 책을 읽어도 보고. / 네가 덤벼들어 보아라. / 강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 그가 올 듯도 하다. / 잘난 체를 한다.
<제48항>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예) 김양수(金良洙) / 서화담(徐花潭) / 채영신 씨 / 최치원 선생 / 박동식 박사 / 충무공 이순신 장군
<제49항>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예) ㄱ. 대한 중학교 / ㄴ. 대한중학교 ㄱ.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 / ㄴ.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ㄱ. 국립 과천과학관 / ㄴ. 국립과천과학관
<제50항>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예) ㄱ. 만성 골수성 백혈병 / ㄴ. 만성골수성백혈병
ㄱ. 중거리 탄도 유도탄 / ㄴ. 중거리탄도유도탄
이밖에 단어와 단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낱말도 띄어쓰기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낱말로 보고 띄어 쓰느냐, 아니면 두 낱말의 합성을 하나의 낱말로 보고 전체를 붙여 쓰는가도 애매한 부분이란 이야기. ‘갉다’와 ‘먹다’의 결합인 ‘갉아먹다’가 그러하다. ‘갉아 먹다’와 ‘갉아먹다’는 엄연히 다른 표현이다. 이것 외에도 많은 낱말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사용하면서 그 의미와 쓰임을 생각해보고 적용해야겠다.
깊게 들어가려니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 아무튼, 한글의 모든 띄어쓰기 법칙은 그 어떤 상황이라도, 위에 열거한 10가지 안에서 해결된다. 마지막으로 띄어쓰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잘 나와 있다. 더 궁금하다면 직접 질문을 올리거나, 한번쯤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참고 국립국어원 누리집(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