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전[展]〉 intro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마도 대부분) 미래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예비와 준비를 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현재는 ‘과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 과정이란 결국 ‘결과’들의 총합이다. 수업 과제라는 결과물, 그룹 프로젝트라는 결과물, 스터디라는 결과물, 세미나 참여라는 결과물 등등. 이 결과들을 한 건씩 적립하고 구축해나가는 나날들의 통칭이 ‘과정’인 것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앞의 한 문장을 쓴 다음에 그 다음, 그 문장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다음 문장을 쓰는 것”이자 “이걸 계속해서 연결해 가는 것”이라는 말을 빌려본다.(소설가 김영하의 ‘TED X Seoul’ 2010년 7월 강연 중)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과정 또한 소설 쓰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앞의 한 결과를 낸 다음에 그 다음, 그 결과를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다음 결과를 내는 것, 이걸 계속해서 연결해 가는 것.
그래서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결과-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완결된 소설이 아니라, 연결과 연결을 거듭 중인 문장을 미리 읽고 싶다. 학생들의 프로젝트 전시와 졸업 전시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 〈학생-전[展]〉을 이어가는 이유다.
전시 제목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2020 메이데이(Mayday) 전시 〈Deformer: Digital Transformation〉
전시 형태
온라인 전시 http://2020ewhadesign-mayday.com
전시 기간
2020. 7. 10. – 12. 31.
전시 설명
“2020년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메이데이 전시는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는 북 아트 18명, 미디어 아트 6팀, 기초 프로덕트 디자인 4팀,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 8명 등 총 36팀 61명이 참여했습니다. 전시의 기획 및 콘셉트, 디자인은 디자인학부 교수님들과 메이데이 전시 준비위원회 팀원들이 담당했습니다. 〈메이데이〉 준비위원회는 준비위원장 2명, 디자인팀 3명, 홍보팀 3명, 웹 관리팀 4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고, 전시 오픈 약 한 달이 지난 8월 3일 기준, 총 5,673건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온라인 전시 사이트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Preview | 2020 MAYDAY: 북 아트
「신발장」 김지현
“영국에서의 3개월은 신발이 항상 내 몸에 붙어 있었던 시간이다.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긴장하고 살았다. 늘상 신발을 신고 있는 생활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신발을 꺼내 신을 때마다 되살려지는 그때의 감각, 그 ‘낯섦의 감각’이 신발장 속에 담겨 있다.”
「취향북, 취향(趣向)을 취향(醉香)하다」 박다영
“음악·공간·글이라는 3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내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나의 취향 9가지를 ‘향’으로 정의했다. 9획으로 완성되는 ‘香(향)’처럼, 9개 향을 시각화한 책 9권이 모여 ‘취향북’이 완성된다. OHP필름 위 9장의 그래픽 페이지가 한 장 한 장 쌓여 향을 시각화한다. 마치 향수의 발향 단계(탑노트·미들노트·베이스노트)처럼. 내 취향은 어떤 향으로 기억될까?”
「어제 오늘 내일」 오채은
“어제와 오늘의 작은 차이가 내일을 만든다. 「어제 오늘 내일」은 지금의 시간 속에서 성장 그리고 성숙에 관한 글과 그림을 담은 책이다. 여전히 미숙한 존재로서의 화자는 오늘날 써 내려간 답이 온전한 것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순간을 충실히 채워 나아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19: 정답이 없는 질문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우예인
“19살부터 22살까지의 모든 눈물과 방황을 음악에 빗대 담아낸 4개의 시리즈 중 하나다. 그중 「19」는 자우림의 ‘샤이닝’을 모티브로 한 아트 워크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그 의문과 질문 사이에서 나를 채워줄 무언가가 있을까?”라는 말을 「19」는 건네고 있다. 「19: 질문」을 시작으로 「20: 고독」, 「21: 고통」, 「22: 순환」이 기승전결 순으로 진행된다.”
「TEMPLATE」 윤지수
“나의 일상적인 영어 공부 과정을 믿음에서 실패로 가는 과정으로 표현해보았다. 나의 믿음을 의심한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자만감과 자신감은 한 끗 차이. 이런 단순한 생각 한 번으로 나의 믿음이 자신감이 된다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Preview | 2020 MAYDAY: 미디어 아트
「Melting Town」 TEAM 비지빈|고운비·김윤지·이수빈
“길거리에서 행인을 막아선 채 설문 조사를 요구하거나 기부를 권유하는 행위는, 기분 좋게 다가오지 않곤 한다. 이런 부담감을 줄이고 접근성을 증가시키고 싶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기부를 권하는 과정에 게임이라는 재미 요소를 더했다. 뽑기 기계에 동전을 넣는 행위와 기부함에 동전을 넣는 행위가 유사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기부(기부금 넣고 피규어 뽑기)를 기획했다.”
「흐르는 시간 속 우리는」 TEAM 연혜희|이수연·최지혜·이주희
“가장 아날로그적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관객은 톱니바퀴를 돌리며 세 인물의 시간을 보게 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시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그토록 고정적으로 여겨졌던 개개인의 가치관마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기도 한다. 톱니바퀴를 돌릴 때 관객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세 명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대충 살자」 TEAM 티키타카|강유진·이채원·한진희
“우리 일상은 이제, 코로나 19 이전처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렇게 불편함은 쌓여만 간다. 이런 무거운 생각으로부터 잠깐 숨을 돌리고 마음을 가볍게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한 치의 실수 없이, 혹은 완벽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현대인의 마인드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충 살자’라는 주제를 통해 현 상황의 답답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고자 한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 원활하지 않은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잠시라도 덜 수 있는 것을 시작으로, 관람자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
Preview | 2020 MAYDAY: 기초 프로덕트 디자인
「Try our tricycle: Tricle」 B팀|박하늘·이도후·이예주·임세현
“공유 자전거 서비스 이용 계층의 확장을 통해 세대 간 소통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자전거다. 서울시민이 뽑은 서울시 정책 1위인 ‘따릉이’의 편향된 이용 계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시니어에게 맞춤 제작된 공유 자전거다. 기존의 수동적·일회적 만남이 아닌, 같은 놀이를 통한 유스(Youth)와 시니어 간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를 목표로 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NOON DIBS」, C팀|박세은·신혜빈·이승원·제연정·허유빈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난 언제 앉게 될까? 빈 자리는 언제 날까?’ 생각해본 적, 누구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앉고자 서 있는 사람들끼리 벌이는 눈치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힌트를 제공하려 한다.
NOON DIBS는 ‘눈(Noon)치 보다’와 ‘찜(Dibs)하다’의 합성어다. NOON DIBS 인디케이터는, 지하철 승객이 얼마 동안 앉아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착석 후 시간이 지날수록 스크린에 원 형태의 불이 하나씩 켜진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원의 개수가 늘어난다. 서 있는 승객은 원의 개수를 통해 좌석에 앉은 승객이 일어날 가능성을 유추한다. 인디케이터의 불빛은 서 있는 승객의 발 밑에 표시된다. 즉, 남이 못 보도록 발로 가릴 수도 있다. 정보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이다. 앉고 싶은 사람들의 눈치게임, NOON DIBS로 승리해보시길.”
Preview | 2020 MAYDAY: 인테리어 디자인
「EARP EARP STUDIO」 김유진
“밀레니얼 세대는 SNS를 능숙하게 사용하며,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하고, 개성을 극대화하는 품목에서 씀씀이가 두드러진다. 이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란 신조어로 설명된다. 이 트렌드에 맞추어, 다양한 일러스트 소품을 파는 어프어프(EARP EARP)의 브랜드 특성을 살려 4가지 콘셉트 키워드를 추출해 각 키워드에 맞는 포토존 공간을 연출한다. 팝업스토어 전체를 판매 위주의 공간이 아닌 포토 스튜디오 형태로 풀어냄으로써, 공간 사이사이 제품을 소품처럼 배치하여 방문객들에게 위화감 없이 구매를 유도하고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확립시킨다.”
「Wadiz walk」 양승연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브랜드 ‘와디즈(Wadiz)’의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온라인 펀딩을 오프라인으로 확대시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시했다. 와디즈 메인 이용자 연령층인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와디즈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인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담아내고자 ‘산책로’를 공간 콘셉트로 설정했다.”
「2BU」 제갈유진
“밀레니얼 세대는 많은 부담을 진 세대이자,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자 하는 세대다. 그렇기에 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가 정신적 힐링을 하면서도, 자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본 공간의 이름인 2BU는 ‘To be you’의 약자로,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BOTANIS Garden」 최민정
“밀레니얼 세대는 ‘초효율주의자’라 불리기도 한다. 귀찮은 집안일을 해결하고자 돈 쓰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에게 빨래를 쉽고 만족스럽게 해주는 섬유 유연제는 생활필수품이라 할 수 있다. 다우니(Downy)의 신제품 출시에 따라, 다우니를 사용할 20대 1인 가구들에게 새로운 향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구상했다. 위아래가 뒤바뀐 새로운 정원에서 제품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얻는 공간, BOTANIS Garden이다.”
「Gallery SOAP」 최혜리
“GALLERY SOAP은 갤러리의 특성을 이용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담고, 동시에 아카이브를 보여줄 수 있는 아트 공간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휴식과 힐링,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소비자들과의 감각적 소통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욕실에서의 휴식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디자인을 갤러리의 아트 워크로 해석했다. 브랜드 한아조(hanahzo)의 욕실 용품을 전시 형태로 보여줌으로써, 매장-카페-갤러리로 공간 활용 범위를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