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전[展]〉 intro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마도 대부분) 미래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예비와 준비를 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현재는 ‘과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 과정이란 결국 ‘결과’들의 총합이다. 수업 과제라는 결과물, 그룹 프로젝트라는 결과물, 스터디라는 결과물, 세미나 참여라는 결과물 등등. 이 결과들을 한 건씩 적립하고 구축해나가는 나날들의 통칭이 ‘과정’인 것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앞의 한 문장을 쓴 다음에 그 다음, 그 문장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다음 문장을 쓰는 것”이자 “이걸 계속해서 연결해 가는 것”이라는 말을 빌려본다.(소설가 김영하의 ‘TED X Seoul’ 2010년 7월 강연 중)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과정 또한 소설 쓰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앞의 한 결과를 낸 다음에 그 다음, 그 결과를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다음 결과를 내는 것, 이걸 계속해서 연결해 가는 것.
그래서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결과-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완결된 소설이 아니라, 연결과 연결을 거듭 중인 문장을 미리 읽고 싶다. 학생들의 프로젝트 전시와 졸업 전시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 〈학생-전[展]〉을 이어가는 이유다.
전시 제목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졸업전시 〈KUCD GRAD SHOW 2020〉
전시 형태
온라인 전시 http://kucd2020.com
전시 기간
2020. 12. 5. ~ 12. 31.
전시 개요
“COVID-19라는 위기 속에서, 인류의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은 새로운 온라인 대면 시대를 열었다. 〈KUCD GRAD SHOW 2020〉은 그 흐름에 발맞추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졸업 전시는 단순히 오프라인 전시의 대체제가 아닌, 비대면 사회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 67명의 학생들이 달라진 세상에 내딛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다.”
전시 설명
“슬로건인 ‘CANCEL OR SAVE’는 졸업전시를 현 상황으로 인해 어떠한 형태로든 축소하거나 취소하는(CANCEL)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지킨다는(SAVE) 긍정적 의미를 전달한다. 동시에, 비대면 상황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고자 한다. 67명의 졸업전시 참여자들은 이런 의지와 함께 이곳에서 각자의 작업을 선보인다.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는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CANCEL OR SAVE’를 마주친다. 해 오던 것을 저장하고 미래에 더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누르게 되는 것은 언제나 ‘SAVE’이다. 거리가 멀어진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 위해 잊지 않고 ‘SAVE’ 해야 할 것은 연결과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KUCD SHOW 2020〉의 졸업전시준비위원회는 총 13명이다. 관리팀, 그래픽팀, 홍보팀, 전시팀으로 나누어 업무를 분담하였다. 아이덴티티와 웹사이트 및 굿즈 디자인은 그래픽팀에서, 기업 후원 발생과 SNS 관리 등 전반적인 전시 운용은 홍보팀에서, 작품 촬영 기획 및 전시 정보 취합은 전시팀이 맡았다. 사이트 내 ABOUT 카테고리에서 정확한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AUTO」 김용완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자연, 사물, 그리고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관념과 필연적으로 공존하게 된다. 다양한 대상들 간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연결성을 시각 언어를 통해 드러내며, 만들어진 시각 요소들은 제삼자의 개입과 의도 없이 서로 연결되고 끊임없이 새로 이어져 또 다른 관계성을 은유하며, 이는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과 그에 따른 시각화 방식에 대한 탐구의 일종이기도 하다.”
「LANDSCAPE」 윤한나
“360° VR 영상을 통해 오브젝트의 탄생과 생명력 그리고 쇠퇴를 절대자의 시각에서 관찰할 수 있다. 해저, 정글, 도시를 모티브로 한 세 가지 씬이 순차적으로 제시되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의 순환을 암시한다. 1분 30초 동안 관람자는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씬의 한가운데에서 어항을 들여다보듯 모든 각도로 풍경을 관찰할 수 있다.”
「( )OBJECT」 조유현
“유리는 단순한 소재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유리가 가지고 있는 물성에 대해서 탐구하고, 이를 중심으로 유리를 활용한 다양한 시각적 구성을 실험하며 그래픽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나아가, 유리의 물성과 닮아 있는 사람들 내면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프로젝트를 확장한다. 이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인 유리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하고, 본인이 유리를 탐구하며 느꼈던 조형적인 즐거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TRACK OF THE LINE」 김지현 | 170mm × 240㎜, 233p
“3D 프린터가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선을 평면적인 경로로 표현한다. 기계의 특징과 기능을 파악하고 실험을 통해 다양한 그래픽을 도출한다. 대상을 쌓아올려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입체물을 만드는 기계가 인식하는 대로 노즐이 이동하는 과정을 선의 경로로써 그대로 노출시킨다. 따라서 3D 프린터와 협력하여 서로의 의도에 따라 그래픽을 생성한다. 쌓아올리는 입체물을 평면의 아이디어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기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격과, 그 성격이 아닌 방식으로 해석하는 프로젝트이다. 233페이지 분량의 아카이빙 북에서 여섯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작업했다. 3D 프린터가 인쇄한 드로잉과 오브제를 다양한 형태로 볼 수 있다.”
「VARIABLE ELEMENT」 조예지
“그것 자체로, 그와 같이 있는 자연. 그들만의 원리와 본질의 아우라를 그대로 유지하는 자연에, 우리의 의도와 의지가 개입할 때의 경험을 선사하는 인터랙티브 영상이다.”
「마음작동」 박하현
“「마음작동」 프로젝트는 감각 기관의 자극을 받은 후 우리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인식 장치들을 제시하며, 감각 재료들이 ‘마음’이라는 큰 공장에 처음 도달하게 되는 순간부터 모두 다른 ‘관념’이라는 완성품이 되기까지의 다양한 상호 작용을 담아낸다. 외부 자극을 받고 작동하는 인간의 다양한 인지 장치들은 마치 기계 장치들의 움직임과 같다. 형태가 없던 재료들을 각기 다른 완성품으로 만들어내는 방식 또한 연결된다. 이를 토대로 본 프로젝트는 인지적 활동을 기계적 활동과 연결함으로써 추상적인 상황을 구상적으로 접하도록 이끈다.”
「혐오의 시대」 권혜주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많은 혐오 표현을 생산하고 소비한다. 혐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집단은 없다. 여성과 남성, 성소수자,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는 개인을 넘어 집단과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혐오 감정과 표현, 그 목적을 분석하여 혐오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여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참여/관람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내면의 혐오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해석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지금의 혐오 시대에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다른 참여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W.T.Friday! (202020)」 이지훈
“「W.T.Friday! (202020)」은 2020년을 살아가는 20대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과 그에 대응하는 태도를 아카이빙 하고자 한다. 그를 위해 현시대의 사유가 응축된 유행어들을 선정하여 그 특성을 캐릭터화하였다. 나아가 이 시대의 청춘들이 ‘WTF!’을 외칠지언정, 자신만의 ‘불타는 금요일’을 향해 수요일, 목요일을 이겨내기를 멈추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에 담아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한다.”
「골짜기의 초상들」 김경수
“내가 본 불쾌한 골짜기는 새로운 시도와 과정 속에 생긴 하나의 오류, 실수 같았다. 그런 조형들은 불쾌했지만 때때로 인상적이기도 했다. 어딘가 불쾌한 형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함을 새로운 미적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그 영역들을 상상력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여러 모습의 불쾌한 골짜기가 하나의 종족으로 진화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나아가 우리가 미래에 실제에서 가상으로 점차 치환되는 환경에 맞닥뜨리는 순간, 우리 인간의 정체성은 다른 방향으로 새로이 규정될 수 있음을 상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