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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스룸’ 양지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프레스룸’의 시작은 독서 모임이었다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9년 08월 23일

    ‘프레스룸’ 양지은

    새로이 단장한 그의 작업실 ‘프레스룸(Press Room)‘은 서울 종로구 피어선 빌딩 7층. 최근에 이사를 해서 내부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우리는 디자이너 양지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스튜디오 ‘오큐파이더시티(Occupy The City)’ 강주현 디자이너와의 인터뷰에서 추천을 받았습니다. 두 분이 협업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강주현 디자이너가 발행한 매거진 『티포찜머(Typozimmer)』 8호에 프레스룸이 참여했어요. 패션을 주제로 그와 관련된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와 옷이나 의류 상품을 만드는 것들에 대해 소개하는 이슈에요. 프레스룸을 운영하면서 옷이나 스카프 등을 만들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프레스룸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프레스룸은 제가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입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때 학부에 재학 중이었던 권영찬 디자이너가 독서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게 시작이었어요. 당시 독서 모임은 잘 안됐지만 그 후로 이 모임을 통해 이런 저런 워크숍을 기획하여 진행하였고, 2016년부터 출판 등록을 해서 출판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함께하던 두 분이 나가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와 출판사가 결합된 형태로 리뉴얼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프레스룸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당시 권영찬 디자이너가 출력실 담당자였는데, 모임의 장소가 출력실이었기 때문에 ‘프레스룸’이라고 지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출판 일을 시작하셨나요?

    만들고 싶은 책을 정식으로 유통하고 싶어 출판사를 만들게 됐어요. 당시에 디자인에 관한 워크숍을 하는 모임으로 프레스룸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기도 했고, 함께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동료인 권영찬 디자이너와 이건정 디자이너에게 출판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가장 처음 발행한 책은 김경태 사진가의 『Angels』라는 사진집인데, 시각 예술가와 함께 연속 발행물을 만드는 ‘프로젝트 AB’의 첫 번째 책입니다.

    『Angles』의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김경태 작가가 건물 모서리 사진을 수집하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 사진들을 봤을 때 떠오르는 책의 형태가 있었고, 시도해보고 싶어서 먼저 제안했어요. 일반적인 사진집과 다르게 페이지가 접히는 부분에 사진이 걸쳐지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사진 안에 있는 건물의 모서리 위치에 따라 페이지에 놓이는 사진의 위치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책의 구조와도 연동되요. 저는 어떤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다룰지 생각해서 선명한 의도를 갖고 시작하여 마무리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프로젝트 AB 시리즈의 다른 책도 소개해주세요.

    두 번째 발행물인 이수경 작가와 함께 만든 『라미네이팅 유광 실 제본』이라는 책이 있어요. 이수경 작가님은 드로잉과 조각 작업을 하시는데, 그 중에서도 작가님이 만들어내는 패브릭으로 된 조각 작품을 눈여겨 보게 되었고, 저희가 함께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죠. 작가님의 서로 다른 형태와 재질을 엮어 조각을 만드는 방식을 책으로 만들 때도 적극적으로 차용했던 것 같아요. 책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사진, 한글 소책자, 영어 소책자, 제목 스티커, 포장 비닐봉투)를 모두 다른 재질로 제작했습니다. 디자인 마지막 단계에서 이책의 이름이 정해졌는데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라미네이팅 유광 실 제본』, 2016

    세 번째 발행물인 김희천 작가와 함께 만든 『Rigging』이라는 책도 기억에 남아요. 작가님과 책을 만들기로 결정하였을 당시에는 막연히 영상 매체를 책으로 담아내면 재미있겠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영상 매체 자체의 특징을 보여주어야 하나? 그러다가 작가의 작품이 가려지면 어떡하나? 작품 시퀀스를 최대한 많이 담아야 하나? 여러 가지 고민이 들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지만 발행한 책 중에서는 가장 어려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Rigging』, 2016

    인쇄와 디지털 작업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작업하시나요?

    인쇄보다는 디지털 작업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인쇄나 외부 사인물 출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홍보물을 발행하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포스터는 무빙 포스터 작업 의뢰가 종종 있고, 티저 영상 같은 것을 요청받기도 해요.

    두 가지 일 사이의 성취감 차이가 있나요?

    같아요. 물론 책이나 공간을 위한 그래픽, 굿즈와 같은 매체가 좀 더 재미있어요. 물리적인 결과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각이 있어서 그런 것을 고민하여 결과가 실물로 나오는 과정이 즐거워요. 하지만 그런 기분을 못 느낀다고 성취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작업을 할 때 영감의 원천은?

    평소에 보고 겪는 많은 것들로부터 단서를 얻는 것 같아요. 가로수의 기이한 형태나 잎사귀의 미묘한 색을 본 기억 같은 시각적 경험이 작업할 때 종종 떠오릅니다. 몇 년 전에 갔던 유럽 여행에서 밀라노 기차역 내부의 요소 하나하나가 너무 커서 충격 받았던 것이 기억이 나요. 겪어보지 못했던 스케일에 시각적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작업할 때 늘 도움이 됩니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작품은?

    전시 〈모란과 게: 심우윤 개인전〉(2019. 8. 8. ~ 25. / 원앤제이 갤러리)에 기획자 겸 작가로 참여했습니다. 이 전시는 ‘최근 그래픽 디자인 열기(Open Recent Graphic Design)’라는 플랫폼의 기획전이에요. 디자이너 심우윤의 개인전을 여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저를 포함하여 그래픽 디자이너 17팀이 참여했어요.

    ‘최근 그래픽 디자인 열기’에 대해 좀더 설명해주세요.

    2018년부터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고 이야기하고 기록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입니다. 2018년 9월에 첫 번째 전시와 프로그램을 열었고, 올해 두 번째로 〈모란과 게: 심우윤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전시 작품들의 매체는 기획팀이 정해서 참여 디자이너들에게 제안했는데요. 각 매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도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회사에 소속되어 개인 채널로 활동을 알리기 어려웠던 디자이너, 이번 기회를 통해 알고 싶은 디자이너 등 다양한 기준이 있었어요.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 칼 나브로(Karl Nawrot)의 수업을 여러 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타이포그래피를 진지하게 대하면서도 형식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유연하게 다루는 태도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설명해주세요.

    저는 제가 제안하는 시각화 콘셉트에 쉽게 공감해 주실 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예전에 덴마크의 문화 예술 기관 쿤스탈 오후스(Kunsthal Aarhus)에서 열린 전시 〈Roman Signer: Installation〉과 〈Opløsningstid: En Video Af Solkorset〉 디자인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메일로만 소통하며 진행했는데 디자인 콘셉트 제안부터 마무리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사진가 김익현·이정민·홍진훤이 기획한 〈서울루나포토 2017〉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나요?

    과업이 주어지면 내용에 대해 공부하고 무엇을 제일 잘 보여줘야 하는지 파악해서 기준을 정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시각화해야 메시지가 잘 전달 되는지를 고민합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저는 작업할 때 시안을 많이 만들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대체적으로 결과물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보인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지인들이 저에게 ‘디자인할 때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하는 줄 몰랐다’, ‘의외다’고 말씀하셔서 알게 됐어요.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 전만 해도 동료 디자이너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제가 기획하는 전시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알게 됐어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그 동안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심하게 가지고 있었던 걸 깨달았어요. 그렇다 보니 나다운 것을 찾기보다는 주변에 잘하는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그들의 겉모습이나 태도 같은 것을 답습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주변을 의식하지 말고 좀 더 하고 싶은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타이포그래피 서울』에 추천하고 싶은 디자이너나 작가가 있나요?

    이번에 제가 기획한 전시를 통해 알게 된 김메이 디자이너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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