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작가 바다 한동조의 네 번째 개인전 〈표정과 의미를 담은 글씨〉가 3월 18일(화)~3월 24일(월)까지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작업 대부분은 글씨 자체로도 읽히지만, 보아서 이해하고 깨달아지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자연이나 일상에서 감동으로 다가오는 장면이나 기억, 책을 읽다가 만나는 좋은 시나 문장, 단어들을 깊이 묵상하여 그 느낌과 이미지에 알맞은 표정의 옷을 입혔다.
어릴 적 동네 뒷산으로 나무하러 자주 갔었다는 한동조 작가. 깔비(솔잎의 낙엽)라는 나무를 해오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짓기에 좋으시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부지런히 나무를 해왔던 기억이 있단다. 어떤 날은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나무를 하다가 어두워진 숲길을 나무짐을 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는데, 어두컴컴한 숲 속에서 소나무 사이로 보았던 달빛은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고. 〈달은 숲 새에 밝으니〉라는 작품은 그때의 기억을 작품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어느날 작가에게 ‘미소’라는 단어가 다가왔다. 어떻게 작품을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네 개의 획으로 미소 짓는 얼굴 모습을 그려보았던 것. 보고 있자니 작가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 졌고 용혜원님의 시 한 구절도 생각 나 옆에 써놓으니 작품이 되었다. ‘웃는 이도 바라보는 이도 행복하다’라고. 작품 〈미소〉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작업한 것이다.
어릴 적 한동조 작가의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창포만의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썰물이 되면 갯벌이 넓게 드러나 그 속에서 무수한 생명들이 호흡하며 노닐고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들어와 그 모든 것을 감추어버리는 곳. 그래서 그는 바다를 좋아한다. 특히 파도가 치는 바다를…. 〈풍랑〉은 바다 위로 매섭게 부는 바람과 사납게 물결치는 바다의 이미지를 ‘풍랑’이라는 글자의 표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던 때에 한국을 방문한 희망전도사 닉 부이지치(팔, 다리 없는 호주 청년)가 TV프로에 출연해 했던 말이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희망이 있다’고. 〈희망〉은 절망의 순간 힘들고 낙심되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에 그 순간에도 어딘가에 있을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붙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동조는 이 시대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고 한다. 가장이라는 권위는 다 내려놓고 가정의 평안과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아버지들은 피곤하고 많이 외로운 것. 왠지 모를 서러움도 밀려온다고. 작품 〈아버지〉는 이 시대에 아버지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이 겪는 복잡한 감정을 획과 글자 형태 속에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의 작품에 대해 한동조 작가는 “어떤 글씨체에도 얽매이지 않고 감동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작업하다 보니 다양한 표정의 작품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감상자들에게 조금은 색다른 서예,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는 재미있는 서예, 설렘과 가슴 울림을 주는 서예와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 정보
서예 작가 바다 한동조 개인전 〈표정과 의미를 담은 글씨〉
기간: 2014년 3월 18일(화)~3월 24일(월)
장소: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찾아가는 길)
관람 시간: 평일 10:00~18:00, 주말, 공휴일 11:00~17:00
관람 요금: 무료
후원: 윤디자인연구소, 타이포그래피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