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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노타입사 폰트 디렉터 고바야시 아키라

    TS 주최 세미나 〈폰트 종류는 많은데 어떤 폰트를 쓰는 게 좋을까〉 연사 고바야시 아키라 인터뷰


    인터뷰. 황소영 / 번역. 정회웅

    발행일. 2013년 08월 05일

    모노타입사 폰트 디렉터 고바야시 아키라

    독일에서 로마자 폰트를 만드는 일본 디자이너 고바야시 아키라(小林 章). 우연히 서체 디자이너 헤르만 차프(Hermann Zapf)의 책을 넘겨본 후 로마자 디자인에 푹 빠져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 특별히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상에서 하루 10시간 정도 작업을 하고도 가장 좋아하는 일로 '서체를 생각 하는 것'이라고 꼽는다. Clifford, Conrad, Optima nova, DIN Next, Akko…. 이토록 엄격하고도 진중한 과정을 통해 나온 글자들. 오는 9월 5일(목)에 있을 한국 첫 강연회를 앞두고 있는 독일 모노타입사의 폰트 디렉터 고바야시 아키라를 만나 보았다.

    한국에서 첫 강연회를 여는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한국에서 불러 주셔서 매우 기쁩니다. 일본인이지만 독일에서 로마자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 이상하죠? 어떻게 봐도 아시아인인 제가 유럽의 로마자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저는 서울의 거리를 걸어도 완전히 서울 사람인듯한 외모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시아인이 말하는 로마자에 대한 이야기, 아마도 한국 분들도 친근감을 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내용의 강연회인가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요, 1부에서는 서체디자인에서 중요한 ‘형태를 보는 눈’을 기르는 방법과 제가 지금껏 해왔던 일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합니다. 2부에서는 여러분이 궁금한 것들에 대해 답변을 드리려고 해요.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부터 미리 질문을 받아서 강연회 당일 그 질문에 대해, 화면으로 실제 예를 보여주면서 하나씩 답변을 하는 것이죠. 아주 특별한 질문이 없는 한 ‘그래, 이건 나도 계속 궁금했어’라고 동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기에 질문자 이외의 참가자분들도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한국 디자이너들과는 이 강연회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요?

    일본 사람들은 알파벳에 대해 동경을 하면서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본 서체 디자인 회사를 그만둘 때 ‘영국에 가서 로마체 공부를 할 겁니다.’라고 말하자 주위 사람들이 ‘일본인이 무슨 로마체야!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둬.’라고 말렸습니다. 물론 25년도 더 된 일이고, 모두 저를 진심으로 걱정했기 때문입니다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지금의 한국 분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 사람들은 좀 더 적극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로마자 폰트의 어떤 점에 흥미가 있는지, 어떤 것이 궁금한지 꼭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강연회와도 연결되는 것인데, 일본에서 발행했던 <폰트의 비밀>이 이번에 한국에서도 발행되잖아요. 어떤 책인가요?

    그동안 폰트 관련한 책들은 전문서적으로 나온 것이 대부분이라 펼쳐 보기만 해도 어려워 쉽게 읽히지 않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을 쓰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고 <폰트의 비밀>은 저의 세 번째 책입니다. 디자인의 일반적인 내용이나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폰트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지요. 폰트에 대한 설명을 적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통해 실제 예시를 많이 모아 보여주면 한눈에 전달되지 않겠냐고 생각해서 가능한 많은 사진을 담자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평판이 좋았고 디자이너분들에게도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처럼 한국에서도 연락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폰트 선택은 어렵지 않다. 옷을 고르는 것처럼, 식재료를 고르는 것처럼 혹은 음악을 선택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다.’라는 점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분으로 글을 썼습니다. 패션과 음식, 그리고 음악에 관심이 많은 한국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 <폰트의 비밀>(부제: 브랜드의 로고는 왜 고급스럽게 보일까?), 2013년 8월 20일 발행(도서출판 예경)

    무엇이 선생님을 폰트 디자이너가 되도록 이끌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연필이나 물감을 사용해서 문자를 쓰는 일에 흥미가 있었습니다만, 서체 디자인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건 몰랐어요. 미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서체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할 때 ‘写研(샤켄)’이라는 회사 서체 디자인부의 채용 시험에 응시했고 운이 좋게 취업이 됐습니다. 그곳에서는 주로 한자 제작을 했는데요, 어느 날 회사 책장에 꽂혀 있던 헤르만 차프의 책을 훌훌 넘기다가 ‘이건 제대로 한 번 봐야겠어’라고 생각하여 읽기 시작했어요. 영어로 된 책을 사전 찾아가면서 반년에 걸쳐 읽고, 로마자 서체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해 6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헤르만 차프의 책이 로마자 서체 디자이너를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모노타입(Monotype)사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1999년, 라이노타입(Linotype)사가 주최한 서체 콘테스트에 응모해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2000년 시상식이 열리는 독일의 마인츠로 초대를 받아 그랑프리 수상자라고 알려졌고 동경하던 헤르만 차프를 비롯하여 심사위원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해 12월 라이노타입의 마케팅부 사람에게 독일에 와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거죠.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만, 그곳에서 첫 번째 일이 헤르만 차프의 ‘Optima’를 리디자인(redesign) 하는 것이라 듣고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을 거야’라고 생각해서 이듬해 2001년 봄에 독일행을 결심했습니다. 이후 2013년 3월에 라이노타입은 모노타입으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고요.

    가장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작품은?

    무척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래도 그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처음 서체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았던 ‘Clifford’입니다. 저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본문용의 읽기 쉬운 디지털 서체를 목표로 4년 정도 걸쳐서 꾸준히 만들었지만, 색다르게 사람의 눈길을 끄는 헤드라인 서체라면 몰라도, 수수하지만 본격적인 본문용 서체에 관심을 가져주는 폰트 제작업체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세계적인 서체 콘테스트가 개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본문 서체부분에서 그랑프리까지 받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당신이 Clifford를 만든 분이군요?’라고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활자를 이용한 인쇄부터 책 디자인을 하던 사람들로부터 ‘이런 서체가 필요했어요.’라고 감사 편지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작업 프로세스와 작업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대개는 떠오른 형태를 적당한 종이 조각 끝부분에 그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스케치를 스캔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머리 속에 있는 형태를 정리하기 위해 종이에 그리기 때문이에요. 그릴 때는 한 글자씩 ABC…의 순서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어로 만듭니다. 의미가 있는 단어가 아니라도 5글자부터 10글자 정도의 단어가 되는 것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그 서체로 단어를 끼워 맞추었을 때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목적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에서는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5시 정도까지 일어서서 일을 합니다. 제 책상은 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어 두었고요.

    ▶Clifford(클리포드, 1998): 18세기 인쇄용 활자 서체에서 힌트를 얻어 설계했다. 이 서체는 웨이트(Weight, 역주_폰트 선의 굵기)가 하나뿐이며, 볼드체는 없다
    ▶Conrad(콘래드, 2000):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독일인 2명에 의해 만들어진 극히 초기의 로만체 활자를 현대적으로 대폭 수정하여 되살리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라이노타입(현 모노타입)사가 주최한 서체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 수상 작품.
    ▶Optima nova(옵티마 노바, 2002년): 헤르만 차프의 ‘Optima’를 리디자인 한 작품. 모노타입사에 입사하여 처음으로 맡은 작업.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일은?

    서체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일 외적으로도, 일본 잡지에 서체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유 시간을 서체 관련 기사 작성에 할애합니다.

    아이디어를 얻고자 할 때 어떤 것에 자극을 받고 영향을 받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여행할 때 손으로 쓴 간판을 찾아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디자인에 참고하거나, 직접 디자인에 활용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어딘가에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떠오르지 않을 땐 어떻게 하시나요?

    디자인이 떠오르지 않았던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항상 3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며칠 혹은 몇 시간 간격으로 다른 디자인 작업으로 옮기면 머리가 리프레쉬 되어서 좋습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원래 하던 디자인 작업으로 돌아오면 실수가 보여서 고칩니다. 저처럼 하나의 일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디자이너로 살면서 영향력을 많이 준 멘토는 누구였습니까?

    일본에서는 카즈이 공방(嘉瑞工房)의 타카오카 쥬조(高岡重蔵) 선생님, 그리고 ‘요세서체(寄席文字, 역주_간판 등에 사용되는 빈틈없이 쓰는 서체)’라는 일종의 필체 장인 타치바나 우콘(橘右近) 스승님과 그 제자 분들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서양에서는 헤르만 차프, 아드리안 프루티거(Adiran Frutiger), 매튜 카터(Matthew Carter)가 있군요. 특히 카터 씨의 경우는 그분이 직접 디지털 서체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디지털 문자의 커브 부분에 대해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아드리안 프루티거 씨는 런던에서 공부할 때 만난 그의 책에서, ‘형태를 보는 눈’에 대해 적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읽은 순간 ‘바로 이거야!’라고 강하게 공감했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DIN Next(딘 넥스트, 2010): 1930년대에 제정되었던 독일공업규격(DIN)을 폰트화한 DIN 1451은 독일의 도로 표지용 등으로 사용되었다. 이를 베리에이션 한 작품.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서체를 부드러운 인상으로 바꾼 것이 특징.
    ▶Akko(아코, 2010): 당시 마켓의 니즈를 분석하여 근현대적이고 글자가 크게 보이는 산세리프체를 개발했다. 2011년 발매 이후 뉴욕 증권거래장 NYSE Euronext의 로고를 비롯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 늘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라는 단어를 들은 적도 없는 아이들이나 어르신 분들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서체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있던지 간에 그 지식을 통해 만든 문자로, 문장이 만들어졌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잘 모르겠다’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잘못된 서체에요. 잘못된 서체는 초보자라도 쉽게 알 수 있거든요. 굳이 말이나 지식을 통한 보충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형태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항상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잃지 말아야 할 점은?

    ‘형태를 보는 눈’입니다. 활자의 역사라든지 타이포그래피의 문헌을 제대로 찾아보고 그걸 파고드는 일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이며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서체 디자인을 생각한다면 문헌 등을 연구하는 것만으로 서체가 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형태가 잘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도 그건 무리입니다. 역시 문자의 모양을 보는 눈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안 되지요. 무책임하게 대충 만든 폰트가 세상에서 돌아다닌다면, 그 폰트로 만들어진 문장을 읽는 사람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있으니 뭔가 이상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 전부가, 예를 들어 조판을 보고 “원인은 이 s자에 있어!”라고 정확히 지적할 수 있을까요? 많은 독자를 위해서도 제대로 형태의 좋고 나쁨을 파악하고, 읽기 쉽게 만드는 부분은 디자이너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입니다.

    작품과 삶 모든 측면에서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2001년, 제가 독일에 와서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일본어나 중국어 한자의 디자인 경험이 있다는 것이 도움될 줄 몰랐으며, 실제로 2004년까지는 일로써 로마자와 일본어의 조합을 생각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부분에도 중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일본인으로서 서체 디자인에 흥미를 가지고, 일본어 디자인을 한 것이 헛된 경험이었다.’기 보다 강점이 되었습니다. 이상하죠? 엄청나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걸로 생활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합니다. 최종 지점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일본어의 디자인이나 한국어, 중국어를 시작으로 아시아권의 문자도 포함해서요.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따름입니다.

    한국어 폰트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윤디자인의 YD Gothic, Cre Gothic, FontBank의 FB Neo는 매우 현대적인 느낌이며 로마자 폰트와의 조합도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포그래피 서울과의 인터뷰 소감. 독자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 주세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에는 강연회에서 만나 좀 더 이야기하도록 하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2011 타이포잔치-동아시아의 불꽃> 참여 전시 포스터 : Neue Frutiger+cond
    ▶ <2011 타이포잔치-동아시아의 불꽃> 참여 전시 포스터 : Palatino Sans
    ▶ <2011 타이포잔치-동아시아의 불꽃> 참여 전시 포스터 : [좌]Frutiger Serif  [우] Linotype_170x1875_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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