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나 화가, 사진가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 곧 시각예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포트폴리오 제작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보여준다는 측면에서의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작품을 주제로 하는 또 하나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비나미술관의 2013년 첫 기획전시인 전은 바로 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이다. 다만 일반적인 포트폴리오가 책자의 형태로 제작되는 데 비해 전에서는 전시 작품으로 구현된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주 전시 내용을 담고 있는 ‘오픈 포트폴리오’와 실제로 사용되는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모아서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라운지’이다. 오픈 포트폴리오는 주요 전시 내용으로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 8명이 참여해 총 세 가지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순으로 작품을 배열한 아카이브 형태와 특정 작품을 선정해 다시 만들어내는 ‘새로운’ 작품의 형태, 그리고 작품 제작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형태가 그것이다. 전시 공간을 통해 나타나는 이들 ‘작품’은 관객에게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에는 디자이너도 있는데, 바로 슬기와 민, 진달래&박우혁이다. 두 그룹 모두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슬기와 민은 이전 작업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합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직접 만든 것이 아닌 무작위적으로 생성된 이미지라는 것이다. 슬기와 민은 의도된 이미지가 아닌 해체와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서 나타나는 우연과 체계의 긴장을 통해 그들의 작업 태도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진달래&박우혁은 비틀즈의 노래 ‘Across the Universe’의 가사를 설치작업과 신문의 형태로 풀어낸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에서는 ‘Across the Universe’를 우주로 쏘아 올려 외계와의 교신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진달래&박우혁은 자신들의 작업을 공간과 신문으로 제작해 관객과의 교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라운지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한 공간에서 열람해볼 수 있다. 국내에 있는 6개의 창작 레지던시에 입주해 있는 50여 명의 작가의 포트폴리오가 인쇄물과 디지털 형태로 비치되어 있다. 오픈 포트폴리오에서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포트폴리오의 개념을 확장하는 자극을 받았다면,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라운지에서는 그 자극을 어떻게 실제 포트폴리오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도와주는 셈이라고 할까? 전시 관람만으로도 포트폴리오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만약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사비나미술관 측에서 준비한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세미나와 강좌 등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 준비되어 있어 필요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전시 정보
Artist’s Portfolio
전 기간 2013년 3월 20일(수)~2013년 5월 24일(금)
장소 사비나미술관
관람 요금
성인 4,000원 5세~대학생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