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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입레코드[Type Record] #7 신중현과 엽전들

    한국 록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앨범, ‘전설’, ‘신기원’, ‘개척 음반’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앨범! 애드 훠(ADD 4), 덩키스(The Donkeys), 더멘(The Men) 등 수많은 밴드를 거친 음악 천재 신중현이 이끈 ‘신중현과 엽전들’ 1집 얘기다.


    글. 이학수

    발행일. 2020년 03월 19일

    타입레코드[Type Record] #7 신중현과 엽전들

    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한국 록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앨범, ‘전설’, ‘신기원’, ‘개척 음반’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앨범! 애드 훠(ADD 4), 덩키스(The Donkeys), 더멘(The Men) 등 수많은 밴드를 거친 음악 천재 신중현이 이끈 ‘신중현과 엽전들’ 1집 얘기다.

    1집에는 전설적인 히트곡 ‘미인’이 수록돼 있다. 당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미인’을 불렀다고 한다. 곡의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 〈미인〉이 제작되기도 했다. 심지어 신중현과 엽전들 멤버들이 직접 출연까지 했다. 이렇듯 ‘미인’이 워낙 주목을 받다 보니, 이 음반의 다른 주옥같은 수록곡들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기도 하다.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이 발표된 1974년은 유신체제 시절이었다. 정권의 대중문화 탄압 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바로 그때였다. 1집 음반 수록곡 10곡 가운데 무려 7곡에 금지곡 딱지가 붙었다. 그중에는 인기곡 ‘미인’도 포함돼 있었다. 노랫말 중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를 당시 대학생들이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로 개사해 불렀다. 정권의 장기 집권을 비꼰 것이다.

    사연 많은 이 앨범의 표지를 한 번 살펴보자. 배경은 파란색 잉크가 물속에 퍼지는 듯한 이미지다. 상단에는 밴드명 영문 레터링과 타이틀곡, 하단에는 밴드명 한글 레터링과 멤버들 사진이 배치돼 있다. 신중현이 해먹(처럼 보이는 것)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색 배경이 마치 파도 치는 바다처럼 보이기도 한다.(이런 이미지 구성이 대체 어떤 의도인지, 해먹이 맞는지도 정말 모르겠다.)

    ‘신중현과 엽전들’ 한글 레터링을 보자. ‘엽’의 ‘ㅇ’은 단순하지만 직접적 표현으로 엽전을 형상화하고 있다. 3중선으로 이루어진 다른 글자들과의 형태 차이가 확연하다. 마치 이미 만들어둔 레터링 위에 실제 엽전 하나를 올려둔 느낌이랄까?

    ‘신중현’의 ‘중’도 눈에 띈다. 다른 글자들은 기본적으로 네모난 가상의 공간에 꽉꽉 들어찬 모습이지만, ‘중’은 과감히 그 공간을 벗어나 정방형 ‘ㅇ’으로 존재한다. 신중현(申重鉉)의 ‘중’(重:무거울 중)을 표현하고자 ‘ㅇ’을 아래로 내린 것일까? 혹은 억압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담아내려 한 걸까? 그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이번에는 영문 레터링을 살펴볼 차례. 간결한 선과 좁은 너비는 세련된 신사가 곧게 서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잉크가 떨어지는 배경으로 중량이 무거운 한글 레터링은 하단으로 잠기고, 중량이 가벼운 영문 레터링은 두둥실 떠올라 최상단에 배치된 점도 재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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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thanks to  LP 카페 ‘연희38애비뉴’(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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