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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1970~1980년대만 해도 MBC대학가요제의 인기는 대단했다. 가요제 참가 또는 입상을 계기로 많은 가수들이 데뷔할 만큼 MBC대학가요제는 한때 가수들의 성공의 지름길이자 등용문이기도 했다. 대학가요제는 점차 식어가는 인기와 시청률 끝에 2012년 폐지되었다가, 지난해 7년 만에 부활했다.
오늘 소개할 타입레코드의 뮤지션은 바로 1985년 제9회 MBC대학가요제 대상의 주인공, 혼성 듀엣 ‘높은음자리’다. 두 멤버 김장수·임은희의 가창력이 고음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어서 팀명을 높은음자리로 지었다고 한다.
높은음자리의 85년 대상 수상곡 제목은 ‘바다에 누워’다. 박해수 시인의 동명의 시에 멜로디를 입힌 곡이다. 대학가요제 수상 이후 KBS 〈가요톱10〉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골든컵까지 수상했다. 대학가요제 수상곡으로 골든컵을 수상한 경우는 높은음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한다. 특히 이 곡의 매력은 의성어로 이루어진 스캣 파트다.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 시도였다.
1986년 아세아레코드에서 발매한 높은음자리 1집 〈나 그리고 별〉은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앨범으로 높은음자리는 〈가요톱10〉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확실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앨범 재킷 디자인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형광색! 80년대의 형광색은 지금 봐도 힙(!)하다. 형형색색의 별들이 수를 놓은 것 같은 밤하늘의 배경, 그리고 3D(?) 감성의 입체적 높은음자리표 뒤로 큰 별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다. 높은음자리표를 별자리에 배치시킨 셈인데, 실제로 이 디자인처럼 높은음자리는 ‘스타’가 되었다. 재킷 디자이너 입장에선 퍽 뿌듯해하지 않았을까.
높은음자리 1집 레터링이다. 쭉쭉 뻗은 획들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기울기! 세련미 가득한 고급 브랜드 로고처럼도 보인다. 특히 모음과 자음의 연결이 상당히 독창적이다. 음표 기호를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도록 제작한 듯 보인다. ‘ㅇ’에서 느껴지는 온음표의 모습, ‘ㅍ·ㄴ·ㅁ’의 가로획에서 휘어져 올라가는 꼬리, ‘ㅗ·ㅡ’에서 오선지의 선과도 같은 긴 가로획 등, 자칫 읽히기 어려울 수 있는 다양한 특징을 잘 조합하여 높은음자리라는 하나의 ‘한글음표’를 만든 모양새다.
1990년 발매된 높은음자리 3집 앨범 커버다. 레터링을 중심으로 나무 줄기의 일러스트 요소를 첨가했다. 레터링 자체가 워낙 독특한 데다가, 선명한 붉은색 때문인지 얼마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앨범 커버에서 레터링만 떼어놓고 봐도 강렬함은 여전하다. 앤티크(antique)한 장식성이 더해진 한글이 시선을 붙잡는다. 흑백의 대비는 고전적이면서도 높은 주목성을 지닌다. 자음과 모음의 형태에 따라 변형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통일감 있게 나타나는 장식 요소는 안정감을 주면서도 사뭇 진지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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