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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입레코드[Type Record] #17 비틀즈총결산집

    이른바 ‘빽판 시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밴드가 비틀즈다. 정규 앨범은 물론이고, 각종 편집 앨범들이 빽판으로 등장했다.


    글. 이학수

    발행일. 2020년 08월 06일

    타입레코드[Type Record] #17 비틀즈총결산집

    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희한하게도 국내 바이닐(LP) 시장의 인기는 상승 중이다. 올해 5월 발매된 가수 백예린의 바이닐 앨범이 15,000장이나 팔리기도 했고, 국내 가수들의 신보가 속속 바이닐로 제작되고 있다. 추억의 음반사 ‘오아시스레코드’가 26년 만에 LP 생산을 재개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바이닐의 부활이라는 말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난 6월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나왔다.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이 쓴 『빽판의 전성시대: 팝송의 국내 유입 역사』다. ‘빽판’이란, 음반 판권 소유자와 라이선스 계약 없이 불법으로 제작해 유통시킨 해적 음반을 가리킨다. 1950~1970년대만 해도 정식 라이선스 음반은 한정돼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엔 빽판으로 유통되는 해외 음반들이 많았다. 최규성의 책은 당시 상황을 통해 우리나라의 팝 음악 대중화 양상을 기술하고 있다.

    이른바 ‘빽판 시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밴드가 비틀즈다. 정규 앨범은 물론이고, 각종 편집 앨범들이 빽판으로 등장했다. 그만큼 비틀즈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는 방증일 것이다. 60~70년대 국내 비틀즈 빽판들의 디자인은,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타입레코드」가 이번에 가져온 음반은 비틀즈 빽판이다. 이름 하여 〈비틀즈 총결산집〉(신진레코드). 이 음반이 출시된 해, 그러니까 1970년은 비틀즈가 해체된 시기다.(폴 매카트니가 그해 4월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비틀즈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아마도 〈비틀즈 총결산집〉은 이 같은 시의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존 레논,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이 왠지 낯설기도 하다. 멤버들의 사진 위로 앨범 타이틀이 배치돼 있다. 퍽 단조로운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는데, 주목할 부분은 ‘THE BEATLES’ 라틴 알파벳 레터링이다.

    빽판 〈비틀즈 총결산집〉의 레터링
    비틀즈 공식 로고

    디테일한 요소들은 물론 판이하지만, 빽판 버전과 공식 버전의 레터링은 어느 정도 유사성을 띈다. 아니, 말을 바꿔야겠다. 둘이 유사한 게 아니라, (당연히) 빽판의 레터링이 공식 로고를 그럴싸하게 따라했다고 말이다. 전체 글자를 세리프(serif)체 대문자로 표기한 점, ‘THE’와 ‘BEATLES’를 각각 상단/하단 배치한 점, 하단 ‘T’의 스템(stem, 줄기)을 길게 뺀 점 등등.

    앨범 타이틀은 고딕체를 활용한 입체 레터링으로 표현돼 있다. 포토샵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입체 글자 효과’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70년대라면 사정이 다르다. 꽤나 손이 많이 갔을 것이다. 

    ‘ㄱ·ㅅ·ㅈ·ㅊ’에는 곡선 획이 있는데, ‘총’의 받침 ‘ㅇ’은 각진 형태다. 직선적 글자들을 곡선으로, ‘ㅇ’의 원형(原形: 본래의 형태)인 원형(圓形: 둥근 모양)을 직선으로 처리한 셈이다. 팔각형 ‘ㅇ’이 읽히는 데 어려움이 없고 시각적으로도 딱히 이질적이지 않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단단함이 느껴지는 키 큰 글자들의 모습에서 옛 스포츠 선수들의 유니폼 등번호가 떠오르기도 한다. 꽤나 레트로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레터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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