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를 통해 결성된 혼성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유두래곤·비룡·린다G)와 1996년생 아티스트 박문치의 음악이 연일 화제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구공(90) 감성’, ‘뉴트로’라는 키워드가 따라붙는다는 것. 뉴트로에 열광하는 이삼십 대 음악 팬들은 90년대 곡들에선 왠지 모르게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고 한다. 각박해져만 가는 현실 속에서 또 하나의 힐링 아이템 같다는 것이다. 뉴트로의 인기는 아마도 한동안은 현재 진행형일 듯하다.
오! 오! 오! 내 사랑~ 바람결에 창을 열고~
이 유명한 후렴구만 들어도 대부분 알 만한 히트곡 ‘달빛 창가에서’. 이 노래의 뮤지션이 바로 이번 타입레코드의 주인공이다. 1986년 혜성처럼 등장한 ‘도시아이들’. 2인조(김창남·박일서) 댄스 그룹 도시아이들의 1집 앨범은 ‘달빛 창가에서’를 비롯한 여러 명곡들로 채워져 있다. 아세아레코드사에서 발매된 이 음반은 70년대 록 사운드와 80년대 댄스 음악이 조화를 이룬 듯한 느낌을 준다.
1집의 성공 이후 1988년 도시아이들 2집이 나온다. 희대의 명곡으로 불리는 ‘텔레파시’가 수록된 음반이다. 도시아이들은 그해 〈KBS 가요대상〉에서 올해의 가수 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텔레파시’는 매우 생소한 단어였는데, 도시아이들의 인기와 함께 대중적이고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추억의 예능 프로가 된 〈무한도전〉은 2010년 10월 ‘텔레파시 특집’ 방송에서 도시아이들의 곡을 BGM으로 사용한 바 있다. 지금도 방영 중인 가창 예능 프로 〈복면가왕〉에서는 가수 사이먼도미닉이 ‘텔레파시’를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방송의 영향 덕인지, 도시아이들의 ‘텔레파시’는 요즘 세대들에게도 꽤나 알려져 있는 듯하다.
이제 앨범 재킷을 한 번 살펴보자. 위 사진은 1집이다. 마치 액자처럼 구성돼 있다. 도시아이들 멤버들의 ‘차도남’스러운(?) 눈빛이 인상적이다. 두 멤버가 입은 흰색 셔츠와 앨범 재킷의 배경색이 서로 매칭돼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얀 셔츠를 입은 건, 그룹명에 걸맞게 화이트칼라 도시인들을 상징하려는 의도 아니었을까?
사진 속 멤버들의 뒷배경은 아마도 아파트 벽면인 듯하다. 나무가 그려진 아파트 벽면 말이다. 그런데 나무 그림은 왠지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그릴 법한 이미지다. 사실주의라든지 입체파라든지 하는 미술 사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왜 이런 배경이 쓰인 걸까. 어쩌면 단순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아파트는 ‘도시’를, 나무 그림은 ‘아이들’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도시, 아이들!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2집 앨범은 1집 때와 인상이 무척 다르다. 상당히 ‘힙’하다. 2집 앨범의 콘셉트는 ‘도시’였다고 하는데, 재킷 커버 또한 어느 정도 색채와 결을 맞춘 것 같다. 제작 노트를 찾아보니 두 멤버의 얼굴 주변을 수놓은 장식 요소들은 도시의 조명과 네온사인 빛이라고 한다. 앨범 커버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앨범을 뉴트로 디자인의 레퍼런스로 삼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1집과 2집에 사용된 그룹명 레터링이다. 무척 기하학적이다. 선과 선, 도형과 도형, 점과 점이 나름의 규칙을 갖고 단정히 배치돼 있다. 레터링이기는 하지만, 왠지 고딕과 굴림의 믹스 버전 같다는 인상도 풍긴다. 그러고 보니, 오래된 아파트 벽면에서 이런 스타일의 레터링을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도·시·아·이·들 다섯 글자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추억에 젖어든다.
자, 이제는 3집이다. 앨범명이 ‘City Dance’다. 2집에 이어 도시적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3집의 인기곡 ‘선녀와 나무꾼’은 정작 도시와는 전혀 무관한 제목이라는 게 재미있다.
도시아이들 3집의 수록곡들은 전작들에 비해 좀더 다채롭다. 1집 히트곡 ‘달빛 창가에서’를 보다 리드미컬하게 편곡한 버전부터, 70~80년대 미국의 인기 밴드 립스 잉크(Lipps Inc.)의 대표곡 ‘펑키 타운(Funky Town)’ 커버곡까지, 앨범 타이틀인 ‘City Dance’에 걸맞은 곡들로 가득 차 있다. 앨범 커버 이미지만 따로 떼어내서 오늘날의 클럽 입구에 붙여놓는다면 어떨까. 레트로 댄스 파티 포스터로 손색없지 않을까. 특히 멤버들 얼굴 사이사이 형광색으로 그려진 기타와 키보드 또한 레트로 그 자체다!
3집 때 사용된 그룹명 레터링이다. 1, 2집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인상은 기하학적이다. 다만, 디자인 요소가 좀더 가미됐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자모음 크기가 제각각인가 하면, 글자가 한 덩어리로 구성돼 있기도 하다. 이렇게 글자들이 서로 이어진 이미지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형상화한 듯하다. 만약 ‘도시아이들’이라는 건축사무소가 있다면, 위 레터링을 로고타입으로 활용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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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to → LP 카페 ‘연희38애비뉴’(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