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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입레코드[Type Record] #14 신촌블루스

    〈응답하라 1988〉은 수 년 전 방영작임에도,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OST 또한 스테디셀러다.


    글. 이학수

    발행일. 2020년 06월 25일

    타입레코드[Type Record] #14 신촌블루스

    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응답하라 1988〉은 수 년 전 방영작임에도,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OST 또한 스테디셀러다. 동물원의 ‘혜화동’,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 산울림의 ‘청춘’, 이문세의 ‘소녀’ 등 1980년대 노래들의 리메이크 버전은 원곡과 더불어 여전히 사랑받는다.

    이처럼 〈응답하라 1988〉은 80년대에 활동한 가수들을 현재 젊은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그 시절 히트곡들이 재조명받게 된 계기였다. 드라마가 소환했던 뮤지션들 중, 「타입레코드」가 이번에 주목한 팀은 바로 ‘신촌블루스’다.

    1986년 서울 신촌에는 ‘레드 재플린(Led Zeppelin)’이라는 라이브 카페가 있었다. 음악 하는 사람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였다. ‘신촌블루스’는 바로 그곳에서 1988년 결성됐다. 블루스 동호회 격으로 모였던 엄인호, 이정선, 김현식, 한영애, 정서용이 원년 멤버들이었다. 

    정규 1집 〈신촌 Blues〉는 지구레코드사를 통해 발매됐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42위에 랭크돼 있는 앨범이다. LP의 B면(side B) 1번 트랙인 ‘아쉬움’은 지금 들어도 세련미가 넘쳐 흐른다. 객원 보컬 정서용이 활동했던 1989년 무대 영상을 보면, 시대를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느낌이 가득하다.

    시대적 배경이 묻어나는 1집 커버 사진이다. ‘동원 연탄’이라 적힌 리어카를 끌고 지나가는 연탄 장수. 그 뒤로 ‘신촌블루스’ 멤버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들이 보인다. 요즘 저런 광경이 흔치 않아서인지, 저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왠지 모를 추억과 향수에 젖는다.

    지구레코드사의 1988년 로고다. 둥글둥글한 굴림체 스타일을 기반으로 지·구·레·코·드 다섯 글자의 자모음이 서로 연결돼 있다. ‘레’의 ‘ㄹ’과 ‘ㅔ’, ‘코’의 ‘ㅋ’과 ‘ㅗ’처럼, 본래 떨어져 있어야 할 것들이 붙어 있음에도 자연스레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섯 글자를 한 덩어리로 뭉쳐놓음으로써, 자사 로고를 좀더 눈에 띄게 하려던 의도 아니었을까 싶다.

    그룹명 레터링을 살펴보자. 1집 앨범의 부제이자 타이틀곡 제목이 ‘그대 없는 거리’여서일까? 바스라지고 일렁이는 듯한 글자 형태가 마치 누군가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부서져 날아가버릴 듯한 한글(‘신촌’), 출렁이는 물결 같은 라틴 알파벳(‘Blues’)의 시각 조화가 퍽 강렬하다. 그대 없는 거리에 홀로 남겨진 자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나타낸 이미지일 것이다.

    ‘촌’에서 ‘ㅊ’의 획을 ‘B’ 안으로 관통시킨 부분 또한 의미심장하다. 한글과 라틴 알파벳이 비록 문자 형태는 달라도, 이미지적으로는 서로 동일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음을 의도한 디자인 장치 아닐까? 혹은, 그대 없는 신촌 거리의 허전함이 내 마음을 후벼판다, 라는 처절함(?)을 표현한 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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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thanks to  레코드숍 ‘곽엘피’ (경기 파주 지목로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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