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타입레코드[Type Record] #13 해바라기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 참가자들이 연일 화제다. 그들의 인기와 더불어, 그들이 부른 노래들도 덩달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가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포크 그룹 해바라기의 대표곡이다.


    글. 이학수

    발행일. 2020년 06월 10일

    타입레코드[Type Record] #13 해바라기

    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  참가자들이 연일 화제다. 그들의 인기와 더불어, 그들이 부른 노래들도 덩달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가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포크 그룹 해바라기의 대표곡이다. 이 노래는 영화 〈파파로티〉의 엔딩 씬에도 나온 바 있다. 최근에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미스터 트롯〉의 스타 김호중인데, 그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극 중 배우 이제훈이 연기한 ‘장호’)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7080 포크송’을 얘기할 때, 해바라기는 꼭 언급되는 팀이다. 앞서 언급한 ‘행복을 주는 사람’과 더불어,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는 ‘사랑으로’일 것이다. 두 곡 모두 이주호·유익종 2인 체제일 때 발표된 노래들이다.

    해바라기를 ‘남성 듀오’로 기억하는 음악 팬들이 적잖은 듯하다. 아무래도 2인 체제로 발표했던 ‘행복을 주는 사람’, ‘사랑으로’ 같은 히트곡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인조 해바라기의 디스코그래피는 1983년부터 시작되었다. 1975년 결성 당시 해바라기는 4인조 포크 그룹으로 먼저 피어났던 것이다. 이번 타입레코드가 수집한 바이닐은 바로, 이정선·이주호·한영애·김영미 4인 체제 시절의 해바라기 앨범이다.

    결성 2년 후인 1977년, 해바라기는 지구레코드를 통해 첫 정규 앨범 〈해바라기 노래 모음 1집〉(위 사진)을 발표한다. 이 음반에는 한대수가 작사·작곡한 ‘행복의 나라’가 수록돼 있다. 지금까지도 꽤 잘 알려져 있는 명곡이다. 

    앨범 재킷 사진을 보면, 해바라기 멤버 네 명이 앙상한 나무 사이로 둘씩 짝을 이뤄 서 있고, 이들의 우측 상단으로 ‘해바라기’ 레터링이 배치된 모습이다.

    레터링은 마치 초등학생의 그림처럼 자유분방한 느낌이다. 순수함마저 자아낸다. 자음 ‘ㅎ’의 ‘ㅇ’을 해바라기 그림으로, 모음 ‘ㅐ·ㅏ·ㅣ’의 획 내부를 지그재그의 변칙적인 사선으로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해바라기와 줄기를 형상화한 것처럼도 보이고, 뜨거운 태양 아래 갈라진 논밭 같기도 하다. 의도를 파악해내기 쉽지 않은 이미지다

    위 사진은 4인조 혼성 체제(이정선·이광조·김영미·한영애―원년 멤버였던 이주호가 1집 활동 이후 탈퇴하면서 이광조가 2집 작업부터 합류했다)의 마지막 독집 앨범인 3집이다. 1979년 2집 이후 8년 만에 멤버들이 다시 뭉쳐 만든 앨범이다. 당시 팬들이 무척 반가워 했었다고 한다. 이 무렵 해바라기 멤버 각자는 솔로 뮤지션으로서 입지를 다진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3집 발매 후 팀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은 헤어져도’, ‘우리네 인생’ 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특히 ‘우리네 인생’은 1988년 김현식이 리메이크하면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좌> 해바라기 2집 레터링 / <우> 해바라기 3집 레터링

    4인조 혼성 체제의 해바라기 2, 3집에 쓰인 레터링을 살펴보자. 먼저 2집의 경우, 해·바·라·기 네 글자가 뜨거운 태양 아래 녹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킨다. 글자 ‘기’의 모음 ‘ㅣ’가 짐승의 꼬리나 물고기의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태양을 받친 이미지는, 어딘지 모르게 서정적인 인상도 자아낸다. 식물의 새싹 혹은 줄기가 해를 머금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ㅣ’의 시작부가 하트 모양인데, 요즘의 이모지(Emoji)를 연상시킨다. 복고풍이나 예스러움이 아니라 발랄함이 느껴진다. 3집의 레터링은 딱 한 요소만 빼고 2집과 동일하다. 2집 레터링의 태양 대신 3집에선 해바라기가 떠 있다는 것!

    ______
    special thanks to  레코드숍 ‘곽엘피’ (경기 파주 지목로79)

    Popular Review

    인기 리뷰

    New Review

    최신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