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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입레코드[Type Record] #11 신라의 달밤

    '신라의 달밤'은 1960년대 발표된 우리나라 전통 가요 중 하나다. 노래도 유명하고 제목 자체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글. 이학수

    발행일. 2020년 05월 14일

    타입레코드[Type Record] #11 신라의 달밤

    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신라의 달밤’은 1960년대 발표된 우리나라 전통 가요 중 하나다. 노래도 유명하고 제목 자체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배우 김혜수, 차승원, 이성재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가 제작된 바도 있다. 약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라의 달밤’은 여전히 대중적이다. 최근엔 한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조명섭이라는 참가자가 이 곡을 부르며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열한 번째 타입레코드가 수집한 앨범은 〈현인 걸작 선집〉이다. 1966년 발매된 앨범으로 현인의 히트곡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현인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활동한 한국의 1세대 대중 가수다. 일제 치하, 한국전쟁 같은 우리네 슬픈 역사를 구슬픈 곡조로 노래한 인물이다.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굳세어라 금순아’ 등이 그 대표곡들이다.

    〈현인 걸작 선집〉 앨범 재킷을 살펴보자. 우선 앞표지는 레트로한 색감이 돋보인다. 화려한 오브제들을 배경으로 젊은 시절 현인의 사진이 놓여 있다. 요즘 앨범 커버들은 대체로 아티스트의 이미지보다 아트 워크를 더 부각하는데, 이와 달리 60~80년대는 확실히 뮤지션의 존재감이 전체 디자인의 중심을 잡아주는 모양새다.

    ‘신라의 달밤’ 레터링에선 왠지 한국의 전통미가 물씬 느껴진다. 자모음이 마치 휘날리는 상모 끈 같다. 글자들이 한바탕 춤사위를 보여주는 형상이랄까. 현인의 시선 방향에 맞추어 레터링을 배치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 느껴진다. 달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리라. 곡명 특유의 서정성을 이미지로 표현한 셈이다. 현인은 1969년 어느 TV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신라의 달밤’을 부르는 태도가 해방을 기점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일제 치하에선 민족혼을 달래는 마음이었다면, 광복 후엔 조국을 되찾은 감격과 환희를 노래하는 것 같았다고. 이러한 정서가 레터링에도 고스란히 담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60년대에 ‘굳세여라 금순아’로 표기됐었나 보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1951년 1.4 후퇴 직후 발표된 곡이다. 전쟁통에 가족과 생이별하고 고된 타향살이를 하던 민중의 애환을 담은 노래다. 그래서일까, 레터링의 ‘ㅅ’과 ‘ㅏ’의 획이 축 늘어져 둥글려져 있다. 눈물방울이다. 전체 글자들에서 군데군데 삐쭉 튀어나온 돌기들도 왠지 구슬프다. 눈물을 훔친 자국 같아서다.

    곡명 레터링뿐 아니라 앨범명 레터링도 인상적이다. 대단히 기하학적이다. 도형자를 이용해 작도한 형태다. 받침 부분 하단은 모두 반원으로, 모음의 걸침과 곁줄기 부분은 점으로 통일돼 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규격화된 인상을 자아낸다. 노래 제목들이 자아내는 서정적 면모와는 별개로, 앨범명만큼은 철저히 이성적으로 표현해놓은 듯하다. 곡명과 앨범명 레터링이 워낙 판이해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당시 앨범 재킷 작업자들이 시각 정보의 위계 구분에 매우 엄격했다는 추측도 해본다. ‘곡명은 감성적으로, 앨범명은 이성적으로’ 하는 식으로 레터링을 배치한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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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thanks to 레코드숍 ‘곽엘피’(경기 파주 지목로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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