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가 부드러운 곡선이라면, 독일어는 정직한 직선이 떠오른다. 자로 잰 듯한 제복을 입고 걸어가는 S반(S-Bann, 독일의 지하철) 차장에게서 독일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바우하우스의 고향인 독일은 산세리프 서체의 모던함과 기능 자체에 주목한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다. 산업사회에서 최상의 디자인은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독일디자인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정직한 디자인으로 그 법칙을 정확하게 지켜내고 있다.
왼쪽 사진은 S반 노선도다. 독일의 철도 회사인 도이치반(Deutsche Bahn)의 의뢰로 서체 디자이너 에릭 슈피커만이 참여한 기업 아이덴티티의 일환이다. 오른쪽 사진은 도이치반(Deutsche Bahn)의 유니폼을 입은 직원의 모습. 감색과 빨간색으로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어울리는 유니폼이다.
왼쪽 사진은 길거리 기둥에 붙은 경고 표지판이다.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딘(DIN)]체를 독일 길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뮌헨 지하철역 내부. 역시 에릭 슈피커만이 디자인한 서체가 쓰였다.
따뜻한 색감과 재미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독일 디자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팜플릿 역시 두 가지 톤으로 깔끔하다.
학생들이 징계 기간 동안 갇혀 있는 곳이었으나 이후 학생들의 아지트로 사용되었다.
학생들이 직접 쓴 글씨들과 그림들이 벽면에 가득하다. 감옥을 ‘Palace Royal’이라고 쓴 재치가 돋보인다.
[헬베티카(Helvetica)]가 사용된 CI와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눈에 띈다.
BMW 박물관에서(BMW Museum)에서 만난 [헬베티카]
BMW 박물관은 독일의 3대 자동차 박물관 중 하나다. 클래식 자동차에서부터 첨단 장비로 무장한 최신 자동차까지, 독일의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아름답고 기능적인 자동차 모델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다.
BMW 박물관의 모습은 투명한 유리와 기하학적 구조로 이루어진 최첨단 미래도시를 연상시킨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장식은 투명한 유리와 흰 벽, 그리고 타이포그래피가 전부다. 그래서 유독 [헬베티카]가 눈에 띈다. 무슨 서체를 써야 할지 모를 때는 [헬베티카]를 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헬베티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객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 전달이 주 목적인 박물관에는 손색이 없는 서체다.
1950년대, 명확한 텍스트 전달이 중점이었던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양식은 [헬베티카]와 함께 퍼져 나갔다. 스위스의 중립적 이미지와 뛰어난 가독성을 지닌 이 서체는 ‘[헬베티카]를 사용한 브랜드는 모던하고 현대적이다’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BMW의 매끈한 자동차 디자인과 [헬베티카]의 조합을 보고 있으면, 역시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