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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실무적 잠언 〈에릭 길: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에세이〉

    1931년 첫 출간과 함께 '다시 나오기 어려운 최고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에릭 길: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에세이(An Essay on Typography)〉가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송성재 교수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5년 08월 26일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실무적 잠언 〈에릭 길: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에세이〉

    1931년 첫 출간과 함께 ‘다시 나오기 어려운 최고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에릭 길: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에세이(An Essay on Typography)〉가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송성재 교수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1882년 영국에서 태어난 에릭 길은 브라이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글자와 건축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센트럴 미술 공예 학교(Central School of the Art and Crafts)에서 영국의 글자체 디자이너 에드워드 존스턴(Edward Johnston)을 사사하며 글자 조각을 시작했다. 길이 1928년에 디자인한 글자체 길 산스(Gill Sans)는 산세리프체의 간결함과 세리프체의 우아함을 동시에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1903년 장인으로 독립해 1940년 세상을 뜰 때까지 조각과 판화, 철학, 글자체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길은 평생 급진적 진보주의자이자 사회 개혁가로 자기 철학을 작업에 구현하려 애썼다.

    에릭 길(Eric Gill, 1882~1940)이 전성기에 써낸 이 책은 독선적으로 호언하고 늘 인문적이었던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 에릭 길은 이 책에서 모양과 정렬, 기능 등 글자뿐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인간의 역할에 관해 선언적으로 진술한다. 이는 산업주의와 수공예라는 두 세계를 묘사하고, 한계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글자에 관한 그의 생각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1931년 이 책이 출간되고, 30여 년 동안 글자 기술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하지만 에릭 길의 작업을 비롯해 글자는 1931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 끝을 맞추지 않은 글줄과 좁은 글자 사이 공간, 띄어쓰기, 넓은 글줄 사이 공간 등 오늘날 널리 쓰이는 방법이 이미 등장한다. 이뿐 아니라 실무적이면서 논쟁적인 모습, 노동과 영혼에 대한 깊은 관심, 과정만큼 결과에 집착한 인간 길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책은 길이 평생 몰두한 글자 실무를 다룬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관심을 둘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에릭 길의 진수를 담은 책으로, 그의 이상주의와 실용주의, 일상 작업에 관한 기독교적 시각을 보여준다. 실무적 조언 사이사이는 윤리적 교훈과 격언으로 채워진다. 두 평행선은 단조롭거나 장식적인 글자 속으로 빠져들고, 기독교식 결혼과 잉크 이야기에서 평범과 고통의 미덕을 향한 찬사로 이어진다. 디자이너는 “셀 수 없이 많은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위해 살아야 하듯 길은 상업 활동을 겨냥한 비판을 자제하지 않고, 이따금 불공평한 진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덕에 독자는 타이포그래피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에릭 길에게 다가갈 수 있다.

    “글자는 일종의 추상적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 모양에 감도는 신비로운 매력에 이끌렸다. 글자는 제도나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아름다운 모양에 따라 다듬어졌다. 예술과 사회적 규범은 섞일 수밖에 없지만, 글자 예술은 다른 예술에 비해 순수하다. 중국인처럼 고도로 문화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서예와 비문 조각의 높은 경지를 볼 수 있다. 중국인에게 좋은 서예 작품은 영국인에게 그림보다 훨씬 귀하다. 영국인이 수프 끓이는 기계를 끔찍이 여기듯 말이다.”
    – 39쪽, ‘글자’ 가운데

    “일부러 끔찍하게 하거나 사람들을 속이려는 게 아니라면, 산업주의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해야 한다. (수천 가지 잉크와 종이, 인쇄기, 숙련된 디자이너가 디자인하는 기계적 과정 등) 엄청난 자원에도 이는 생명력이나 화려함과 멀어지고, 장식은 사라질 것이다. 꽃은 이런 흙에서 피지 않는다.”
    -79쪽, ‘타이포그래피’ 가운데

    “네 가지 판형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글자크기도 네 가지가 필요하다. 휴대용 책은 지면이 그리 넓지 않아 본문 글자크기는 8포인트 정도가 적절하다. 이보다 큰 책은 사람 팔 길이와 시력을 고려해 10­12포인트 정도가 알맞다. 탁자나 독서대에 놓는 책은 일반적으로 더 먼 곳에서 읽으므로 14포인트나 18포인트, 또는 이보다 더 커야 한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기보다 널리 쓰이는 규격으로 보면 된다.”
    -109쪽, ‘책’ 가운데

    책 정보
    에릭 길: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에세이(An Essay on Typography)
    저자: 에릭 길(Eric Gill)
    역자: 송성재
    출판사: 안그라픽스
    출간일: 2015.08.11.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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