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의 캐릭터가 금방이라도 손을 흔들며 인사해줄 것 같다. 귀엽고 친근한 느낌 덕분이다. 무슨 말이냐고? 카카오톡이나 틱톡, 네이버 라인같은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 심심찮게 마주치게 되는 '버라이어티숨'의 그림 얘기다. 싸이월드 스킨으로 시작해 약 5년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그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들과의 소통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의 '버라이어티'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버라이어티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버라이어티’랑 ‘숨’이 합쳐진 말인데, ‘버라이어티’라는 말에 다양하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원래 캐릭터를 하려고 만든 이름은 아닌데, 제 성격이 활발하기도 하고 또 다양한 것들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버라이어티라는 단어를 쓴 거에요. 그리고 ‘숨’은 제 이름이 수미라서 어렸을 때부터 붙은 별명이에요.
캐릭터가 귀여운데, 대상이 따로 있는 건가요?
일단 저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있어요. 제가 지금은 머리가 긴데, 2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다녔어요. 그게 초등학교 때부터 하고 다닌 머리인데 그래서 예전 스케치를 보면 다 단발머리에요. 그리고 또 토끼랑 강아지 캐릭터가 있는데, 토끼는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제 방학숙제로 만들어주신 인형이에요. 원래도 뭘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기린도 만들어주시고 곰돌이도 만들어주시고…. 그중에서도 아빠가 주신 토끼인형을 많이 좋아했어요. 항상 안고 다니고 베고 자고 했죠. 그리고 강아지는 집에서 두 마리를 키웠었는데, 하얀색 푸들이랑 까만색 슈나우저였어요. 두 마리를 같이 그리자니 너무 흑백이라서, 생긴 건 슈나우저에 색은 푸들인 하얀색 슈나우저를 그렸죠(슈나우저는 하얀색이 없음). 그래서 그렇게 나온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인형도 강아지도 없어요. 그래서 더 그리게 된 것 같아요.
그림에서 귀엽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는데, 원래 성격도 그런 편인가요?
따뜻한 성격이라기보다는 밝은 성격이에요. 다른 작가님들 보면 슬프거나 우울할 때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는데, 저는 슬프거나 우울하면 못 그려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캐릭터 표정을 제가 따라 하게 되는데, 저는 우울할 때 그림을 못 그리니까 캐릭터도 계속 밝은 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파스텔 톤이나 따뜻한 느낌의 색을 좋아하다 보니 더 그렇게 되는 것 같고요.
지금 하는 작업 외에 혹시 해보고 싶은 다른 작업은 없나요?
요즘엔 피규어를 만들고 있는데, 그거 외에는 카툰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대사 없이. 그래서 요즘 조금씩 그리고는 있어요. 캐릭터는 있는데 얘네들의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내 목소리를 내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일러스트를 보면 구석구석 오밀조밀한 구성이 재미있는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다른 분들은 자료를 많이 보는데 저는 그런 면에서 약간 부족해요. 대신에 자기 전에 드는 생각이나 꿈을 다 기록해놔요. 제가 우주를 배경으로 그리는 게 많은데, 실제로 그런 꿈을 많이 꿔서 그런 거에요. 꿈을 꾸고 일어나면 잊기 전에 써놓는 거죠. 아니면 항상 스케치노트를 들고 다니니까 뭐 보고 좋으면 그려놓는 식으로 쌓아놔요. 그래서 예전에 그린 그림은 되게 간단한데 점점 이게 축적되다 보니까 구성도 그렇게 되고. 그래도 요즘에는 자료를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평소에도 그림을 많이 그리세요?
저는 일이 없어도 그냥 그려요. 페이스북(바로 가기)이랑 블로그(바로 가기)가 있는데, 일을 하지 않을 때도 그냥 혼자서 매일같이 한 장씩 꼭 그려서 올려요. 저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조금 늘었나 보다 해요.
앞으로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세요?
캐릭터 자체는 변하지 않겠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너무 단편적인 그림만 그리는 것 같아요. 이야기도 넣고 수작업으로 하는 그림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지금 공부하고 있는데 어렵더라고요.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사람들이 딱 봤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자신이 다른 작가들과 다르다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제가 뭐가 되든 그냥 친근한 사람이 되고 싶지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다른 작가님들 같은 경우에는 되게 다가가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워요. 저는 그런 면에서 많이 다른데, 사람들이 저한테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연락하면 최대한 대답을 해드리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일상생활에서 보기 쉬운 그런 느낌이 캐릭터에 묻어나면 그게 다를 거라고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소통하려고 하고…. 물론 작업하는데 있어서는 일하는 사람들하고 더 많이 연락하는 게 맞기는 한데, 제 그림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락이 오거나 했을 때 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팬도 많겠어요.
많지는 않은데.(웃음) 그래도 꾸준히 생겨나긴 하는 것 같아요. 작년에도 했는데, 이번 크리스마스 때 제가 직접 손으로 편지 써서 보내주려고 해요. 이런 것을 통해서 그분들과의 소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신청하시면 제가 취지에 맞는 분들을 뽑아서 직접 써서 보내요. 그러면 종종 답장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분들이 계속해서 찾아주세요. 저를 언니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있고 이모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기 어머니들 같은 경우에는 ‘아기가 숨이모를 좋아해요’ 하고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은 제가 머그컵 같은 것들을 냈을 때 구매도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고 하니까 다른 작가분들하고는 그게 다른 것 같아요.
연예인은 아니지만 어떤 소셜테이너? 그런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성격이기도 하고, 그림에도 그게 묻어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또 사람들이 저한테 실망하지 않게 스스로 계속해서 열심히 할 수 있을 만큼 지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그리고 ‘버라이어티숨’이 사람들한테 ‘버숨’으로 줄여서 불리게 된 게 얼마 안 됐거든요? 줄여서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친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아이가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죠. 그리고 계속 저랑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늙어도 얘는 늙지 않으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