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서울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SF 영화 속 비밀기지로 입성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수많은 LED로 빛나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최첨단을 달리는 기계들이 위엄을 뽐낼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이런! 여기저기 사과 상자 하며,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나무. 이보다 아날로그적이고 따뜻해 보이는 장소가 또 있을까. 재미있는 반전으로 시작된 액션서울과의 만남. 아마도 그 반전은 액션서울이라는 브랜드 컨설팅 그룹의 매력을 함축적으로 암시하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영민함으로 반짝이는 이장섭 대표에게 이야기를 건네본다.
액션서울 하면 ‘파머스 파티(Farmers Party)’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3년 전 국내 최초 농부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사과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그게 파머스 파티입니다. 공공적인 느낌을 주는 프로젝트이지만, 지역의 농산물, 지역의 브랜딩에 관심을 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농부들이나 디자이너들은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까. 개인의 농부도 브랜드를 가지고 대안적인 유통 루트를 가질 수 있는 것. 디자이너들은 클라이언트의 다양성 차원에서. 이렇게 ‘파머스 파티’에 관심이 있는 분은 그 비슷한 것을 하든 그것에 자극받아서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관심은 저희가 브랜딩을 성의껏 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것이겠지요.
액션서울을 만들기 이전에는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이런저런 일을 많이 했었던 디자이너였어요.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어떤 때는 아티스틱한 일러스트 작업을, 반면 굉장히 상업적인 작업도 했었어요. 그렇게 두루두루 하다가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에 액션서울을 시작했지요. 개인에서 회사의 형태로, 좋은 크리에이터들과 체계화된 브랜딩 회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머스 파티와 비슷한 성격의 작업에 주목되는 것 같아요. 마치 액션서울의 아이덴티티인 것처럼.
실제론 다양한 성격의 작업을 많이 해왔어요. 그런데 파머스 파티처럼 지역 브랜딩 관련한 일에 포커스가 맞춰지네요. 아무래도 전례에 없었던 일이니까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겠지요. 파머스 파티와 비슷한 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진행해 온 철원 양지리 철새 마을 브랜딩, 작년부터 시작한 경남 산청군 특산품에 관한 브랜딩이 있네요. 그 밖에도 삼성물산 해외마케팅 아트 디렉션, 빙그레 신제품 네이밍,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제품 브랜딩 등 크고 작은 기업들과 많은 일을 했어요. 사실 회사 운영에 조금 더 기여를 하는 것은 이런 작업들이죠.(웃음) 참, 작년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열렸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전체 아트 디렉션 및 브랜딩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대중들과 공동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10초 소셜멘터리 프로젝트도 기획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던 것이 파머스 파티였고, 그동안 브랜드 컨설팅에 관련하여 다양한 곳과 작업을 해왔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자.’ 그것이 농부와 하는 일이든 기업이랑 하는 일이든 달라지지 않아요. 액션서울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뭔가 계속 도전하고 활동적이라 고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실제로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많은 체험을 하러 다녀요. 지역 브랜딩 관련한 일들은 디자인되어야 하는 콘텐츠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파머스파티는 그 시간이 3년이 되어가고 있네요. 양지리 철새 마을의 경우에는 지역 주민과의 워크숍을 열어 더 깊이 알 수 있었어요. 이런 작업들은 호흡이 매우 길어 그 지속성이 중요한 작업이죠. 반면 기업들과의 작업은 때로는 호흡이 짧아요. 이 두 작업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병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과 수레를 직접 끌고 길에 나가기도 했잖아요.
파머스 파티의 사과 수레를 끌고 길에 나간 것은 그 상황에서 가장 정확한 솔루션이었어요. 액션서울을 브랜드 컨설팅 그룹이라고 정의하면서 브랜딩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마케팅, 브랜드 이미지 전략 등을 세우기도 하죠. 이 모든 걸 디자인의 범주로 볼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어요. 디자인이란 영역은 생각하기 나름인 거죠.
디자이너로서 영향을 준 멘토가 있나요?
학생 때는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 영국의 공예가, 시인, 사상가)와 하마노 야스히로라고 하는 일본 프로듀서를 좋아했어요. 최근에는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 1895~1983)라고 하는 미국 건축가까지. 이분들이 자신의 분야에 한계를 두지 않는, 그런 광의의 디자인을 하는 것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분들을 디자이너라고 봤거든요. 저는 어떤 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솔루션, 그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나의 예술적인 아이디어와 접목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비즈니스일 수도 전통적인 그래픽일 수도 또 어떤 때는 사과 수레를 끌고 나가는 게릴라 마케팅이 답일 때도 있죠.
작업 스타일은 어떠세요?
작업 스타일이라···. 전 조금 변태 같다고 생각했어요. 진지하면서 엉뚱하고, 감성적이면서 이성적인. 모순된 사람이죠. 엄청나게 직관에 의존하다가도 아주 논리적인 프로세스에 근거하기도 하고. 직관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논리로 잘 포장할 때도 있고. 그렇게 병행이 잘 돼요. 좋은 점은 이런 유기적인 프로세스가 액션서울 멤버들이랑 잘 맞는다는 것이지요.
디자인에 들어가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물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양지리 철새 마을 프로젝트를 할 때도 ‘쌀’이라는 글자에 대한 캘리그래피 작업도 했고, 이번에 새로 나오는 산청군 브랜드의 경우는 기존 폰트 하나도 안 쓰고 핸드 라이팅으로 다 만들었어요. 우리가 만든 브랜드의 타이포그래피가 브랜드의 컨셉에 부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와 고민을 해요.
올해는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계획되어 있나요?
산청 지역 특산품의 출시를 앞두고 있고요, 또, 전쟁기념관에서 4월에 열릴 예정인 <더 바디 팩토리> 전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어요. 저희가 하는 브랜딩은 상업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중요한 가치를 중심에 두고 하나에 너무 치우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액션’을 통해 진지한 모습과 예측할 수 없는 발랄함을 드러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