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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힐링의 세계로 오세요, <현대미술과 빛-빛나는 미술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현대미술과 빛-빛나는 미술관> 전은 백남준을 비롯한 총 15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빛'을 주제로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1월 08일

    진정한 힐링의 세계로 오세요, <현대미술과 빛-빛나는 미술관>

    ‘빛’만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어둠 속에선 작디작은 휴대전화 불빛만 비춰도 그렇게 안심될 수가 없다. 캄캄하고 의뭉스러운 그 어떤 곳도 샅샅이 비춰보리라, 이보다 더 든든한 뒷배는 없다. 물론 요즘 일상에서는 ‘흔해도 너무 흔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예술가에게 있어서 빛은 여전히 좋은 소재이자 그 자체로 훌륭한 재료가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렘브란트나 인상파 화가들은 일찍이 평생의 연구 대상으로 빛을 주목했으며, 1960년대 이후부터는 백남준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가 능숙한 기술력으로 빛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는 빛이 주는 시각적, 심리적, 조형적 매력과 철학적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현대미술과 빛-빛나는 미술관> 전은 백남준을 비롯한 총 15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빛’을 주제로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도시, 꿈,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에서부터 거리의 네온사인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사실적인 회화, 감상자가 직접 참여하면서 완성하는 작품 등을 통해 현대 미술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용덕 / 나비와 함께 날다 / 혼합재료 / 가변설치 / 2012

    조형물과 만나 더욱 신비로워 보이는 빛 때문에 전시관 곳곳을 오가는 동안 마음이 정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간간이 흐르는 음악에 기분이 상쾌해지고, 곳곳에 배치된 체험형 설치는 갑자기 주어진 선물처럼 신나는 경험이 된다. 특히 이용덕 작가의 <나비와 함께 날다>가 대표적이다. 대체 작품이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두 컴컴한 입구를 지나 도착한 초록빛 부스 속. 안내자의 요청대로 벽 한쪽에 붙어 어정쩡한 포즈를 잡고 있자니 사진기와 비슷한 형태의 빛이 내 모습을 찍는다. 뒤를 돌아보니 그 어정쩡한 그림자 그대로 벽에 프린트되어있고, 신기하고 이상한 내 모습에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관조적 시간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관객과 교감한다고 한다.

     백남준 / 비디오 샹들리에 / 소형 TV, 비디오플레이어, 담쟁이덩굴 뿌리 / 130×120×190cm / 1991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는 소형 비디오 모니터 여러 대를 샹들리에, 담쟁이덩굴과 함께 구성해 천장에 매달아 설치한 비디오 조각 작품이다. 인공물과 자연물이 한데 어우러져 기이하고 낯선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삶과 예술의 궁극적 결합을 시도했던 백남준 작품세계의 한 축이기도 하다. 관객은 작품 아래 설치된 의자에 앉아 ‘감상’에서 확장된 ‘시청’이라는 행위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이진준의 비디오 영상작품 <불면증>. 이 작품은 불면증과 시력이 약해 햇빛을 잘 볼 수 없는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창 전체에 드리워진 블라인드가 바람이 불면서 창과 연속으로 부딪히는 영상. 바람은 점점 거세져 천둥을 동반하고 창에 부딪히는 소리 또한 공포로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강압적인 억압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블라인드 사이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빛은 분명 온화하고 서정적이지만, 바로 그 너머에는 바람이라는 폭력이 언제든 덮칠 듯 말 듯하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사람에게 상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더 많은 치장을 한다는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이진준 / 불면증 / 비디오, 사운드 / 가변설치 / 2006
    박제성/ The Structure of #5 / 멀티채널 LCD 모니터 설치/2012

    이 외 박제성의 등 놀이기구 시리즈는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놀이기구를 서로 조합하여 만든 영상 설치 작품이다. 한번 타면 영원히 내려올 수 없을 것만 같은 해괴한 놀이기구는 현대인이 스스로 만든 공허를 상징한다. 또한 최수환의 등은 시각적으로 매우 화려한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비어있음’. 검은색 아크릴 판에 다양한 사이즈의 구멍들을 뚫어서 그곳을 통해 나오는 빛으로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미의 물질성 보다 본질의 실체성을 주목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작품은 정면을 조금이라도 비켜서 감상하게 되면 잘 보이지 않고 그 형태가 모호해진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최수환 / Emptiness-Red Eye / LED, 플렉시글라스 / 103×103×3cm / 2010

    자연의 빛에서 가공의 빛으로, 기존의 빛의 개념에서 보다 새로운 빛의 개념으로의 이행. <현대미술과 빛-빛나는 미술관> 전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개별적 세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빛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새로운 경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속에서 관객은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빛과 교감하고, 현대를 살아가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것이 진정 예술이 가진 본질 중의 하나, 바로 힐링이 아닐까.

    신성환 / 빛으로 세상을 그리다 / 휴대용LED, DSLR카메라 / 가변설치 / 2012
    신정필 / 생각의 균형을 위한 디자인3. 나무, LED. 80×80×61cm. 2011

    전시 정보

    현대미술과 빛 <빛나는 미술관 전>

    기간: 2012년 12월 7일(금)~2013년 1월 27일(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5, 6 전시실)

    주최: 예술의전당 후원: 크라운·해태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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