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는 매일 서로의 '안녕'을 묻는다. 다정한 마음으로 ― 때로는 기계적으로, 별일 없이 평안한지를.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서로가 묻고 답한 '안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나'의 일상만이 남는다. 타인의 삶과 멀어진 시간. 불현듯 궁금해진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토록 물었던 '우리의 안녕'은 어디로 간 걸까? [안녕] 아무 탈 없는 편안함, 평화(peace) [아카이브] 보관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빈 공간. ‘치료의 원칙’을 상징하는 드로잉과 독특한 구조의 책장 사이에 놓인 사각뿔 구조물은 드로잉을 직접 제작한 것이다. 꼭대기 정점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생체 에너지를 활성화 하는 작용이 있고, 내부의 에너지는 정화작용이 있다고 한다.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27-7번지. 박우혁과 진달래의 작업실은 ‘안녕’을 ‘아카이브’하는 이곳, ‘아카이브안녕’ 한곳에 자리 잡고 있다. 상세한 주소를 밝히는 이유는 이 공간 자체가 〈아카이브 안녕〉이라는 프로젝트명이자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안녕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문을 열고 잠시 두리번거릴지도 모르겠다. 문을 열자마자 조우하는 빈 공간(안녕의 공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작업 중인 그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아카이브안녕을 디자인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여백’과 ‘재료’다. 본래의 독특한 구조를 최대한 살려 여백을 극대화하고 싶었다고 한다. 창고나 책상에 반투과 형식을 사용한 이유 역시 공간이 트여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비어 있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서울에서, 뭐든지 마음대로 실행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이 필요했다. 덕분에 드로잉했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화학물질(특히 포름알데히드)에 대한 알러지가 있는 두 사람에게 공간을 채울 재료를 선택하는 일은 굉장히 고민스러웠다. 공간의 여백을 최대한 살리고 공사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책상과 책장은 필요하니 말이다. 일단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간 합판 등은 사용하지 않고 몸에 자극을 주지 않는 일차원적 물질인 쇠, 나무로만 공간을 꾸몄다. ‘길종상가’ 박길종이 제작한 독특한 구조의 책장 역시 알러지를 최소화하는 재료로 제작되었다.
아카이브안녕이라는 공간에서 열리는 아카이브안녕이라는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예술적, 디자인적, 타이포그래피적 리포트를 진행하고, 크거나 작은 전시회(단, 기간은 아주 잠시이거나 오랫동안이다)를 열거나 글, 그림, 사람, 생각,말 등 유무형의 ‘안녕한 어떤 것’을 아카이브한다. 그리고 그 외 (그들의 말을 빌려) 도서관, 휴게실, 영화관, 터미널, 워크숍, 학교 등 간단하거나 복잡한, 재미있거나 재미없는 프로젝트들을 기획한다. 물론 대원칙은 관심이 가는대로,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아카이브안녕(진달래박우혁)이 아카이브안녕이란 공간에서 아카이브안녕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하나다.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더불어 아카이브안녕(진달래박우혁) 또한 그로부터 치유받는 것. ‘자가 치유’를 위해 ‘안녕’에 해당하는 사람과 정신과 마음과 시간과 행위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분석하고, 보존하고, 축적한다. 어렵다. 아니, 어렵지 않다.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치유하고, 치유받는다는 뜻일테니. 너와 나의 소통을 통해 ‘안녕’은 사라지지 않고 모여 모두의 안녕이 될테니까.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아카이브안녕’은 사라진 우리의 안녕을 보관하는 곳이자 치유가 시작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