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PC, 전자책 단말기로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도서 시장에서는 아직 종이책을 훨씬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이 훨씬 큰 미국은 신간 도서 중 전자책 비율이 30%에 이르고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전 세계 전자책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은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14년 12월부터 독자들을 위해 전용 단말기 킨들에 전용서체 ‘북컬리(Bookerly)’를 적용했다. 미국의 전자책 업계에서 아마존의 대항마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구글의 ‘플레이북(Play Book)’은 오프라인에서 읽기가 가능하고 컴퓨터, 태블릿 PC와 동기화가 가능한 장점 덕분에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인기가 많은 앱이다. 구글 역시 아마존과 비슷한 시기에 플레이북 전용서체 ‘리터라타(Literata)’를 출시했다.
* 이 기사는 그룹와이 공식 블로그 ‘윤톡톡’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원문 보기)
오늘은 북컬리 vs. 리터라타, 리터라타 vs. 북컬리! 두 서체를 전격 비교 해 볼까 한다. 먼저 북컬리는 영국의 폰트 디자인 회사인 달튼 맥(Dalton Maag)에서 개발했고, 리터라타는 체코의 타입투게더(TypeTogether)에서 개발했다. 먼저 종수 비교를 해보면, 리터라타와 북컬리 모두 4종 ‘레귤러(Regular) – 레귤러 이탤릭(Regular Italic) – 볼드(Bold) – 볼드 이탤릭(Bold Italic)’으로 이루어져 있다.
4종 중에서 이탤릭체(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의 서양 글자체)를 살펴보면 확연히 두 폰트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북컬리의 경우는 보편적인 이탤릭체의 기울기로 12도 정도 기울어져 있지만, 리터라타는 약 3도 정도의 각도가 적용되었다. 리터라타가 이렇게 작은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이유는 이탤릭체의 한계에 그 원인이 있다. 스크린 폰트로는 보통 이탤릭체를 사용하지 않는데, 픽셀상에서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터라타는 최소한의 각도를 주어 저화질의 모바일 기기를 고려하여 디자인했다고 한다. 물론 고화질에서는 각도에 상관없이 또렷하게 보인다.
북컬리에 비해 리터라타는 엑스 하이트(x-height, 소문자 x의 높이)가 조금 높게 설정되어 있고, 속공간이 넉넉하고 크게 디자인되어 있다. 또한, 올드스타일에 가까운 우아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폰트 역시 리터라타이다. 반면 북컬리는 좀 더 젊고 모던한 느낌이 강조되어 있고, 단순한 형태이다. 북컬리의 E, F, G 꼴에서도 일부 세리프가 생략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폰트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숫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북컬리는 보다 현대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라이닝 숫자(lining numerals)로 되어 있고, 리터라타는 우아한 느낌을 살려 올드 스타일(Old Style) 숫자로 디자인되어 있다. 정렬된 스타일의 숫자는 조판했을 때 깔끔한 느낌을, 올드 스타일 숫자는 영문 소문자와 썼을 때 잘 어울리고 리듬감 있는 글줄을 자랑한다.
북컬리와 리터라타는 고화질은 물로 중ㆍ저화질의 스크린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기계적인 느낌을 배제한 ‘휴머니스트 세리프(Humanist serifs)’에 가까운 손맛이 살아있는 서체, 올드 스타일 알파벳 디자인에서 출발한 서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런 공통점은 모두 ‘책’이라는 장문의 텍스트를 읽을 때의 편안함과 가독성, 질리지 않는 서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안에 종이책이 사라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분간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는 형태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점점 발전해서 북컬리와 리터라타의 한글 버전이 개발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