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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실천 첫 단독전 〈운동의 방식〉

    일상의실천 권준호·김경철·김어진, 세 사람이 2011~2016년 작업한 70여 점을 모은 전시


    글. 임재훈

    발행일. 2017년 05월 18일

    일상의실천 첫 단독전 〈운동의 방식〉

    끄집어내기의 방식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EverydayPractice, 권준호·김경철·김어진)이 첫 단독전시를 열었다. 2011년에서 2016년 사이에 작업했던 작품 70여 점을 모았다. 전시명은 〈운동의 방식(Ways of Practice)〉이다. 4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창천동 탈영역우정국에서 관람객들을 만났다.

    두 개 층 건물 1층은 포스터, 사진, 설치, 웹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①〈Life: 탈북 여성의 삶〉(2011/2017), ②〈끝나지 않은, 강정: 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2014), ③〈나랑 상관 없잖아〉(2013), ④〈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2014), ⑤〈텍스트-이미지 변환 장치〉(2014), ⑥〈기지도 못하는데 날려고 기교를 부리는 것은 금물이다〉(2015), ⑦〈살려야 한다〉(2016), ⑧〈서울살이: LIFE IN SEOUL〉(2016), ⑨〈NIX.XXX〉(2016), ⑩『GRAPHIC』 제36호 ‘전단실천’(2015. 3)에 수록됐던 4개 포스터, 프로젝트 ⑪‘답변서’(2015)의 2개 포스터 등이 전시됐다.

    관람객이 직접 작동시키는 것(①, ⑤)과 응시하는 것(②~④, ⑥~⑪)으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글자’로써 작동되고 응시-독해되는 모습이었다. 이때 글자는 ‘사용된 것’ 또는 ‘쓰여진 것’으로 읽히기보다 ‘끄집어내진 것’처럼 보였다. 

    〈Life: 탈북 여성의 삶〉(2011/2017)
    목조 구조, 레이저 커팅, 기어
    1700×700×2700mm

    작품 ①의 경우, 수용소와 고문기계를 형상화한 약 3미터 높이의 목조 구조물이다. 기어를 돌리면 사면체 나무 기둥 13개가 동시에 회전한다. 각 면마다에는 한 줄씩 글자들(문장)이 있다. 탈북 여성의 증언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관람객은 기어를 돌리는 동안 열세 줄짜리 글 네 편을 읽게 된다. 손과 팔을 움직여 ‘이면’의 글자들을 연속적으로 끄집어내 읽는 구조다. 

    〈텍스트-이미지 변환 장치〉(2014)
    타자기, 솔레노이드, 잉크 분사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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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은, 강정: 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2014)
    스텐실 종이에 빛 
    900×1275mm

    작품 ②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다섯 명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2007년 제주해군기지(2016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준공) 건설 결정 후에도 계속 강정을 지키며 살던 이들이다. 그림자 진 다섯 얼굴 위로 ‘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글자(의 형태를 띤 빛―도록의 설명을 인용하면 “스텐실 종이에 빛”)가 일렁인다. 얼굴이 스스로 발하는 글자(빛)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끄집어내진 ‘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가 드리워진 모습이다.

    [왼쪽]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2014)
    철재 펜스와 리본 
    1200×2400mm
    [오른쪽] 〈기지도 못하는데 날려고 기교를 부리는 것은 금물이다〉(2015)
    자작나무, MDF, 레이저 커팅
    788×1090mm

    끄집어내진 글자는 활자로뿐 아니라 각종 일상의 재료들로 짜이고 조립되어 있기도 했다. 작품 ④(철재 펜스와 리본), ⑥(자작나무, MDF, 레이저 커팅), ⑦(각목)처럼 말이다. 2층 전시장에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3미터 이상 높이의 파이프 설치 작품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또한 그렇다. 이 네 작품은 몸체 자체가 한 문장이어서, 바라봄이 곧 읽음의 행위가 된다. 읽음/읽힘을 전제로 한 바라봄의 태도로 작품을 대해달라는 직접적인 호소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 호소가 퍽 설득력을 가졌던 이유는, 네 작품의 네 문장이 모두 누군가의 말 혹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한글 디자이너, 전 대통령, 시인이 남겼던 많은 말과 글 중에서 끄집어내진 ‘단 하나의 인용문’들은, 출처와 시기는 다르나 저마다 ‘지금’이라는 페이지 안에서 첫 문장이 될 만한 것들이었다.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2016)
    파이프 설치
    1500×1500×3600mm

    김수영의 시구가 창천동 아파트촌을 배경으로 서 있던 2층(탈영역우정국의 옥상이기도 하다)에도 전시장이 마련돼 있었다. 일상의실천이 작업한 각종 인쇄물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1층의 작품들이 가만히 서서 보거나 손으로 작동시켜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면, 2층에는 펼쳐보는 작품들(책, 잡지, 브로셔 등)이 많았다. 2층의 작품들은 ‘작업의 방식(Ways of Works)’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돼 있었다. 

    방 3개 구조인 공간에는 널찍한 소파도 있어서 관람객들은 앉거나 짐을 내려놓기도 했다. 전시장 바깥에서 (전시조명이 아닌) 자연광을 받으며 사진을 찍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작품과 전시공간 분위기가 층별로 조금 달랐다는 걸 뒤늦게 느낀다. 물론 전 층의 테마는 ‘운동’이겠는데, 1층은 ‘실천’, 2층은 ‘일상’에 더 닿아 있었던 듯싶다. 

    〈운동의 방식〉 전시 도록(2017, 프로파간다)
    170×240mm, 384쪽

    전시 도록에는 일상의실천 세 디자이너의 대담도 실려 있다. 자체 프로젝트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김어진은 이렇게 자평했다. 

    “(전략) 우리 작업이 평면에서 점점 입체로 진화됐었던 느낌으로 본다면 김수영 작업[〈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2016)]도 어떻게 보면 현재형으로서의 ‘정점’에 다가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중략) 그 완전한 평면의 작업에서, 점점 목재를 쓰고 쇠를 쓰고 3D 설계를 하고, 여기까지 진화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과정이지 않았을까 싶어.”

    〈운동의 방식〉 전시 도록 중

    작가는 평면에서 입체로 “진화”했다고 말했는데, 관람객으로서 느낀 인상은 평면에 있던 무언가가 입체의 공간으로 끄집어내졌다는 것이었다. 이때 ‘평면에 있던 무언가’는 대개 말과 글이었다. 이것들은 사진 속의 빛, 설치물, 작동형 구조물, 웹 등의 모습으로 끄집어내져 있었다. 

    끄집어내기는 ‘끄집기’와 ‘내기’의 과정이다. 일상의실천과 〈운동의 방식〉을 ‘일상-운동-끄집기’와 ‘실천-방식-내기’로 재배열한다면, 일상의실천의 ‘실천’과 〈운동의 방식〉의 ‘방식’ 모두 영어로 ‘Practice’를 쓴 점도 설명이 될 것 같은데 어떨까. 

    관련 정보
    일상의실천 홈페이지
    탈영역우정국 홈페이지
    〈운동의 방식〉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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